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을 가득 채운 것
가만히 보면 주변을 챙기느라 가장 중요한 가족들을 많이 못 챙겼다. 일이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일을 하고 돌아보니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어 있다. 엄마 아빠는 70대가 되었고 남편의 머리엔 흰머리가 반 정도를 차지하게 되었다.
공부하고 아이 둘을 낳고 30세에 첫 회사에 입사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5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처음엔 일도 재미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참 좋았다. 의리와 신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나는 한번 인연을 맺은 소중한 사람들을 열심히 챙겼다.
그러다 보니 일이 재미있어서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열심히 했지만 업무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 후에도 그 전 회사의 동료들을 정기적으로 만났다. 지금 생각하면 소중한 사람들을 두고 새로운 일이 하고 싶어서 이직했던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앞섰던 거 같다. 사실 남은 이들은 남은 이들대로 잘 살아간다. 내가 함께 일하면서 이룬 성과들이 아쉽고 그 일을 위해서 애써 준 이들에게 감사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을 하러 떠나는 내가 그렇게까지 미안해할 일은 아니다.
함께 하는 동안 서로 즐거웠고 보람 있었던 것만으로도 우리의 만남의 의미는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자인 내 뜻에 따라준 디자이너와 제작자와 개발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하나 가득이다. 내가 기획한 서비스를 사용할 고객에게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힘들었다. 일상적인 서비스나 다른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다른 정성을 한 스푼씩 더 넣다 보니 함께하는 이들도 힘들지만 그 뜻을 어여삐 여기며 따라주었다.
서비스는 기획자와 함께 만든 이들의 진심이 한 스푼 들어가야 고객도 서비스를 좋아하게 된다.
여러 번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얻은 경험이다.
내가 만족하고 좋아하면 고객도 만족하고 좋아한다.
사실 내 서비스를 가장 먼저 사용하는 나와 동료들이 만족하지 않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서비스 기획자로서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처음 의도가 반영되지 않거나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 비용과 일정으로 인해 서비스를 내놓게 되면 그 결과는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직장인이다 보니 처음 세운 계획에 맞추어 만족스럽지 않은 서비스를 론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시 달리게 된다.
그렇게 살아온 기간이 프리랜서 기간까지 20년이 다 되어간다.
내가 내놓을 서비스가 부끄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보고 또 보고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가족들이 최우선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아무리 일이 중요해도 가족이 먼저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제로 가족을 그렇게 귀중하게 여기지 못한 날들이 참 많다.
최대한 일과 가족에게 부여하는 시간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항상 균형이 맞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과 주말엔 가족을 최우선으로 할 필요가 있다. 집에서도 일하고 주말에도 온 정신이 일에 쏠리면 가장 소중한 가족들에게 미안할 수 있고 스스로에게도 미안할 수 있다.
쉽지 않지만 스스로 가족과 일에 배분하는 시간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절대로 잊지 말자. 내가 맡은 일도 나의 가족도 소중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