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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단 Sep 09. 2024

6. 무채색 인생, 색깔을 찾는 건 나의 몫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다 

무채색 인생길을 걷는다     

생각보단 길고 좁은 

무채색 인생 속 

색깔을 찾는 건 

나의 몫.  


   

몇 해 전, 떠들썩하게 결혼을 한 톱스타가(지금은 이혼을 했지만) 결혼 후 처음으로 선택한 한 드라마가 있었다. 한참 핫하게 떠오르던 연하의 또 다른 톱스타와의 작품이었는데, 드라마 첫회의 배경이 ‘쿠바’였다.      


‘쿠바’      

나에게 쿠바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그 쿠바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원래 이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명칭은 쿠바음악의 전성기였던 1930~40년대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동부에 있던 고급 사교클럽을 일컫던 말이다. 쿠바음악의 황금기였던 이 시기의 대표적인 음악가들은 모두 이 클럽에서 음악을 연주했는데, 혁명으로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회주의 이념을 담은 포크송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쿠바의 전통 음악은 뒤안길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비롯해 번성했던 아바나도 쇠퇴하였으며, 음악가들 역시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 1995년 미국의 한 음악 제작자인 ‘라이쿠더(Ry Cooder)’ 가 뿔뿔이 흩어졌던 이 연주가들을 하나하나 찾아 내, 한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6일 만에 라이브로 녹음을 끝냈던 앨범. 이 앨범은 출시와 동시에 세계적으로 쿠바음악 붐을 일으키며 빌보트차트 1위의 기염을 토했고, 600만 장 이상이 팔려 나갔다.    

  


그리고 그 앨범은, 당시 남미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사춘기의 절정에 놓여있던,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고등학생 나에게도 흘러들어왔다.   



  

1999년 앨범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이 되었고, 2001년 3월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지만, 서울도 수도권도 아닌 지방의 한 도시에 정주하던 고3이었던 신분상, 서울의 극장에서나 개봉한 영화를 보러 기차를 타고 상경까지 할 수는 없었고, 


수능시험을 마친 2001년 12월 동네 도서관에 dvd를 보 수 있게 해 마련해 놓은 컴퓨터 앞에서 헤드셋을 끼고 기어이는 그 영화를 보고야 말았고,      


중학교 때부터 ‘아스토르 판탈레온 피아졸라(Astor Pantaleón Piazzolla)’에 빠져 남미 음악에 심취한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내 마음속에 다시 한번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었다.    


그로부터 얼마 간 포르투칼어나 스페인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겠다고 굳게 결심을 했었지만, 그 결심은 머지않아 취업이 제일 잘 된다는 ‘영어영문학과’라는 잘 닦인 길로 마무리되었고, 서서히 잊히게 되었던 그 ‘쿠바’였다.     





그로부터 어언 이십여 년 가까이 흘러 온, 무채색 인생의 절정에 놓여있던 나에게 비친 TV 속 아름다운 주인공들이 놓여있던 배경의 쿠바는 놀랍게도 ‘색깔’을 입고 있었다.   

   


물론 TV라서 그럴 수도 있다. 주인공이 예뻐서 일수도 있다. 주인공이 입고 나온 빨간색 원피스가 쿠바의 파스텔 톤을 입은 색색의 건물들과 컬러풀한 올드카와 너무 잘 어우러져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헤밍웨이가 사랑한 쿠바의 아바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연주가 금방이라도 흘러나올 것 같은 카리브해의 낭만을 가득 품은 쿠바의 거리 곳곳은, 음악과 예술로 가득한 자유롭고도 자유로운 그들만의 색깔을 입고 있는 곳이었다.      



나의 무채색 인생에도 색칠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갑자기 스멀스멀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가진 쿠바에 한가운데에 빠알간 원피스를 입고 노란색 올드카를 탄 나를 상상한다. 

혹은, 상상해보지도 못한 장소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따뜻한 에티오피아 드립커피 한 잔을 마시며, 노트북을 펼치고 무언가를 적어 내려 가는 삶을 상상한다. 

 

그렇게 나만의 색깔을 입은 나의 인생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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