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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Sep 28. 2024

엄마가 된다는 것

가치 있는 것은 얻기 어렵다. 

"진실을 말하자면 아이를 낳는 건 정말 고생스러운 일이야"


엄마가 되고 난 다음에는 모든 걸 다 참아내야 해

엄마라는 이름으로 말이야.

망가진 몸매, 감정 변화를 참아내는 건 

가장 힘든 일에 끼지도 못해



산후조리를 마친 바로 다음 날

내가 깨달은 게 뭔지 알아?


출산과 함께 이전의 구자는 이미 죽었고

지금 남은 건 "쉬쯔의 엄마"뿐이라는 거야 



쉬쯔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곤 해


'저 아이는 언제 다 크는 걸까?'

'대체 언제 혼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될까?'

'언제쯤 본인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되고 나한테 보답을 해줄까?'


그런데 실제로는 내가 쉬쯔옌을 못 떠나는 거야.



아이를 낳으면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약해질 거야

왜냐면 이 세상이 내 아이한테 더 너그러워졌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거든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강한 사람이 되기도 해


남한테 비굴하게 부탁하고 무릎을 꿇어서라도

내 아이만큼은 조금의 상처도 받지 않게 하고 싶거든


날씨에 상관없이 열심히 운동도 하게 될 거야

병에 걸릴까 봐 두렵고 죽는 건 더 두려워지거든


그리고 정말 최선을 다해 살게 될 거야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을 다 감당하려면 말이야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거 정말 쉽지 않겠지?                       



                                                                                                                         <겨우 서른> 중 




임신기간이 길 수록 모성애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 짧은 듯 하지만 다양한 몸의 변화를 처음 견뎌내는 10개월이라는 기간은 

또 상당히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 보다 2배, 22개월 임신기간을 보내는 코끼리는 뱃속에 오랜 기간 새끼를 품은 만큼 

모성애가 강하다고 한다. 


뱃속에 나의 아이를 상상하고 기다리며 모성애가 강해지는 것일까?



종종 내가 뱃속에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 엄마가 된다는 이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곤 한다. 

언젠가는 배가 불러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급하게 깜박이는 신호등을 건너려다가 

넘어진 후 "아차" 한 적이 있었다.


결혼준비를 하면서도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일까. 


사실은 누구든 이렇게 삶의 큰 순간들을 흘러가듯 자연스레 맞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누구의 엄마가,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되어 있는 모습



아직 "엄마"로서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것, 

아이를 위해 이제는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고 

아이에게 늘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힘든 일도 참아내고 삼켜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 누구보다 강해져야 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나의 핏줄, 한 생명을 사회구성원으로 길러낸다는 것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되는 것이 "출산"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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