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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un 27. 2024

오늘은 무지개가 뜰까?

떠나기전 단상 기록.

어리버리, 얼렁뚱땅 시작된 나의 하와이 실 생활은 '야자수나 꽃무늬가 있는 하와이남방이나 원피스를 입고 달콤한 파인애플 주스를 마시며 플루메리아 꽃을 귀옆에 꽃은 다음 이곳은 지상 천국이야~ '라고 외치는 그들과는 별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삶이 이곳에 존재하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귀옆에 꽃 2개를 동시에 꽂으면 하와이에서는 안된다는데... 외쪽은 기혼, 오른쪽은 미혼을 상징하는데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난 양쪽에 꽂고 싶었다.


하얀 베드시트가 깔린 포근한 침대에서 호텔냄새를 맡고, 물이 잘 나오는 욕실, 매일 갈아 주는 타월, 청소 서비스, 룸서비스(좁은 주방에서 기절하기 일보 직전), 바다가 보이는 전망을 가진 그런 멋진 호텔에 단 하룻밤이라도 개운하게 푹 자고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매일 아침마다 불끈불끈 올라온다. 차라리 이런 삶도 살만 하다는 여유로운 그런 마음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현실에 감사하는 충족되고 꽉 찬 마음이 요즘은 그립다. 그렇다. 고작 한 달 거주하면서 난 참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이 또한 누군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단 몇 분 만에 결정해서 이곳까지 날아온 나의 선택이었음을 난 자각 중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다시 이만한 사고라서 다행이야, 이만한 사건이라서 다행이야 라는 감사함을 다시 마음속에 요즘 주섬 주섬 담고 있다. 그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한 마음 챙김 명상과 기도힘은 평생 불안감에 휩쓸려 살아온 나의 습관적 감정사고를 덮어 버릴 만큼 커져 있었다. 그래서, 참 다행이야.


가볍게 살고 싶고, 뭐 훌훌 아무것도 없이 미니멀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의 착각 속, 이상 속의 삶은 꿈속 삶이었음을 체감하고 있다. 그만큼 덜 성숙된 나의 본모습, 실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없어서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데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미니멀도 적당한 미니멀삶을 추구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매일매일 오늘은 어느 쪽에서 무지개가 떴을려나 하는 궁금증과 조그마한 기대감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나의 입장에서는 하와이와 13년 넘게 거주한 호찌민이 동일시되듯 겹쳐 보일 때도 있다. 많이 아팠던 호찌민 생활이 오버랩이 되는 이유는 날씨, 야자수 꽃, 바다, 강, 맑은 하늘,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을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생활은 정 반대지만 비슷한 자연환경이 어쩌다 나를 타임머신을 태운 뒤 과거로 데려갔다 오는 것 같다. 하지만 난 확실히 많이 좋아졌다.

쌍무지개

깊고 짙은 푸른 바다와 경계가 오묘한 하와이 하늘을 보고 있다 보면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아름답지만 왠지 모르게 슬프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푸른색, 파랑과 초록이 사방에 깔려 있지만 어떤 날은 '고작 이게 사람 사는 모습이구나, 이게 삶이구나'라는 현실 속 '늙음과 죽음'이 맞물려 있는 인간사가 스치고 지나갈 때, 그땐 마음이 도르르 떨리며 한 곳이 저려 온다.


내가 선택한 나의 삶은 시간에 의존해 흘러가듯 살고 있는 것 같다. 매 순간 먹고살기 위해 허덕이는 일상. 그 일상을 버티고 살아 내고 있는 내가 기특할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딱히 애쓰며 살지 않는 내가 왜 그런지, 그냥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지 의문이 갈 때도 있다. 그런데 괜찮을 것 같다. 그에 따른 책임을 질 만큼 단단하면서도 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그 큰 마음과 대담함을 위해 더욱 많은 것을 내려놓는 습관과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를 가지고 싶다.


노을/ 와이키키 해변에 노을보기 위해 모인 인파~~ 대단하죠?


하와이 속 삶을 느끼다 보니 이곳 빈부 격차가 꽤 커 보인다. 파리에서 본 노숙자수만큼 하와이에도 노숙자가 넘쳐 난다. 날씨가 좋아서 더 많다는 루머도 있다. 그 노숙자들은 주로 호텔과 관광 객들이 많은 곳을 배회하며 쓰레기 통을 뒤지기도 하고 맥도널드나, 호텔 비치에 누워 잠을 청한다. 그들 옆에는 호텔객들이 호와롭게 선배딩을 하고 유리잔 처럼 맑은 바닷 물속에 몸을 담근다. 노숙자들은 지상낙원 하와이에서 노숙을 하며 매일 푸른 바다를 보며 해변이나 공원 잔디밭에서 잠을 자고 생활을 한다. 이 아이러니를 보며 난 입을 꼭 다물었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래! 이곳이 하와이야!!


하와이 물가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버겁다. 여행객이 아니라 실 생활자로서 느끼는 체감 온도다. 그래서인지 문득문득 드는 단상이 돈은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 생각이 문득 들었는지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돈은 나의 것도 아니고 당신 것도 아니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속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은 잠시 나에게 머물렀다 가고 다시 흘러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돈이라는 것이 없다고 해서 생활이 불행하거나, 나쁘거나, 지옥 같다기 보단 단지 '불편함'을 더 많이 안고 사는 삶이라고 보는 관점이 나에게 생긴 것 같다. 그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나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불행한 것도 아니고 내 삶은 왜 이런가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며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내팽개 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와이가 쇼핑 천국이라는데...


이곳에서 내가 제일 많이 매일 방문한 곳은 코스트코와 월마트다. 먹고살아야 하니~~





하와이를 떠나기 전 떠오른 단상을 기록.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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