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04 고3 엄마 일기(2)_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사실 아이가 어릴 때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가 대부분의 부모들의 소원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면 뭘 더 바라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키운다.
그런데 사실 낳는 순간부터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기대가 시작된다.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이 있고 눈코 입이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하지만, 모유를 잘 먹기를 바라고 응가를 잘 싸길 바라고 그 누구보다 무럭무럭 잘 자라길 바란다.
모유를 잘 먹고 푹 자고 잘 싸는 아이는 산후조리원에서 1등 아이가 된다. 예전에 우량아 대회를 하던 시절엔 우량아가 부모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다음엔 누가 먼저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걷는지가 관심사이다. 다른 집 아이와 우리 집 아이를 비교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실은 나도 모르게 다른 집 아이보다 먼저 고개를 들면 기분이 좋다.
애초에 아이마다 다르니까 비교하고 만족할 일도 아닌데 말이다. 내 아이가 제 개월 수에 맞게 발달하고 있는지가 걱정스러우니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 우월감과 부심의 시작은 그때부터이다.
제발 그러지 말자. 내 아이를 다름 집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고 수백 번 되뇌지만 뭐든 아이가 못할까 봐 걱정하게 된다. 부모들의 조바심은 이미 아이들이 목을 가눌 때 못 가누고 뒤집을 때 안 뒤집을까 봐 와 함께 시작한다.
난 정말 아이가 늦게 기어도 늦게 걸어도 늦게 말해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러니 아이의 고3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부모는 과연 몇이냐 될까? 아마 단언컨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잘하면 자랑스럽고 잘 자라서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아이를 보면 뿌듯할 것이다. 아이가 걷기를 시작할 때 부모들이 느끼는 감동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감동은 보통 성적이 안겨다 준다. 아이가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가면 성공한 부모가 된 것처럼 뿌듯해한다.
성적이나 대학 합격이 아이의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이와 나의 인생을 분리하고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주인이니까 나는 옆에서 응원만 하면 되고 필요한 것만 지원해주고 싶은데 먼저 살아온 내가 아이에게 어떤 조언도 안 하는 건 직무유기 같아서 아이와 공부에 대한 대화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미적분과 영어 성적이 부진하다 보니, 아이와 공부에 대해서 다시 대화를 나눴다. 아이도 심각성을 느끼고 다음 주까지 미적분을 1000문제 풀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했다. 만약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외든 학원이든 엄마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단다. 우선 심각성을 느끼고 계획을 제시한 아이가 기특했다.
때늦은 노력이든 계획이든 노력하려는 아이에게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있나? 아이가 이 과정을 통해서 인생의 주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배우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선택도 스스로 하고 책임도 스스로 지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훈련을 한다면 어떤 문제나 위기 상황에서도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부모는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사다리를 만들고 놓을 수 있도록 조언하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그러면 아이는 그다음 인생의 길목에서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갈 테니 말이다.
부모가 이겨내야 할 가장 큰 산은 조급함이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지 못하고 당장 해결해주다 보면 선택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부모가 지게 된다. 아이의 인생을 언제까지 대신 살아주겠는가?부모는 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잠시 만나고 헤어질 수도 있다.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믿어주고 격려하자.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내 욕심을 내려놓고 이이를 기다리고 믿어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니 조금만 참아내자.
우리 아이도 지금은 부모가 생각하는 기준과 다른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엔 깨닫고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날이 올 것이다. 우리도 살면서 지나고 보니 깨닫게 되는 것이 셀 수 없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물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고 조언도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한 대로 선택할 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아이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지 부모의 아바타도 로봇도 분신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이를 향한 나의 욕심과 아쉬움을 내려놓고 응원하고 격려하고 사랑하자. 아이의 방식을 존중하자.
우리는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어떤지 모른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미래를 살아갈 지혜롭고 현명한 방식을 찾아낼 것이다. 이미 아이보다 과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우리도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전혀 모르지 않는가? 얼마나 빠르게 세상이 달라지는데 우리가 과거에 살아온 방식을 아이에게 강요할 것인가?
이젠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고유의 콘텐츠와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부디 기억하자.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우리도 모른다. 오히려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더 잘 알지도 모른다. 인간은 결국엔 생존하기 위하여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이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미래에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더 잘 알 수 있다.
#아이들의생각도존중하기
#과정이소중함을알려주되아이의선택을믿어주기
#아이스스로선택하고책임져야함을알려주기
#고3엄마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