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것은 얻기 어렵다.
"진실을 말하자면 아이를 낳는 건 정말 고생스러운 일이야"
엄마가 되고 난 다음에는 모든 걸 다 참아내야 해
엄마라는 이름으로 말이야.
망가진 몸매, 감정 변화를 참아내는 건
가장 힘든 일에 끼지도 못해
산후조리를 마친 바로 다음 날
내가 깨달은 게 뭔지 알아?
출산과 함께 이전의 구자는 이미 죽었고
지금 남은 건 "쉬쯔의 엄마"뿐이라는 거야
쉬쯔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곤 해
'저 아이는 언제 다 크는 걸까?'
'대체 언제 혼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될까?'
'언제쯤 본인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되고 나한테 보답을 해줄까?'
그런데 실제로는 내가 쉬쯔옌을 못 떠나는 거야.
아이를 낳으면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약해질 거야
왜냐면 이 세상이 내 아이한테 더 너그러워졌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거든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강한 사람이 되기도 해
남한테 비굴하게 부탁하고 무릎을 꿇어서라도
내 아이만큼은 조금의 상처도 받지 않게 하고 싶거든
날씨에 상관없이 열심히 운동도 하게 될 거야
병에 걸릴까 봐 두렵고 죽는 건 더 두려워지거든
그리고 정말 최선을 다해 살게 될 거야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을 다 감당하려면 말이야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거 정말 쉽지 않겠지?
<겨우 서른> 중
임신기간이 길 수록 모성애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 짧은 듯 하지만 다양한 몸의 변화를 처음 견뎌내는 10개월이라는 기간은
또 상당히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 보다 2배, 22개월 간 임신기간을 보내는 코끼리는 뱃속에 오랜 기간 새끼를 품은 만큼
모성애가 강하다고 한다.
뱃속에 나의 아이를 상상하고 기다리며 모성애가 강해지는 것일까?
종종 내가 뱃속에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 엄마가 된다는 이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곤 한다.
언젠가는 배가 불러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급하게 깜박이는 신호등을 건너려다가
넘어진 후 "아차" 한 적이 있었다.
결혼준비를 하면서도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일까.
사실은 누구든 이렇게 삶의 큰 순간들을 흘러가듯 자연스레 맞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누구의 엄마가,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되어 있는 모습
아직 "엄마"로서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것,
아이를 위해 이제는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고
아이에게 늘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힘든 일도 참아내고 삼켜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 누구보다 강해져야 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나의 핏줄, 한 생명을 사회구성원으로 길러낸다는 것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되는 것이 "출산"이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