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손해 보면서 살아도 괜찮아요.
시간당 메이드는 메뚜기처럼 하루를 2시간, 3시간, 4시간으로 나누어 보통 3집에서 4집을 청소일만 한다.
매일 2시간만 청소하는 집, 일주일에 2번, 3번, 4번만 청소하러 가는 집도 있다.
주로 청소, 빨래, 다림질, 설거지 기본적인 집안일을 한다. 과일이나 야채를 부탁하면 시장에서 사다 주기도 하지만 싫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귀찮아한다. 한집 끝나고 다음 집으로 빨리빨리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는 친구들이다.
아이가 초등 고학년 자녀를 둔 마담이 선호한다. 집에 메이드와 종일 같이 있지 않아도 되고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볼일이 있어 외출할 때는 열쇠를 리셉션에 맡겨두면 우렁각시처럼 집안일을 해놓고 간다. 그래서 때론 위험하기도 하다.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빈틈없이 마담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요즘 젊은 분들은 cctv를 설치한다.
시간당 메이드는 젊은 친구가 많다. 몸도 빠르고 손도 빨라 일을 매우 잘한다.
하루에 3집 이상을 일하다 보니, 몸이 아파 한 달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주기적으로 결석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간혹 너무 어린 친구 들도 있다. 시골에서 막 호치민으로 내려와 메이드 일을 시작하는 친구이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에게 집안일을 하나하나 알려주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의사소통에 어려움도 많다. 아파트를 처음 구경한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어떻게 타는지 모른다. 시골에서 중학교만 마치고 호치민 내려온 그녀에게 외국인이 거주 공간을 보고 깜짝 놀란다. 집안에 가전제품 청소기 작동법을 몰라 자주 고장이 난다. 손이 험해 물건을 쉽게 깨고 부러뜨린다. 즉 메이드가 있다고 해서 마음 편히 집안일을 맡길수 없다. 항상 집을 관리하고 정리하고 정돈하는 사람은 마담이어야 한다.
시간당 메이드 장점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맡길 수 있다.
집안일을 아침저녁으로 나누어 저녁 준비에 시간 다시 부를 수 있다.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
친한 마담들과 함께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함께 고용할 수도 있다.
<사례 4>
아는 동생이 베트남어를 베트남 사람처럼 잘한다. 메이드 월급이 치솟아 후에(hue)에 시골에서 막 내려온 메이드를 찾았다. 일이 처음이라 물론 월급이 30프로 저렴했다. 베트남어에 능수 능란한 마담이라 집안일과 가전제품 사용법, 다림질하는 법, 압력밥솥 사용법, 자동 현관문 여는 법 등을 모두 알려 주고 한동안 그녀 집에서 일을 배웠다. 어느 날 하루 이 동생이 천 가방 세탁을 해야 하는데, 세탁장에 놓고 나오는걸 깜박했다. 전화를 걸어 메이드에게 옷걸이에 걸려 있는 가방 좀 빨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날 저녁 나의 친구이자 마담은 눈물을 머금고 나에게 전화가 왔다.
" 언니, 우리 집 메이드가 '루이 비*' (명품가방 다들 아시는 그 똥 가방)을 따뜻한 물에 푹 적 쉰 뒤 솔로 빡빡 문질러 놓았다고". 그녀에게는 미안했지만, 황당해서 웃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그냥 한국 집에서 오래 일해본 숙련된 메이드를 찾고 싶을 때도 왕왕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집에서 오래 일한 메이드들 역시 집을 쉽게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들도 그녀들 나름대로 의리도 있고 마담과 관계가 좋은 메이드들은 그 신뢰를 쉽게 져버리지 않는다.
웃을 일도 많고 속상할 일도 많지만 베트남에 살면서 겪는 일이다. 어쩌면 동남아에 살고 있는 여러 마담들도 함께 겪는 웃지 못할 아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그들의 숨 박한 웃음과 따뜻한 정을 느낄 때가 참 많다.
베트남어가 전혀 되지 않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원하는 마담들이 찾는다.
외국 마담들의 경우 대부분 필리핀 메이드를 더 선호한다.
한국 마담들이 아이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일부러 필리핀 메이드를 찾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또 아이가 영어로만 의사소통 가능해서 찾기도 한다. 그런데 베트남 사람 중 불어, 영어를 하는 메이드도 있다. 특히 불어가 많다. 프랑스 식민지 영향도 있는것 같다.
필리핀 상주 메이드, 종일 메이드는 비자를 해결해 줘야 한다. 일 년에 한 번씩 필리핀 본국으로 휴가를 다녀 올 비행기 티켓도 준비해 준다. 비자는 캄보디아 국경을 하루 반나절 동안 다녀오면 해결이 된다.
이 친구들 청소 수준이나 베트남 친구들의 청소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마담 성향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다.
월급이 일반 종일 베트남 메이드 보다 높다.
필리핀 메이드도 조심해야 한다. 물건보다 현금이 종종 없어지는데 그 수법이 굉장히 교묘하다.
<사례 5>
윗집에 있었던 일이다. 나와 가까운 친구였다. 중국인 친구다. 남편은 폴란드 사람이었다. 하루는 이 친구가 굉장히 화가 나있었다. 이유인즉, 지갑 안에 베트남동을 3백만 동(15만 원 정도) 넣어 두었는데 그중에 50만 동(25000원) 짜리 한 장만 가져간 것이다. 처음에는 중국인 친구가 지갑 안의 돈을 정확히 기억을 할 수 없어 몇 달간 계속 의심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샤오미 매장에서 cctv를 구입해 설치했다. 정확히 3백만 동을 지갑에 넣어두고 일부러 자리를 비웠다가 들어왔다. 그 친구의 의심은 빗나가지 않았고, 그 필리핀 메이드는 찔끔 찔금 마담이 알 수 없을 정도의 소액만 반복해서 가져갔던 것이다. 가끔 페이스 북에 서양사람들이 cctv장면을 공개한 경우도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다들 서로의 괴로움을 토해내기 바쁘다. 메이드와 마담 사이 관계의 무게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볼만 하다.
내 친구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필리핀 메이드가 자기 돈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쫌 쫌' 과일도 사 올 정도로 다정했고, 아이들과도 사이가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다. 가끔 유기농 계란을 시장에서 한판을 사 오면 중국인 친구는 아랫집에 살고 있는 나와 나누기도 했다. 메이드들이 다 위험하고 나쁜 게 아니라, 어쩌면 생활환경과 그들이 처한 상황 때문에 이런 악순환이 생긴다. 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 중국인 친구는 두바이로 발령이 나서 호치민을 떠났다. 2개월 후 다시 연락이 왔다. 두바이 물가는 비싸고 메이드는 없다고 한다. 운전기사도 없어 자기가 직접 운전 하지만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한다. 덕분에 다이어트가 저절로 된다면서 우스게 농담을 했다. 우리는 whatsapp으로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
호치민은 이렇듯 마담과 메이드와 관계가 질퍽질퍽 거리는 나라이다. 끊을 수도 없고, 매몰차게 내칠 수도 없다. 조금 손해 보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래알처럼 셀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살고 있다.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메이드와 관계에서 뿐만 아리나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 지기를 원한다. 행복은 재산, 직위, 명예 외적인 조건에서 얻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 마음가짐과 인간관계에서 일어난다. 사람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는 항상 옳은 것 같다.
그림출처: Flick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