상주 메이드 이야기

친정엄마보다좋은 든든한'빽'같은 존재

by Choi

상주 메이드

신생아 있는 집에서 많이 찾는다. 둘째나 셋째가 아직 한참 어리고 생후 1년도 안된 아기가 태어난 새댁 찾는다. 마흔 중반 혹은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이 인기가 많다. 한 집에서 먹고 자고 모든 실 생활을 함께한다. 베트남에 오래 계신 분들 중 가족처럼 모시는 집도 여럿 있다. 상주 메이드는 종일 메이드와 비슷하지만 육아에 더 신경을 쓴다. 경제적 여유가 되면 가까운 1박 2일 여행을 상주 메이드와 함께 다녀온다. 육아를 전담으로 맞고 있어 아이가 엄마보다 그 이모분들을 찾을 때가 더러 있다. 여행 가서 엄마는 첫째나 둘째를 보느라 여유가 없을 때 상주 아주머니들 도움음 빛을 발한다.


상주 메이드는 아이와 함께 자고 생활한다. 마치 집에 친정 엄마가 있는 듯한데 친정 엄마보다 훨씬 월등하고 또 오랫동안 함께 생활한 탓에 없으면 불안한 든든한 ‘빽’ 같은 존재다. 그토록 친밀감과 믿음을 토대로 이루어진 관계는 마담 인생을 충만하게 채워준다. 타국에서 마음의 위안도 받고 육아만 해결된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필요한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도움도 받는다. 구정(tet) 이후 돌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신생아기 때부터 키운 분들은 아이와 깊은 정이 이미 들었고, 또 마담과 관계도 좋기 때문에 대부분 다시 돌아온다. 그분들은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이미 자녀들을 출가시켰다. 시간적 여유가 많고 마음 또한 푸근하다. 이런 이유로 처음 메이드 면접을 볼 때 가족 관계를 조금 물어보면 좋다.


상주 메이드는 낯선 사람을 집에 들여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젊은 새댁들이 베트남에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한 데다 나이까지 많은 분을 잘못 집안에 들였다가, 오히려 그분을 모시고 살게 되는 경우도 보았다. 마담은 핵폭탄급 스트레스를 받고, 맞벌이라서 당장 다른 메이드를 구해야 하는데 아이는 그분 손에 길들여져 쉽게 다른 메이드를 구할 수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또 마담 화장품이 푹 푹 닳아 없어지기도 한다.


사실 많은 주부들이 메이드 없는 생활을 두려워하고 메이드 노예가 되어 가고 있다. 사실이다. 메이드가 내일 당장이라도 그만두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날듯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른다. 나도 그랬었다. 이미 메이드와 함께 한 생활이 익숙하고 그 편안함에 길들여져 있었다. 설거지는 쌓아두고 아이가 어지른 장난감 정리는 메이드 몫이고, 집안일은 메이드가 하는 게 온당하다고 여긴다. 메이드는 어느 순간 마담 삶 줌 심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메이드가 오는 시간에 맞춰 마트에 다녀오고 날짜에 맞춰 빨랫거리를 나누어 두고 (세탁기에 한꺼번에 검정과 흰옷을 60도 더운물에 빨아 흰 옷이 얼룩덜룩 해진다), 오늘은 옷장 정리, 내일은 냉장고 정리 등등 요일 별로 시켜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다. 참으로 쓸데없는 에너지가 많이 빼앗기는 일이다. 편하자고 메이드를 찾았는데, 이상하게 더 피곤하다.


<사례 3>

마담이 일을 나간 사이 메이드 아주머니가 손녀딸을 집에 데려왔다. 이유인즉, 자기 며느리가 오늘 급한 일이 생겨서 아이를 볼 사람이 없다고 한다. 몇 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일이 터졌다. 옷장 안에 숨겨 놓은 딸 생일 선물을 상주 아주머니 손녀딸이 찾아내어 포장을 다 뜯고 레고 조립을 다 했다. 저녁에 마담 딸이 자기 손녀딸에게 준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젊은 피아노 선생님은 눈물을 글 썽이며 고민을 털어놓았고, 선생님께 당분간 레슨을 쉬더라도, 아주머니를 내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이런 일들은 아주 가벼운 사례다. 대충 들어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다. 가끔 젊은 새댁들이 마음도 여리고 착하디 착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종종 겪는다. 나도 겪었다. 피아노 선생님은 호치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맞벌이 부부였다. 육아 메이드 도움이 절실했다. 메이드가 주변 친구로부터 피아노 선생님이 급하게 사람을 찾는다는 소문을 듣고 스스로 찾아왔다. 급한 마음에 그 아주머니를 집에 들인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메이드 사이에 누구 집 마담이 메이드를 구한다는 소문이 나면 이런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굉장히 위험하다. 절대로 함부로 그 친구들을 집안에 들여서는 안 된다.


푸미흥 (7군)에 떤미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 메이드가 기숙사처럼 방 하나를 렌트해서 자기들끼리 나누어 사용한다. 주로 시골이나 중부지방에서 온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마담에 대한 정보를 세세히 공유한다. 누구 무슨 집 마담 어디 서랍에 뭐가 있고, 주로 언제 외출을 하고, 그 마담의 성격은 어떠하고 등등. 심지어 가끔 메이드 면접을 볼 때면 이전에 면접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퇴짜를 놓았던 메이드가 함께 와서 그 마담 집에 일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은 월급도 단합해서 올린다.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하는 새댁들은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된다.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아이는 어리고 낯선 곳에서 살림은 살아야 하는데 가까운 친정은 한국에 있고. 그녀들은 이런 고민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오래전엔 서로 친한 친구 마담들끼리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점점 피해자가 늘어 나자 메이드 단톡 방이 생겼다. 불량 메이드 신상정보와 얼굴 사진을 공유하고 젊은 마담들이 단합을 시작한다. 나 때보다 용감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그들이 멋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파한다.


좋지 않은 경험과 고민을 서로 나누다 보면 고민이 덜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온전히 나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은 항상 무겁다. 또 나쁜 경험을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더욱 우울해진다. 그럴 땐 멈춰야 한다. 주변 친구들이 앞에서는 '그렇구나' 하지만 메이드 소개 역시 이곳에서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그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계점은 그냥 들어주는 딱 그 선 까지다.


그렇게 메이드가 그만두고 가버리면 폭탄 맞은 집과 아이만 덩그러니 남겨진다. 마담은 이전 메이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해 더욱 우울하다. 마치 메이드는 항상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사라진 메이드 없는 현실이 서러워 남몰래 펑펑 울기도 한다. 커피숍과 마트에 메이드를 대동하고 나타난 마담들과 혼자 아기띠 메고 장을 보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자면 초라한 생각도 든다. 게다 남편들은 한국보다 2배 이상 업무로 바쁘다. 골프를 치고 싶어 치는 남편도 있지만 대부분 영업 때문에 필드에 자주 나간다.


메이드 없는 삶이 원래 우리 삶이다. 베트남이기 때문에 우리가 잠시 누렸던 혜택이다. 청담동 며느리라면 다르겠지만 일반 우리 주부들이 한국에서 YMCA에 도우미 아주머니를 불러도 일주일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이지 않을까. 메이드 없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기다리다 보면 다시 꼭 당신과 맞는 도우미가 쨔잔 하고 나타난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순간 메이드 없는 생활을 두려워 하기보단, 메이드가 있으면 고맙고 없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 호치민에서 마담 삶은 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만족할 수 있다. 마담 삶과 질은 메이드와 상관없이 동일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마담이다.



대문그림: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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