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령'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큰 이슈였다. 나는 강아지를 무서워한다. 그래서 'KBS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시청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다 보니 강형욱이라는 사람도 잘 모르고, 개를 얼마나 잘 훈련시키는지도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단순히 연일 도배되는 기사로만 접했을 뿐. 직원들을 cctv 9대로 감시했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 메신저도 감시했다. 말도 안 되는 금액을 퇴직금을 줬다. 개를 안락사 시키고 노래를 불렀다. 등등 이런저런 폭로 기사에도, 본인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연 매출 50억의 회사 상가와 토지를 모두 매물로 내놨다고 한다. 사실상 폐업 수순.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The 8 show)
넷플릭스 앱 캡처
최근, 정주행 한 넷플릭스의 시리즈가 하나 있다. 바로 '더 에이트 쇼(The 8 show)'. 개략적으로 설명해 보자면, 돈을 벌기 위해 특정한 장소에 모인 8명. 랜덤으로 1층에서 8층의 방 중 하나씩을 뽑아 들어간다. 그런데, 8층이 제일 많은 금액의 돈이 적립되고, 음식과 물도, 8층을 통해 8명분이 모두 제공된다. 즉, 아래층 사람들은 8층에게 얻어먹어야 하는 상황. 이로써 랜덤 뽑기를 통한 권력관계 형성.
결국, 이야기는 그 안에서 최대한의 돈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방법 찾기로 흐르고. 그 공간 속의 세계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약자에 대한 괴롭힘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는데....
랜덤으로 뽑았지만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과 자원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권력과 괴롭힘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 먼저, 살면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였다. 학교 대표로 육상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같이 학교 대표로 나갔던 친구 중 하나가 나를 싫어하는 아이였다고 한다.(대놓고 내게 말한 적은 없다.) 내가 항상 쓰고 다니던 하얀색 모자를 몰래 가져다 진흙을 묻혀 놓고는. 내겐, 다른 학교 애들이 그렇게 한 거라고 태연하게 말했었다.
나는 그때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다. 나중에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누군가가 말해줘서 괴롭힘 아닌 괴롭힘을 알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실은, 간접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것인데, 그러고도 나는 계속 그 모자를 태연하게 쓰고 다녔다. 나는, 본인의 괴롭힘에도 여전히 꼴 보기 싫게 하얀색 모자를 쓰고 다닌다는 사실에, 그 아이가 약간의 타격감을 느꼈기를 바라보았다.
- 살면서, 누군가 내게 권력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놓였던 적이 있었다.
직장의 잘나가는 부서, 잘나가는 팀장에게서 어느 날 아침 전화 한 통이 띡 왔다. 갑자기 나에게 점심을 사주러 오겠다는 것. 무슨 영문인가 했더니, 영어를 할 줄 아는 친구들을 인터뷰하고 다닌다나. 자기네 팀에 영어 통역을 전담하고 있는 친구가 해외연수를 신청하게 되어, 후임자를 면접 중이란다.
"우리 부서에 오면, 막 땡 하고 퇴근하고, 다른 직원은 일 있는데 저는 그만 가볼게요. 하고 퇴근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죠. 여기서 내가 우리 부서로 xx 씨를 땡겨주는 거는 엄청난 거야.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거 영어로 통역을 한 번 해봐요."
'이런, 내가 거기 가겠다고 했니. 인터뷰 보겠다고 했어? 영어로 통역은 무슨. 그거 할 줄 알면 내가 여기서 이 돈 받고 일하고 있겠냐.'
하고 생각했지만,
" 그 정도 실력은 안됩니다. 저는."
라고 말했었다.
" 그래요? 이거 엄청난 기회인데..."
"....."
그렇게 나는, 혹여 그 부서에 갔었더라면 6개월 정도 먼저 승진했을 지도 모를, 그 엄청난 기회를 놓쳤었다.
그밖에 권력을 부린다고 생각했던 순간에 놓였던 적은 많았지만, 그 권력을 괴롭힘으로 부린다고 생각하는 직접적인 순간에 놓였던 적은.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없었다. 사람이 권력을 가지면, 왜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을 괴롭히고자 하는 걸까. 그것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인간의 당연한 본능일까. 내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의 인격은 별것도 아닌 것. 내가 인사고과를 주는 부하 직원은 내 맘대로 부려도 되는 존재. 그것도 생존을 위한 당연한 본능인가.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처럼. 권력을 가진 자는 자연스럽게 그 권력을 가지고 쉽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 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그들의 행위가 권력을 가지지 못한 약자에게는 자연스레 괴롭힘으로 느껴지게 되는 걸까. 어쩌면 내가 매일 노동을 하는 것도, 가지고 있는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당하는 괴롭힘일까. 오늘도, 잠깐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