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나는 정직하다.라고 시작하는 주제 '정직' 이번에는 좀 다르게 해보려고 한다.
'내 몸은 정직하다'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건 중국 와서 처음 영접하는 마라샹궈 덕분이다. 인덕션도 구비했겠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우연히 마라샹궈집을 발견했다. 사실 그전에도 마라샹궈를 시도해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마라탕 집에 가서 이것저것 담은 뒤 마라샹궈를 주문한 경험이 있다. 바쁜 사장님은 말 대신 표정으로 '이 어처구니없는 녀석은 뭐지?'라고 묻고 있었고, 다행히 표정 해독력이 좋은 나는(AI 역량검사 테스트 경력직이다.) 단숨에 "아 죄송해요, 마라탕이요!"라고 말을 바꿔 주문했다.
보통 한국에서는 마라탕집에서 마라샹궈도 팔고 꿔바로우도 파는데, 중국은 아니었다. 마라탕이라고 적힌 집은 '정직'하게 마라탕만 팔았고, 마라샹궈라고 적힌 집은 '정직'하게 마라샹궈만 팔았다. 꿔바로우 따위의 끼워팔기는 허용해 줄 틈이 없어 보였다. 아무튼 그때 발견한 마라샹궈 집을 벼르고 있다가 금요팅이 넘치는 저녁 드디어 영접할 수 있었다. 갖가지 야채와, 버섯, 탄수화물을 보충해 줄 면들을 넣은 뒤 야무지게 소고기도 추가해 주었다. 사장님은 내가 맵찔이로 보였는지 약간 매운맛을 추천해 주셨지만, 노노 그럴 수 없었다.
'국뽕'에 차있는 한국인이라는 걸 전 글에 명시했기에 한국인답게(?) 중간 매운맛으로 주문했다. 마라샹궈는 너무 푸짐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약간 오버했던 탓일까, 먹을 때는 좋았는데 다 먹고 나니 내 몸의 '정직'이 발현됐다. 명치 주위로 약 5 cm 부근이 매웠다. 아니 어떻게 그 부분이 매울 수 있지? 모르겠다. 그냥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기에 매웠다고 표현해야겠다. 고추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가 수분을 꽉꽉 채우고 있는 몸에서 층 분리가 일어나 제대로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정점은 다음날이었다.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너무너무 힘들었다. 사실 내 몸은 항상 정직한 편이다. 보통은 아파도 아픔을 숨기고 있다가 한 번에 나오기 마련인데, 한 군데 다치면 아프다고 소리친다. 오래된 기름으로 튀긴 치킨을 먹으면 다음날 몸에서 바로 내쫓아 버리기도 한다. (친구들은 날 썩은 기름 감별사라고 부른다) 라면 한 봉지를 밤에 먹어도 몸에서 거부하고 특히 술을 엄청 싫어한다. 술 한 잔만 먹어도 아세트알데,,,, 암튼 분해력이 떨어지는지 온몸을 빨갛게 물들이며 경고등을 킨다. 물론 그 덕분에 사람들이 위험함을 감지하고 술을 덜 먹이는 좋은 점도 발휘해 준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운동을 하면 그다음 날 바로 응징을 가하기도 한다.
이렇게 내 몸은 '정직'으로 둘러싸여 참으로 무섭다.
다음번에도 나는 마라샹궈를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도 '정직'한 내 몸과 한 판 붙어야 할 것이다. ROUN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