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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바라기 Nov 06. 2023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팁을 받았다고요?

만원의 행복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편의점이었다.


19살, 대학 수시에 합격한 나는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내가 일한 편의점은 어두컴컴한 골목길에 위치한 곳이었고, 난 저녁 6시 반에서 12시 반까지의 시간대를 맡았다.


미니스톱 편의점에서 일했었는데, 단골손님들이 많았고 술집 근처라 취객들은 더 많았다. 이 편의점은 우리 동네에서 매출이 높기로 유명했다. 장사가 아주 잘 됐다.


6시 반에 도착하면 시재 점검을 한 후 바로 햄버거를 만들고 닭을 튀기고 꼬치를 만들었다. 내 일이 시작된 거다. 그러다 물류 트럭차가 오면 물품 정리를 했다. 주문한 물품과 수량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손님이 오면 계산을 하고 특정 시간이 지나면 유통기한이 지난 샌드위치, 삼각김밥, 김밥 등등의 식품을 폐기로 찍었다. 술, 음료, 과자 등 부족한 재고는 창고에서 꺼내 선반을 가득 채워 넣었다.


편의점에서 일할 때는 첫 아르바이트였기에 어렸고 순진했다. 그래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한 취객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 이후부터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돈이 없는데, 내 지갑을 맡길 테니 우산을 가져가면 안 될까요? 내일 꼭 돈을 주러 올게요."


취객의 말에는 신뢰가 없다는 것을 놓쳤던 나는 그대로 그 말을 믿고 우산을 줬고, 그 취객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때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나는 그 우산을 내 돈으로 메꿔놓았다.


나름 그때는 그 손님의 눈이 진실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술기운에 감기는 눈꺼풀을 이기기 위해 힘을 쓴 눈임을 이제는 안다.




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 두 가지의 큰 이벤트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1. 허니버터칩 과자 출시

2. 담뱃값 인상


아르바이트를 할 때면 친구들의 연락이 우수수 왔다.


"너네 편의점에서 허니버터팁 과자를 구해줄 수 있니?"


점장님께 물어보니 편의점에서도 아예 납품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주문을 해도 1박스만 오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신분으로 난 친구들보다는 좀 더 빨리 허니버터칩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힘들고도 괴로웠던 담뱃값 인상.


가격 인상 전에 급하게 담배를 싹쓸이하러 오는 사람들로 난리였다. 우리 편의점은 점장님, 사장님이 아주 양심적이었던 분들이라 재고가 있는 대로 손님들에게 담배를 팔았었고, 그것을 악의로 숨기거나 재고가 없다고 거짓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공급량에 비해 엄청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런데 일부러 담배를 숨기고 있는 거 아니냐, 내가 몇 년 단골인데 너네가 이러냐, 인상 후에 팔려고 이러냐, 너네 신고한다 등등 말도 안 되는 언행으로 나의 정신 건강을 괴롭히는 손님들이 많았다. 가격 인상 후 담배를 사려는 손님이 인상 전의 담뱃갑 포장 이미지와 같다고 다른 담배를 주라는 억지는 아주 귀여울 정도였다.


아무튼 우리 편의점의 손님들은 대부분 억세고, 강했다. 나까지 흥분하여 대처할 순 없었고, 난 유하게 순하게 웃으며 응대했다.




난 인사성 하나는 좋았는데,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손님에게 인사하고 물건을 찾아주고 안내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러다 그 손님이


"아이고, 웃으니깐 나까지 기분 좋아지네. 친절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

 

라며 바나나우유를 주시는 게 아닌가. 처음엔 거절하다가 나중엔 그 바나나우유를 받았다. 그런데, 바나나우유와 함께 1만 원 지폐까지 주시는 거였다!


그땐, 너무 당황해서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만원을 놓고 바로 나가시는 바람에 난 그 팁을 고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1만 원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괜스레 웃게 되었다. 돈이 좋아서이기보다는 그동안 손님들에게 데었던 일들이 많았고, 그에 대한 위로로 느껴져서였다.


그 손님은 아실까?


본인이 받은 친절에 대한 보답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그 마지막의 기억으로 5개월의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힘들었던 순간이 아니라 '나 편의점에서 일할 때 팁 받은 사람이야~'라고 으스댈 수 있는, 아주 소소한 일상으로 남게 되었다. 


기억은 나중에 미화된다고 하는데, 내 기억의 미화는 그 손님 한 분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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