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엄마의 업무 시간과 SOS 지원군

by 새나
정시 퇴근을 위하여 업무에만 매진

나는 직장인 엄마로 살면서 최대한 아이들 일로 휴가를 내거나 아이가 아프다고 늦게 출근하지 않았다. 육아를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육아를 하느라 업무에 소홀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다 보니 업무시간 내내 절대 딴짓(?)을 할 수가 없었다. 흡연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수시로 흡연을 하러 간다. 흡연을 하러 가는 시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게 되고 흡연하러 간다고 하면 이해해주는 문화가 있다. 아마도 남자들은 군대에서부터 흡연하면서 쉬는 것이 일상화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흡연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일과 중에 잠깐 차 한 잔을 하러 가거나 바람을 쐬러 나간다는 것은 정시에 퇴근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내가 꿈꾸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들이 아플 땐 SOS

나는 아이들이 아프게 되면 평일에 하루 쉬는 남편에게 병원에 데려가도록 부탁하고 남편과 일정을 조율했다. 만약에 급하게 아프면 나보다 집이 가까운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다행히 남편이 아이들의 병원 방문을 주로 책임져주어 아이들이 아파서 직장에 늦거나 휴가를 낸 적이 거의 없다. 혹시 오후부터 갑자기 아프거나 열이 올라서 토하거나 할 경우에 남편과 내가 모두 시간이 안 되면 차 운전에 익숙하고 바쁜 일을 다 제쳐두고 달려와주시는 친정 엄마에게 SOS를 치기도 했다. 다행히 친정 엄마가 사위와 딸 그리고 손주들을 위해서 달려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셨을 텐데도 감사하게도 아이들을 돌봐주셨다. 친정 엄마가 간호사라서 아이들이 아플 때 오시면 더 안정감이 생겼던 거 같다. 주양육 파트너가 있어도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는 일까지 맡기긴 쉽지 않다. 그래서 친정이나 시댁에서 급할 때 어쩌다 한 번은 오실 수 있는 거리에 살면 훨씬 마음이 놓인다. 양가 부모님이 지방에 사시는 경우에는 엄마나 아빠 중 휴가 내기가 용이한 사람이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


최대의 업무 효율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유아기였을 때 오히려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업무 효율도 최대였던 거 같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었던 그 시절엔 도시락도 싸서 회사에 출근하고 아직 눈도 안 뜬 아이를 업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차를 몰고 최대한 안 밀리는 길을 찾아가며 출근했다.

한시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기획안 작업을 하면서 마치 내가 원래 아이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일에 매진했다.


집으로 출근

하지만 퇴근하고 나면 오로지 아이들 생각으로 가득했다. 저녁을 같이 먹고 아이들을 씻기고 책을 읽어주고 잠을 재웠다. 하루 종일 같이 있지 못했던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저녁 시간을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아픈 하루를 보냈다면 깊은 잠이 들기 전까지 엄마 아빠에게 칭얼거리고 안아달라고 하면서 꼭 붙어있으려고 했다.

아파서 칭얼거리는 아이를 번갈아가면서 안아주고 아이가 잠들 때까지 토닥토닥하다 보면 아이가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집에 와서도 쉬지 못하는 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아이를 안은 채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왜 그렇게 눈물이 많아지는지 자녀들을 낳은 후부터 직장을 관두었던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가 하시는 "애들 키우면서 직장까지 다니려면 힘들 텐데 애들만 보는 게 어떠냐" 는 말이 나를 생각해주는 말로 들리지 않고 그렇게 까지 해서라도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거 같아서 서운한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 힘들어도 가 보려고 하는데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가 같은 여자로서 응원을 해주기보다는 본인들이 살아온 삶처럼 살면 될 텐데라는 뉘앙스로 하는 말은 나를 더욱 서럽게 만들었다.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로 들리지 않고 나 외의 다른 가족들을 고려해서 하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일하면서 육아를 하는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회사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점심시간에 만나는 동아리 언니들이나 동료들이 위로가 되었다. 언니들 중에는 나처럼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거나 자녀계획 중인 같은 입장의 언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가족이 내 맘 그대로를 이해하기 바라기보다는 대화가 통하는 직장 동료들과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일을 같이 하는 같은 팀 동료나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는 동료보다는 동아리나 편한 동료들끼리 직장맘 모임을 만들어서 주기적인 만남을 갖는 것도 추천한다.


업무만 하기에도 바쁘지만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다 보면 서로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혼자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갖게 되는 동료의식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종류의 동지애는 나만 어려운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해서 위로도 받게 되고 선배 엄마에겐 현실적인 조언을 얻게 되고 후배 엄마에겐 도움을 줄 수 있다.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의 연대는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는 거라는 희망을 갖도록 도와준다.




나의 지원군 친정 엄마와 이제 17살이 된 큰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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