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꼭 작년 이맘때의 일입니다.
백신 접종 이력이 스마트폰에 업데이트되고, 개인의 방문 이력이 질병청 데이터베이스로 수집되며 양성반응을 확인한 당사자의 이동경로 역학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발표가 보도되던 시기.
저는 생각보다 더 겁쟁이라, 군대도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다가 더 이상 징병제로 국방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 없어지는 시기가 도래하기를 원하던 사람이었고, 백신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될 때까지 스스로 철저하게 관리하며 무사히 지나갔으면(= 백신 부작용이 무서워서) 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군대는 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장교로 근무했고, 이제는 백신도 3차 접종을 마친 사람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올해 생일을 약 1주일 앞두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습니다. 다행히 델타 변이 등 증상이 심각한 바이러스는 아니었기 때문에 코와 목의 이물감으로 불편한 일주일을 보내는데 그쳤습니다. 그보다는 2년 반 만의 해외출장이 코앞에서 무산된 충격이 훨씬 더 오래 마음에 남아 때때로 마음이 뾰족하게 일어나 남들을 향하고는 합니다.
내가 겪는 일이 되어보니 주변이 달라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말만으로는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번 일도 그랬습니다. 혐오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감염된 사람들의 사정도 모른 채 나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확진자'라고 이름표 붙인 사람들을 미워했습니다.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유행의 끄트막에 누구로부터 옮겨왔는지조차 몰라 원망할 상대도 없이 일주일을 골골하다 보니 그간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어느새 7월. 다시 새로운 변이종이 전염에 박차를 가하는 듯 보입니다. 아무쪼록 올여름도 무사히 보내시기를 멀리 화면 너머에서나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