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안 아플 거야
어느 부모나 그렇겠지만 내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아이만은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길 바란다. 아프지도 않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리거나 먼저 놀려서 부모가 소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들 다 걸리는 무덤까지 쫓아간다는 수두에 걸리기도 하고 약을 오랫동안 먹어야 치료가 되는 수족구나 중이염에 걸리기도 한다. 아무리 홍삼을 먹이고 비타민을 먹이고 집에 오자마자 손을 씻게 해도 수시로 감기에 걸려서 콧물을 흘리고 코가 막혀서 잠투정을 하며 밤새도록 칭얼거린다.
아이의 치아건강을 위해서 입에는 뽀뽀도 안 하고 단 걸 먹으면 바로바로 이를 닦아주었는데도 이가 상해서 속이 상한다. 건치가 오죽하면 5대 복 중 하나일까? 사람마다 타고난 치아건강 수준이 있는 듯이 옆집 ㅇㅇ엄마보다 열심히 혀도 닦아주고 양치도 해 주었지만 우리 아이만 충치가 수두룩해서 어린이 치과에 가서 수면치료를 받기도 한다.
특히 아이가 집에서 쓰지 않는 욕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배워오면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거 같고 거짓말을 수시로 하면 아이의 인성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에 밤새도록 고민을 하기도 한다. 사실 아이의 언행을 부모가 모두 조절할 수 있다는 사고 자체가 불가능한 것을 꿈꾸는 것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아이에게 닥칠 불행이나 어려움을 예방하려고 하면 그것으로 할 바를 다 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가 내가 기대하고 계획한 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아닌 것처럼 부모도 내 계획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하여 공부도 하고 자료도 찾아보고 실천도 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부모도 하나고 나의 아이 같은 자녀도 하나다. 서로에게 하나인 이 관계는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을 유일한 관계이다.
내 맘대로 안 되는 자녀로 인하여 속상하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심리적인 유연성을 가지고 그때그때 벌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내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는 나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부모인 나도 자녀인 아이도 서로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속을 끓여도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이제부터는 이미 벌어진 일을 통한 배움을 헛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 볼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는 있다.
아이도 나도 매일매일 겪는 일들이 새로운 일들이고 매일매일 처음 만나는 하루하루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나도 아이도 알고 있다. 물론 피곤해서 다른 일이 바빠서 아이와 나의 관계에 소홀하기도 하지만 그 상황 안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자책해도 그 일이 있기 전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나와 아이를 토닥토닥해주며 얼마나 당황스럽고 힘들었을지 받아들이자.
나도 아이도 더 이상 탓하지 말고 인정해주자. 그것은 포기나 체념과는 다른 수용이고 새롭게 시작되는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나와 아이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ㅇㅇ야, 오늘도 수고 많았어. 참 잘했어.
이제 푹 자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