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였다. 여섯 시. 사무실에 퇴근을 알리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요일 가정의 날이면 나오는 퇴근송이었다.
직장을 다니다 공무원이 된 민구에게 처음 퇴근송이 놀라웠다. 민구가 직장을 다니던 때는 칼퇴는 없던 시절이었다. 근무일 5일 중, 2일은 회식 3일은 야근을 반복했다.
어느 날 여섯 시에 칼퇴근하고 사무실을 나섰는데, 생각보다 그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이 많아 적잖이 놀랐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조퇴하고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러 갔는데, 파리 날리는 동사무소 안에 지겹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무표정하게 민구를 맞아 전입신고를 처리해 주던 한 공무원의 일상이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 그렇게 민구는 뒤늦게 노량진으로 향했고, 2년 만에 9급 공무원이 되었다.
그리고‘퇴근송’을 듣게 된 것. ‘아, 공무원 하길 정말 잘했구나.’하고 생각했었다.
여섯 시가 되니 여기저기서 가벼운 인사를 남기며 퇴근하는 모습이 생경했다. 이런 직장도 있었구나 싶었다.
직원들이 하나둘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팀장도 컴퓨터를 끄고 자리를 정리하는 것 같았다.
“퇴근합시다.”
어느새 동장실에서 나온 동장이 직원들에게 퇴근 인사를 건넸다.
“아니, 통장님 언제 오셨어요?”
동장은 분명 동장실에서 밖의 소란을 다 듣고 있었을 터인데, 모르는 척 통장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네에... 뭐..”
통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동장을 쳐다보았다.
“오셨으면, 안으로 들어오시지. 차는 하셨고?”
챙겨주는 척, 능구렁이 같은 동장이 통장에게 말을 건넨다.
-“네에, 마셨어요.”
“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다 생겼어. 그래, 불이 나서 돌아가신 어르신 하고는 잘 아시는 사이세요?”
사망자는 일 년 전, 우리 동네로 전입 온 분이셨다. 통장과 잘 아는 사이 일리는 없었다.
-“뭐, 동네 주민이시니까요...”
“네에,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겨서, 저희가 따로 도와드릴 방법이 있는지는 알아볼게요. 걱정 마세요 통장님.”
-“네, 그러셔야죠.”
통장은 당연히 너희가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듯이 대답했다.
“네, 그럼 통장님 저는 오늘 좀 들어가 봐야 해서 다음에 또 뵈어요.”
동장은, 더는 길게 말을 섞지 않고는 통장에게 인사말을 전했고, 동시에 팀장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날리며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때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둘러 맨 팀장이 어느새 나타나 통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통장님 그럼 다음에 또 봬요. 들어가세요. 그분께는 동사무소로 오시라고 전해주세요, 통장님.”
팀장은 그렇게 사무실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엉거주춤하고 서 있던 통장은 우르르 퇴근하는 무리에 섞여 어쩔 수 없이 어영부영 사무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통장도 더는 앉아 있어 봤자 소용없다는 것 정도는 안다. 통장 한두 해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민구는 통장이 테이블에 남긴 종이컵을 탕비실 휴지통에 던져 버린 뒤 컴퓨터를 로그아웃했다. 여섯 시 오 분.
저녁 여덟 시에 끝나는 위층의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남아 있는 당번 한 명만 빼고는 사무실은 이미 텅 비었다. 민구의 오늘 영업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두 시간 뒤, 오늘의 당번이었던 지은이 쇠꼬챙이를 셔터 고리에 걸어 간신히 셔터를 내렸다. 두 번의 지문 매칭으로 보안 가동 완료. 그렇게 행정복지를 표방한 서비스센터의 오늘 영업도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