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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Sep 21. 2024

요즘 세상에 딸 아들 논쟁

젠더리빌 후 친구 잃는 경우는..?


‘성별을 알 수 있는 16주 차' 

어느 때보다 설레는 날이다.


'과연 내 뱃속에 아이의 성별은 뭘까?'




주변에서는 딸 맘 같다는 말이 많았다.

과일을 워낙 많이 먹었고, 왠지 딸 맘이 어울렸나 보다.


12주 차 초음파 상으로 예측해 보는 "각도법" 그리고

아기의 심장소리로 예상해 보는 나름의 측정 방법도 있다. 맘 카페에 귀신 같이 초음파로 성별을 맞추는 분이 있다고 하는데, 굳이 사진을 올리고 싶진 않았다.  




"딸 둘 금메달. 딸 아들 은메달, 아들 딸 동메달, 아들 둘 목메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딸, 아들 모두 귀하고 소중한 세상이지만

처음 아기를 가진 예비 엄마에게 참 궁금한 이벤트다.



요즘 말로 "애바애" "케바케"

사람마다 성향도 기질도 다르고 딸은 감정싸움 VS

아들은 체력싸움 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개인적으론 남자인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는 편이고

(자식은 다르겠지만..) 감정싸움 보단 체력이 힘든 편이 자신이 있었다.



한 아이를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키워낸 다는 것은 누구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힘든 만큼 가치 있지 않을까.








본래 딸에 대한 로망이 많았다. 딸 옷들이 참 예뻐

보였고 같이 요가하는 예쁜 사진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째 딸에 대한 로망은 없었다.

내가 첫째 딸, K장녀이기 때문이다.


애교 많고 여성스러운 천진난만(?) 애교쟁이 딸보단

책임감 강하고 가족들을 최우선으로 위하지만

부모님께 애교라고는 못 부리는 K-장녀



이번 생애는 "너 같은 딸 낳아봐라"에

"나 같은 딸"로 살아봤으니

"다른 딸"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랄까.



만약 딸을 낳는다면 조금 더 공주 같이 키우고 싶고,

극성맘이 될 것 같은 마음에 약간 두렵기도 했다.

험한 세상에 아이를 너무 옭아매고 걱정이 많아지지는 않을까.


딸, 아들을 다 키워 본 엄마는

딸은 피해자, 아들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 더 크기에 둘 다 조심스럽다고 한다.


아들이든 딸 이든 쉬운 육아가 어디 있을까.

그리고 딸 같은 아들, 아들 같은 딸도 있기 마련이니

하나의 정답은 없을 것이다. 일반적인 통념일 뿐.






드디어 성별을 알고는 양가 부모님께 먼저 발표했다. 반응이 기대되어 더 설렜다.  



양가 모두 성별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없지만

밝히고 나니 "친정은 딸" "시댁은 아들"을 조금 더

원했던 눈치이다.


둘 다 낳아본 친구 말이 보통 일반적인 반응이란다.


아무래도 친정은 ‘우리 딸을 더 챙길 가능성이 큰 딸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시댁은 아직은 그래도 아들이 조금 더 좋은 마음이지 않을까.



아이를 낳기라도 하면 다행,

딸이 귀한 요즘 시대에 조심스럽지만 여전히


'아들 숙제'

'그래도 아들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무언의 압박감을 며느리가 갖는 것 또한

여전히 남아있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성별을 궁금해하던 친구에게 말했다.



나: "두구두구 나 아들이래..!!! 뭔가 한시름 놓인다"


친구: "(딸 일거라 예측한 친구) 헐.. 진짜?!

왜? 한시름 더해진 게 아니고?"



순간 뇌가 정지됐다.


'뭐지.. 이 반응은?'

그냥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다.

개인적 생각을 이야기했다.


나: "아들은 군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세상도 너무 무섭고 그냥 내가 K장녀였어서 나 같은 첫 째딸보다는

든든한 아들이면 좀 더 좋을 것 같아"



친구: "K 장녀로 사는 게 힘들었니? 딸이면 딸이라고 또 좋아했을 듯”


나: “그렇지, 딸도 너무 좋지”


반응 하나하나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하다.

싸우자는 건가? 성별을 알리는 임산부 친구에게 축하하다고 하면 될 걸 꼬여진 듯한 이 반응은 대체 뭘까?


나: "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애교 많고 좀 더 여자여자 천진난만한(?) 둘째 딸이면 좋겠어. 뭐 장녀도 좋은 점 많지. 가족들 잘 챙기고"



친구: "성별 밝힐 때 꼭 딸 맘은 딸이야. 하고 끝인데

아들 맘들은 이래저래 말이 많더라"


나: "그래? 왜 그러지?"

기분이 이상했지만 많이들 그런다고 하니

그런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친구: "딸 낳고 싶었는데 아들이라니까 그런 거지 뭐"


나: "엥..?"



'....? 모든 사람이 딸만 원하는 것도 아니고.. '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딘가 삔또 나간 듯 한 불편한 이 대화가. 내가 남아선호사상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아들 딸을 둘 다 키우고 싶어 했던 사람이다. 황당하지만 오랜만에 대화하는 친구에게 굳이 화낼 필요 없지 않은가.



나: "첫째 아들 있고 이번에 둘째 딸 임신한 친구가 있는데, 아들인 거 알고 나면 왠지 모르게 속 편하다고

한다네. 친구도 그랬다고 하구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나 봐.."



친구: "아니 근데 지금 이런 대화 왜 하는 건지, 딸 맘한테 세상이 험하다. 이런 말 하는 거 너무 이해가 안 가거든? 딸 가진 엄마가 기분 나쁠 거란 생각은 안 해? “



터져버린 친구는 버럭 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냥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인데, 친하다는 사람한테 말도 못 하나?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그렇게 예쁜 친구 딸을 겨냥한 것도 더욱이 아니고.. 아들만 키우기 좋은 세상이라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이해해보려 했다.

내 말이 듣는 이 에겐 어딘가 기분 나쁘게 들렸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1살 된 예쁜 첫째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에게 내 말이 화살 같이 들렸나 보다. 또는 자식 문제에선 누구나 예민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나: "너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것 같아. 내 말이 정답이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내 의견 하나를 친하니까 말하는 것뿐인데, 난 아들 딸 둘 다 좋고 내가 OO를(친구딸) 얼마나 예뻐했는데..?"



언쟁이 시작했다. 대체 이게 뭔 사단인가.



언젠가부터 대화를 하면 내가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이 되는 듯한 느낌.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다르게 자꾸 어긋나는 친구와의 관계에 회의감을 느껴왔던 찰나


'앞으론 이 친구를 더 이상 보지 않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 친구가 생각나고 또 보고 싶을 것 같았다. 또 평소 행실이 개념이 없거나 그런 이상한 사람도 아니다. 나 또한 친구를 기분 상하게 한 점이 있겠거니.


'그냥 맞지 않을 뿐 인 거지..'


일단은 진정하고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다니 미안하고

내 의도가 불순하지 않음을(?) 전달했다.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심으로 사과했다.


아들 딸 다 소중하고 누구든 너무 예쁘고 육아는 힘든데

기존에 성격이 맞지 않는 또 다른 "아들맘"과의 "아들 딸 논쟁" 비슷한 대화가 몇 번 오가고 이미 예민도가 축적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도대체 딸, 아들 이러고 있는 이 유치한 상황은 뭘까.



친구의 입장도 이해는 갔다.

자신의 상태나 상황에 따라 어떤 말이 곱지 않게 들리기도 하고 또 대수롭지 않게 넘길 여유가 생기기도 하니 말이다.




이제 어릴 때처럼 자주 만나지 못하는 시간에 우리는 서로 달라졌고, 채팅으로 오가는 대화 속에서는 괜히 서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나름대로 "친구와의 그 거리감"을 좁히고자 조금 더 자세히 말했던 것도 있었는데 역시 말은 더 하면 탈이다.


'근데 안 하면 안 한다고 물어보고 서운해하잖아..?'

문득 사람이 피곤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친구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했나 보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약간은 예민해져 있는 서로가 어긋난 것이다. 가족끼리도 싸우는데 오랜 친구랑도 어긋 날 수 있는 법이니까.


그냥 "아들이래" 팩트만 말하고 말 것을 쓸데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했나 싶다.



그리고 또 조심하자고 생각한다.

그놈의 입방정.



나 또한 임신으로 약간은 예민해져 있었을 터,

기쁜 순간, 축하해 주면 끝날 일에 이상한 대답에

화가 났지만 입장을 이해해보려 했다.

차라리 솔직히 화를 낸 친구가 나은 편이라는 생각도 든다. 기분이 상한 이유로 저런 식으로 반응을 했다는 사실이니까.



'이렇게 좋은 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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