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으로 가자
아침 뉴스에서 낮최고 기온이 36도까지 오른다는 기상 예보를 한다. 엊그제까지 내린 폭우로 인명피해가 집계도 아직 안됐는데, 폭염이라니, 이 여름이, 계절이 원망스럽다.
나는 오늘 우쿨렐레를 잊지 않고 챙겨가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은 내게 발로 박자를 맞추라고 했고, 오른손 손가락은 우쿨렐레 바디를 잡으라고 했고, 그러면서 왼손 손가락은 바디에서 너무 멀리 가면 안 된다고 했고, 딴따따으따으따를 말로 표현하라 했고, 발로 박자로 계속 맞추라고 했고, 계이름을 읊으라고 했고, 천천히 치라고 했고, 박자를 맞추라고 했고, 계이름을 불러보라고 했고, 싱커페이션이고, 당김음이고, 빌려 쳤고, 이미 쳤고, 손가락을 붙이라 했고, 발로 박자를 맞추라고 했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배우면서 진땀이 흘렀다. 쓰고 있던 돋보기가 콧잔등에 맺힌 땀에 자꾸 미끄럼을 타고 내려 와 코끝에 걸렸다.
수업을 마쳤다.
어디선가 약하지만 북서풍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상상의 바람은 약하게 살짝살짝 불어와 끈적한 내 얼굴에 닿는듯 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바람을 더 기다렸다.
그리고 불어오는 쪽으로 얼굴을 더 내밀었다.
나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성큼 발을 옮겼다.
내 탓하며 자격지심, 피해의식 그만 갖기로 했다.
남 탓하며 악감정을 내 마음에 쌓지 않기로 했다.
나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어디 찾아보면 우쿨렐레 가르쳐줄 곳 있겠지.
오십에 배우는 우쿨렐레가 이렇게 중단되서는 안되지.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