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코기의 담백함과 지방의 구수함이 주는 케미'
중국에서의 2주 차 월요일, 몸도 이제 시차라고 할 것도 없는 한 시간 차이에 적응했는지 6시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여유 있게 출근 준비를 하고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 (물론 내 의지는 아니다.) 선택적 J답게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고 커피를 연거푸 두 잔 마시고 나니 어느새 옆에 동료 직원들도 모두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미팅이 없는 날이었기에, 여유롭게 한국에서의 업무도 같이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정확히 오전 9시 30분... 업무가 또 급격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영업사원은 많고 출장 온 연구원은 나 혼자이기에 모든 사람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 빠르게 업무를 쳐낼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배도 고프지 않아 영양소 대신 카페인만 원 없이 몸에 충전해 주었다.
중국 출장을 오고 나서 하는 업무 중 단연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중간에서 한국과 소통하는 일이다. 내 직위나 경험이 아직은 많은 사람을 다루기에는 어려움이 있건만, 소통을 하지 않고서는 업무를 처리할 수 없었다. 첫 출장 날 하루 빼고부터 지금까지 한국에 문의를 넣을 때마다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평소에 남에게 잘 부탁하지도 하고 부탁하는 걸 싫어하는 내 성격상 너무나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질문을 할 때마다 내 입장도 이해해 주기를 바랐지만 사실상 한국에서의 업무도 얼마나 바쁜지를 알기에 어린아이처럼 마냥 바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것 때문이라도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밖은 어둑어둑 해졌고, 하나 둘 퇴근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나 또한 저녁에는 양꼬치 약속이 있어 빠르게 정리하고 회사 밖을 나섰다.
상해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很久以前 양꼬치! 점심도 걸렀기에 제대로 먹어줄 심산이었다. 양꼬치의 크기는 작았지만 고기와 지방이 적절하게 들어가 있어 씹는 맛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담백하면서도 구수했다. 내 업무도 이랬으면 정말 좋을 텐데, 마치 지금 하는 일은 양쪽에 꽉꽉 찬 살코기들로 막혀 있고 내가 가운데 얇게 낀 지방이 된 느낌이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밖으로 빠져나가버리거나 너무 쉽게 밀려버리는 녀석 말이다. 중간에서 무언가를 해결하고 소통해 주기에는 내 몸집이 너무 작고 앙상했다. 그래서인지 좋은 비율의 양꼬치가 부러웠고 시기 질투에 하나하나 빠르게 뱃속으로 다 해치워버렸다.
중국 양꼬치 집에 가면 이마에 붙이는 쿨링 패드를 하나씩 주는데, 시원한 게 꽤나 괜찮다.
앞사람과 같이 붙이고 있으면 더 친해지는 것 같은 느낌은 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