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에서는 사망자의 부인인 할머니가 공공근로를 하러 집을 비운 사이에 할아버지는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으셨고, 번개탄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자살로 추정되는 화재 사건이라고 했다.
자세한 건 합동 감식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현장은 그렇게 정리 되었다.
통장은 오갈 데 없는 할머니는 본인 집으로 모셔갔고, 민구는 거기까지 상황을 파악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낮에 통장을 만난 이야기를 동장과 팀장들에게 전했다.
“아니, 민구 씨한테 그런 말을 했다고? 오늘 한 거야?”
동장이 놀라며 민구에게 말했다.
-“네에...”
“아니 그걸 왜 민구 씨한테 얘기한 거야?”
민구네 팀장이 말했다.
“나한테 전화를 하라고 하지.”
복지팀장인 혜숙팀장이 민구에게 말을 했다.
-“그 생각까지는 못 했어요. 그냥. 전달해 드리려고. 전화하라고 해버리면 미루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 나빠 하실까 봐요.”
“그건 그렇네...”
동장이 민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순간 모두 조용해졌고, 다들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근데, 왜 전달이 안 된 거야?”
동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요한 동장실이 떠나갈 것 같이 큰소리였다.
“제설함이요. 그거 설치하고 염화칼슘 나르고 들어오느라고 그랬다니까요.”
민구네 팀장이 민구 편을 들며 대답했다.
“그랬지. 아니, 우리가 이 상황에서 책임이 있나?”
동장이 드디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화두인‘책임’이라는 말을 꺼내 들었다.
“글쎄, 며칠 전에 말했는데 우리가 안 나가 본 것도 아니고요. 그분. 복지 대상자도 아니세요. 설사 전달이 됐다고 해도, 이가 아프다고 저희가 다 도와드릴 수도 없고요. 그것 때문에 자살을 했다는 게 말이 안 되고. 뭐 다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있었겠죠. 어디서든 우리 책임이라고 몰아갈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잠깐 생각을 정리한 혜숙팀장이 동장에게 조목조목 분명하게 대답했다.
“제 생각도 그래요. 동장님. 민구 씨한테 할 말도 아니고, 지나가다가 툭 한마디 던진 것 두고 통장이 민구 씨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제가 통장님하고 한 번 통화해볼게요.”
민구네 팀장이 민구를 두둔하며 동장에게 말했다.
“그래, 일단 통화를 한번 해보자고. 아니 내가 전화를 하면 어때?”
-“그건, 좀 그래요. 우리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고. 동장님이 직접 전화하실 필요까지는 없어 보여요. 제가 통화할게요.”
평소 먹보 팀장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맹한 말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랬다. 민구가 지나가다 들은 말로 그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까지는 없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말 한마디 던졌다고 책임이 동사무소로 넘어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