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상해일지 08화

[상해일지] 국뽕

국가 + 히로'뽕'

by zunrong

국뽕의 사전적 의미라고 하기는 그렇고 네이버 국어사전-오픈사전에 등록된 의미는 국가 + 히로'뽕'(필로폰이라고도 한다)의 합친 말이다. 필로폰,,, 마약이라니. 한국 사람은 마약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마약 떡볶이, 마약김밥 등 지금에야 상표로 사용이 어려운 단어들처럼 말이다. 국뽕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고, 그 의미를 보면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심하며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행위 또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되어있다. 무슨 나쁜 말은 다 가져가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무거운 의미로 사용하진 않았었는데,,, 솔직히 이제 못쓰겠다.(아직까지 잘 쓰고 있음)


아무튼 오늘은 대한민국의 월드컵 예선 경기가 있는 날이다.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 평소라면 승리를 따놓은 당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싱숭생숭하고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한국 축구 상황이기에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이렇게 쓰는 거지 사실은 무조건 이길 줄 알았다.) 팔레스타인의 현재 상황을 봤을 때도 자국민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같았다.


IMG_9098.jpg?type=w966

외국에서 축구 경기를 보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국내 OTT 앱은 해외에서 거의 사용이 불가능하고, 특히나 스포츠 경기는 국가마다 판권을 계약하고 독점하기 때문인지 더 보기가 어렵다. 그럴 때 '코리아타운'의 힘이 발휘된다. 한국 치킨집을 가면 어디서나 한국 방송을 켜두고 있다. 인터넷을 우회해서 보는 건지 무슨 마술을 부린 건지는 모르지만, 치킨집에는 많은 한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IMG_9101.jpg?type=w966 치킨집에서 어묵탕, 참신하다

오랜만에 한국 치킨을 먹는다는 설렘과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관람할 수 있다는 설렘이 1+1 행사처럼 다가왔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킥오프 1시간 전에 자리에 앉았다. 축구를 보면서 먹어도 좋지만 참지 못하고 후라이드 한 마리를 바로 주문했다. 원래 영화 보기 전에 팝콘 다 먹는 게 국룰 아닌가. 치킨은 물반죽 치킨이었다.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튀김은 기름져 있었고 닭고기의 육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이마트 푸드 코너에서 먹음직한 닭강정을 초 가성비에 구매한 뒤 집에서 한 입 먹었을 때 싼 게 비지떡이라고 느끼는 그 맛. 알 사람은 알 거라고 생각한다. 1+1중에 1을 실패했지만 괜찮았다. 아직 +1이 남았으니까.

IMG_9099.jpg?type=w966 여기가 중국인가? 한국인가?

치킨을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킥오프를 했고 그렇게 두 시간 뒤 +1마저 잃어버렸다. 2002 월드컵 4강의 감동부터 시작해서 최근 파리 올림픽 금메달 행진까지 국뽕에 차올라 관련 동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본 지 모르는 나였기에 +1을 잃은 심정이 참으로 비통했다. (럭키...비통????) 이제 곧 새로운 감독과 전술에 대한 욕이 적힌 기사들로 네이버 스포츠 한 면이 가득 찰 것이다. 아니 이 글을 적는 이 순간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유명한 축구선수도, 관련 업자도 아니지만 국뽕에 일조한 일원으로 마치 하나의 챌린지처럼 나도 소신 발언 한 번 하자면, 대한민국 축구가 좋은 길로 깨끗하게 잘 나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지만, 현시점에서 정몽규 회장이 4선 도전을 내비쳤다,, 비통하다)


축구 비긴 것도 슬프지만 내일 출근이 더 슬픈 나는 직장인.




keyword
이전 07화[상해일지]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