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바라기 Nov 13. 2023

스크린골프장에서 노동착취를 당했다고요?

-주 7일 16시간 근무의 끝은?

나의 두 번째 아르바이트는 스크린골프장 아르바이트였다.


스무 살, 대학생이 된 후 처음 맞이한 여름방학이었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방학이 두 달이라는 게 신기했고 설렜다. 기숙사 짐을 정리하고 본가로 내려가 바로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난 매일 새로고침을 하며 구인 광고를 확인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방학 동안 본가로 내려왔기에 방학기간 중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 한 들 하늘의 별 따기보다는 쉬웠다. 그리고 어제, 그제, 엊그제와 같이 집에서 뒹굴거리며 침대에 누워 또 커뮤니티 사이트의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 나는 드디어 내 조건에 맞는 새로운 구인 공고를 보게 되었다.


스크린 골프장 아르바이트생을 구합니다.

1. 기간: 6월 말~8월 말

2. 급여: 최저시급

3. 근무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4. 인사성이 좋고 밝은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구함


딱 나였다!


바로 공고문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사장님은 공고를 이렇게 빨리 봤냐며 놀라면서 면접을 보자고 말했다. 그 당일 저녁에 바로 면접을 봤고, 난 내일부터 4일간 교육을 받고 출근하기로 결정했다.


알바를 구하지 못할까 봐 걱정과 불안에 떨었는데 이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었고, 설렘과 함께 나의 두 번째 아르바이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약 두 달 동안 난 노동착취를 당했다.


스크린골프장 아르바이트생의 하루이다.


먼저 오전 10시 스크린골프장에 도착하고 오픈 준비를 한다. 1층, 2층의 컴퓨터 전원과 스크린을 켠다. 참고로 1층은 회원들이 주로 골프를 연습하는 공간이다. 2층은 골프존과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임룸 8개 방이 있는 곳이다. 오전 10시 반부터 회원들이 골프 연습을 하러 오면, 회원관리 프로그램에 회원 참석을 입력하고 시간을 체크한다. 한 번 할 때마다 2시간의 시간제한이 있는데, 사실 이 이상으로 연습하는 분들은 없었다.


그리고 오전 11시 이후부터 2층 게임룸 이용 손님들이 몰려온다. 단체로 오는데 인원수에 맞춰 과자, 물, 물수건, 골프채가방 등을 챙겨 함께 올라간 후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게임을 넣어준다. 이후에 손님들이 화기로 요청사항을 말하면 그때마다 필요한 것들을 들고 올라간다. 손님들이 게임을 마치면 계산을 하고 다시 룸으로 가 해당 게임룸을 정리한다.

 

수시로 손님들이 땀을 닦는 물수건을 냄비로 삶고 식혀 냉동고에 놔둔다. 그렇게 오후를 정신없이 보내면 밤 10시엔 1층 골프연습장을 마감하기에 골프공들은 정리하고, 청소기로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마지막으로 에어컨과 선풍기, 컴퓨터를 끈 후 문을 닫는다. 2층은 오후 10시 반까지 게임 손님들을 받는데, 모든 손님들의 게임이 다 끝난 후에야 골프공 등을 정리하고 닦고 모든 기기들의 전원을 끈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인 화장실 청소를 한 후에 난 문을 닫고 집으로 간다.


10시 반 이후 2층 게임룸의 손님이 없으면 내 퇴근 시간은 보통 오후 11시이지만 10시 반에 손님이 오게 되면 그 손님들이 끝날 때까지 내 퇴근시간도 미뤄져 난 새벽 1, 2시에 퇴근하는 일이 허다했다.


다른 곳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 해당 스크린 골프연습장에서 일할 때는 손님들의 심부름도 해야 했다. 보통 담배, 껌, 사탕 등등의 심부름을 많이 시켰고 안 그래도 만석인 2층 게임룸에 신경이 곤두서는 와중에 손님들의 개인적인 심부름도 동시에 해야 했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컴퓨터와 스크린은 골프공과 골프채만큼 중요한데 컴퓨터는 잔고장이 많았다. 본체를 열어 먼지를 닦고 다시 전원을 켜서 작동 여부를 확인했고 신기하게도 이 방법까지 가면 다 고쳐지긴 했다.


사장님은 모든 것을 다 나한테 맡겼고 스크린 골프장엔 거의 오지 않았다. 레슨이 있는 날에 맞춰 현금을 찾으러 오거나 주간 매출을 확인하러 올뿐 그 이외에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어느 날 오랜만에 온 사장님이 나를 보더니 한 마디를 던졌다.


"급여는 너 마지막 날 근무일에 줄게."


보통 급여는 월급으로 받게 되는데, 두 달 치 급여를 마지막 날에 준다는 것이었다.


본가에서 지내고 있었고

주 7일 근무에

종일 내내 일하고 있는 터라

정말 돈 쓸 시간이 없었기에 급여를 언제 주느냐는 중요치 않았다.


사장님께 알겠다고 했으며 난 얼른 방학이 끝나 2학기가 시작되기를 소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8월이 되고 말일이 가까워질수록 내 피로도는 극에 달했고, 체력은 떨어지고 몸 상태는 망가졌다. 하루에 최소 12시간, 길게는 16시간을 일했던 나는 젊어서, 아무것도 몰라서 두 달을 버텼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노동환경이다. 휴게시간은커녕 식사시간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날 파괴시킨 두 달이 지난 후 난 드디어 스크린 골프장에 벗어날 수 있었다. 마지막날에 주겠다는 급여는 개강 이후에 겨우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급여는 내가 예상한 금액보다 적었다. 급여가 이것밖에 안 될 리가 없는데? 계산을 해보니, 4일의 교육과 밤 9시 이후의 근무시간은 무시한 금액이었다. 버젓이 근무일지에 마감시간까지 매일 적어놓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 사장님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진 않았지만 급여가 적은 것 같으니 확인해 달라는 연락을 남겼다. 그런데 하는 말이 구인 공고에 적힌 근무시간으로 일수를 계산해서 입금한 것이라고 말하는 거다. 황당함이 밀려왔고, 당혹스러움에 휩싸였다. 정신을 차리고 나도 다시 답장했다.


[사장님~ 근무일지표를 보면 제가 마감한 시간도 작성했을 거예요. 그때까지 일한 거랑 교육 때 일한 것도 함께 입금 부탁드려요.]


그리고 내 카카오톡 메시지는 보낸 지 2분 만에 1이 사라졌고 답장은 끝내 오지 않았다. 단순 계산으로 내가 받지 못한 금액은 약 80만 원~100만 원쯤 되었다. 다시 전화를 할까 하다가 나는 포기했다. 이미 몸과 정신이 두 달간의 근무로 지쳐있었고, 다시 그 분과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피로했다. 사실, 회피한 것이다. 갈등 상황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물론, 지금이었으면 내 권리를 되찾을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쟁취했을 것이지만 그때의 난 나약했고 어리석었다. 7, 8년쯤 지난 지금은 저 때의 일을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약인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 될 때까지 사람을 불신했고, 사람의 말을 의심하게 됐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나는 저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하는 내 삶의 기준을 잡긴 했다.


나의 노동착취의 결말이 그리 썩 맘에 들진 않겠지만, 내가 권선징악을 보여준 사례가 되지는 못했지만, 간혹 세상에 내비친 여러 용기들이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분들은 꼭 사이다를 마시는 엔딩을 맞이하시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