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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단 Sep 05. 2024

7. 우리가 '책임'이 있나?


소방서에서는 사망자의 부인인 할머니가 공공근로를 하러 집을 비운 사이에 할아버지는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으셨고, 번개탄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자살로 추정되는 화재 사건이라고 했다.


자세한 건 합동 감식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현장은 그렇게 정리 되었다.   

   

통장은 오갈 데 없는 할머니는 본인 집으로 모셔갔고, 민구는 거기까지 상황을 파악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낮에 통장을 만난 이야기를 동장과 팀장들에게 전했다.     

 



“아니, 민구 씨한테 그런 말을 했다고? 오늘 한 거야?”


동장이 놀라며 민구에게 말했다.


-“네에...”     

“아니 그걸 왜 민구 씨한테 얘기한 거야?”


민구네 팀장이 말했다.  

   

“나한테 전화를 하라고 하지.”


복지팀장인 혜숙팀장이 민구에게 말을 했다.

     

-“그 생각까지는 못 했어요. 그냥. 전달해 드리려고. 전화하라고 해버리면 미루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 나빠 하실까 봐요.”     

“그건 그렇네...”


동장이 민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순간 모두 조용해졌고, 다들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근데, 왜 전달이 안 된 거야?”


동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요한 동장실이 떠나갈 것 같이 큰소리였다.


“제설함이요. 그거 설치하고 염화칼슘 나르고 들어오느라고 그랬다니까요.”


민구네 팀장이 민구 편을 들며 대답했다.   

  

“그랬지. 아니, 우리가 이 상황에서 책임이 있나?”

 

동장이 드디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인‘책임’이라는 말을 꺼내 들었다.    



  

“글쎄, 며칠 전에 말했는데 우리가 안 나가 본 것도 아니고요. 그분. 복지 대상자도 아니세요. 설사 전달이 됐다고 해도, 이가 아프다고 저희가 다 도와드릴 수도 없고요. 그것 때문에 자살을 했다는 게 말이 안 되고. 뭐 다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있었겠죠. 어디서든 우리 책임이라고 몰아갈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잠깐 생각을 정리한 혜숙팀장이 동장에게 조목조목 분명하게 대답했다.      




“제 생각도 그래요. 동장님. 민구 씨한테 할 말도 아니고, 지나가다가 툭 한마디 던진 것 두고 통장이 민구 씨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제가 통장님하고 한 번 통화해볼게요.”

     

민구네 팀장이 민구를 두둔하며 동장에게 말했다.      



“그래, 일단 통화를 한번 해보자고. 아니 내가 전화를 하면 어때?”

-“그건, 좀 그래요. 우리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고. 동장님이 직접 전화하실 필요까지는 없어 보여요. 제가 통화할게요.”   

  

평소 먹보 팀장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맹한 말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랬다. 민구가 지나가다 들은 말로 그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까지는 없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말 한마디 던졌다고 책임이 동사무소로 넘어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하지만, '책임' 이라는 단어는 공중에 던져졌고 모두의 계산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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