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고3이다. 이과라서 이번 학기엔 미적분을 공부한다. 매일매일 미적분은 쓰레기라고 성토한다.
얼마나 힘들면 오랜만에 입술 안쪽이 하얗게 헐었다.
따가워서 매운 음식은 못 먹는다고 한다. 따가워서 인상을 찌푸린다. 비타민도 챙겨주고 눈의 피로를 줄여주길 바라며 루테인도 주었다.
내일은 입안 헌 곳을 코팅시켜주는 부착용 입병 약을 사다 줄 생각이다. 기억에 의지할 수 없으니까 구글 캘린더에 야무지게 적었다. 퇴근길에 사 오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미적분을 보고 또 보고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다. 스스로 미적분을 공부하는 모습이 참 기특하다.
아이는 내성적이라서 밖에 나가는 것보단 집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학기 초엔 야자를 열심히 하더니 이젠 집에서 공부한다. 사람이 많은 곳이 피곤해서 힘들어서 집에서 공부하겠단다. 학교 야자도 스카도 안 가고 집에서 공부한다.
공부하다가 당이 떨어지면 한 번씩 나온다. 마치 사막에서 식량이 떨어진 사람처럼 거실에 나와서 물도 보충하고 과자도 챙긴다.
고 3 엄마인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떨어트리지 않는 임무를 감당하고 있다. 아침에 간단하게 챙겨 먹기 좋은 버터모닝빵과 아이가 좋아하는 자몽주스를 떨어지지 않게 구입한다. 거기에 아이가 좋아하는 초코 과자도 빠트리지 않는다.
아이는 혼자 방에서 매일 밤 미적분과 고군분투 중이다. 나도 고등학교 때 미적분을 배웠다. 하지만 문과인 나는 평생 미적분은커녕 수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사용할 일이 없다.
우리나라 수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직업이 몇 개나 될지 모르겠다. 그 시간에 책을 한 줄 더 읽고 책에 대해야 이야기를 나누고 글도 쓰게 해 주었다면 평생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 텐데…
현실은 현실이니 겸허히 투덜거리며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나? 아이도 나도 평생 쓸 일 없을지도 모르는 미적분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시킨 이 나라 교육을 원망하며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공부가 새로운 배움을 얻게 하고 배움의 즐거운을 갖게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대입을 위한 공부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쓰고 부모들은 졸업 후에 다시는 볼 일 없는 무쓸모 수학에 노후자금을 끌어다 쓴다.
어찌할꼬?!
아이들이 글을 읽고 충분히 생각하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교육으로 부디 바뀌어서 세상을 놀라게 할 연구자들과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까?
우리 딸은 지금도 나에게 선언한 대로 오는 주말까지 미적분 1000문제를 풀기 위하여 미적분과 씨름 중이다. 공대를 갈 생각도 없지만 어쩌겠냐. 수학이 입학당락을 결정하는 주요 교과목이니까.
안쓰럽고 불쌍한 이 땅의 고3들이 입병도 소화불량도 이유 모를 두통과 복통을 이겨내고 부디 자신의 꿈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부디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니까 내 인생의 길과 방향을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나만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열리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고3과 고3 엄빠 모두 파이팅!
아이들을 격려하고 안아주어요. 무시하거나 비난하지 말아요. 아이들이 제일 힘든 당사자랍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일지라도 공부하는 아이도 힘들어서 잠시 쉬는 아이도 모두 힘들답니다. 공부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부디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믿어 보아요.
#고3엄마 #일기 #미적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