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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a May 17. 2020

독일살이

#2 가장 보통의 하루

2020.05.17

3월 12일 이 후, 두달 하고도 5일만에 출근을 했다. 이 평범한 일상이 조금은 그리웠나보다.

그간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어서 혹시나 늦잠 잘까 걱정했는데 가볍게 눈이 떠졌다. 

첫번째 미사는 아침 9시 이스마닝의 세례자 요한 성당

St. Johann Bapist 성당 in Ismaning / München

이 곳 오르간은 한국에서도 제법 인지도가 있는 오스트리아 오르간회사 리거(Rieger)에서 제작했다.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도 리거 제작사 작품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지역 교회음악가 지원을 하고 오디션을 치를때도 이 오르간과 함께 했다. 예전 8년 동안 일하던 프라이부르크 성당과 비교했을 때 극과 극이라 할만큼의 울림 차이가 있어서 적응하기 쉽지는 않았던 오르간~

St. Johann Baptist 성당의 Rieger 오르간

45분만에 미사가 끝났다.

제의방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성당지기(Mesner) 안드레아스랑 커피 한 잔하고 다음 성당으로 이동!

안드레아스는 사투리가 심하다는 바이에른 중에서도 난이도 상! 니더 바이에른 토박이다. 동네 독일 사람들도 잘 못알아 듣는 네이티브 사투리 구사에 한참을 떠들고 나서도 무슨말을 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ㅎㅎ

10시 30분 운터푀링의 성 발렌틴 성당

St. Valentin 성당 in Unterföhring / München

300년이 넘은 바로크 양식 성당이라 내부가 제법 화려한 편이다.

이스마닝처럼 큰 성당은 아니어서 대축일에는 사람이 미어 터지는데, 좁은 2층 발코니에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구겨져들어가느라 합창단 단원들은 궁시렁궁시렁 나름 불만이 많다.

이 곳 오르간은 Frenger & Eder 회사에서 2012년에 제작했다.

음색이 12개 밖에 없는 작은 오르간이지만 소리가 예뻐서 참 좋아하는데, 오르간이 3층에 있어 매번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느라 미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숨이 가쁘다.

Frenger & Eder 오르간, Unterföhring / München

오전 11시 30분 퇴근!

난리통 같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두달+5일을 놀고 먹고, 복귀해서도 일주일에 2시간 일하는데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니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다. '쫒아내기 전에 안나가야지' 농담같은 다짐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고마운만큼 매시간 정성들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집 앞 공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2번, 우리집 서열 1위 구노님 산책 시중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주 내내 겨울 같이 쌀쌀한 날씨더니 오늘은 날씨도 환상적이다. 숨이 탁 트이는 느낌!

한국식 5층에 살고 있는데, 단열이 잘못된 집이라 외벽과 닿은 곳에는 너무나 쉽게 곰팡이가 창궐한다. 매번 곰팡이에 스트레스 받는게 지긋지긋해서 이사를 알아보다가도 집에서 100걸음이면 닿는 이 공원이 발목을 잡는다. 구노가 맘껏 뛰어놀수 있는 이 공원도 함께 옮겨 갈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쨌거나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에 참 감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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