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제는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다. 회사에서 보통은 점심마다 밥을 주문해 먹는다.(중국의 배달시스템 엄지 척) 하지만 사 먹는 밥도 너무 많이 먹으면 물리는 법이기에 큰맘 먹고 노동력을 쏟아 '정성'스러운 도시락을 싸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가끔 보이는 일본 아이들 도시락을 엄청 이쁘시게 싸주시는 유튜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그래도 이쁘게 만들어 보고자 했다.
아침부터 동네에 있는 하마선생(盒马鲜生)이라는 마트로 가 지금까지는 담지 않았던 채소코너부터 장을 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오프라인 마트는 사실상 거의 없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 그나마 盒马,ALDI와 같은 프랜차이즈 마트들이 버티고 있고 코스트코나 월마트 같은 창고형 마트 또는 대형마트도 버티고만 있는 중이다. 배달의 민족은 한국이고 중국은 그래도 그 후발주자 정도인데 이제는 일등을 따라 잡힐 것만 같다. 아니 따라 잡혔을지도 모른다. 약부터, 이불, 배게 모든 생필품이 다 배달로 가능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길을 걷다 보면 폐업한 동네 마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중국이라 한국보다 물가는 쌌지만, 마트만 가면 100원 차이가 아까운 건 국룰이라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이것저것 가격 비교하며 구매하다 보니 별로 산 것도 없지만 시간이 꽤나 걸렸다. 사실 중간중간에 치킨이니 빵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1분씩 서서 먹어? 말아? 의 뫼비우스의 띠에 빠져 그랬을지도 모른다.
거창하게(?) 준비한 요리는 주먹밥이다. 사실 집에 있는 주방도구가 냄비 하나, 과도 칼 하나, 가위 하나가 다였기에 다른 특별한 음식을 할 수도 없었다.(장인도 도구가 없으면 탓해야 한다.) 올해 초에 읽었던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책에서 자신을 위해 이쁘게 요리해서 먹고, 이쁘게 꾸미고 나가라는 말들은 본 적이 있다. 이런 행동들이 자존감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노력과 '정성'을 쏟으면 뿌듯함이 몰려오는 게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럼 지금부터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레시피 강제 공개를 하자면,
완성품!
옆에 보이는 흰색은 따로 밥에 간을 하여 남아있는 재료와 섞어 주먹밥으로 만들어 줬다. 맛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아직 밥솥이 없어 식당에서 테이크아웃 해온 밥은 찰기가 부족했고, 주먹밥이 계속 으스러졌다. 가장 최악이었던 점은 이렇게 해두고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아 다음날 밥이 쉰 탓에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분명 맛은 괜찮았다?)
'정성'이라는 건 어디에서나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연애를 할 때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때든 아니면 이렇게 스스로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줄 때든 말이다. 어떠한 사물에, 행동에 그 사람의 마음을 듬뿍 담아내는 게 '정성'이기에 그런가 보다. 물론 모든 '정성'이 환대받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성'은 오히려 부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 추가된 썰이지만, 인생 처음으로 소개팅을 하며 부담이라는 양념에 절여져 있었나 보다. 상대방이 느끼기에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정성'이라고만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짝사랑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꽃다발과 선물을 거부당한 경험은 한 번쯤 있지 않나.
하지만 스스로에게 주는 '정성'은 항상 환대받는다. 그러니 좀 더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정성'스럽게 대해주도록 해야겠다는 게 이 글의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