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 히로'뽕'
국뽕의 사전적 의미라고 하기는 그렇고 네이버 국어사전-오픈사전에 등록된 의미는 국가 + 히로'뽕'(필로폰이라고도 한다)의 합친 말이다. 필로폰,,, 마약이라니. 한국 사람은 마약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마약 떡볶이, 마약김밥 등 지금에야 상표로 사용이 어려운 단어들처럼 말이다. 국뽕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고, 그 의미를 보면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심하며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행위 또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되어있다. 무슨 나쁜 말은 다 가져가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무거운 의미로 사용하진 않았었는데,,, 솔직히 이제 못쓰겠다.(아직까지 잘 쓰고 있음)
아무튼 오늘은 대한민국의 월드컵 예선 경기가 있는 날이다.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 평소라면 승리를 따놓은 당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싱숭생숭하고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한국 축구 상황이기에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이렇게 쓰는 거지 사실은 무조건 이길 줄 알았다.) 팔레스타인의 현재 상황을 봤을 때도 자국민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같았다.
외국에서 축구 경기를 보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국내 OTT 앱은 해외에서 거의 사용이 불가능하고, 특히나 스포츠 경기는 국가마다 판권을 계약하고 독점하기 때문인지 더 보기가 어렵다. 그럴 때 '코리아타운'의 힘이 발휘된다. 한국 치킨집을 가면 어디서나 한국 방송을 켜두고 있다. 인터넷을 우회해서 보는 건지 무슨 마술을 부린 건지는 모르지만, 치킨집에는 많은 한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한국 치킨을 먹는다는 설렘과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관람할 수 있다는 설렘이 1+1 행사처럼 다가왔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킥오프 1시간 전에 자리에 앉았다. 축구를 보면서 먹어도 좋지만 참지 못하고 후라이드 한 마리를 바로 주문했다. 원래 영화 보기 전에 팝콘 다 먹는 게 국룰 아닌가. 치킨은 물반죽 치킨이었다.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튀김은 기름져 있었고 닭고기의 육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이마트 푸드 코너에서 먹음직한 닭강정을 초 가성비에 구매한 뒤 집에서 한 입 먹었을 때 싼 게 비지떡이라고 느끼는 그 맛. 알 사람은 알 거라고 생각한다. 1+1중에 1을 실패했지만 괜찮았다. 아직 +1이 남았으니까.
치킨을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킥오프를 했고 그렇게 두 시간 뒤 +1마저 잃어버렸다. 2002 월드컵 4강의 감동부터 시작해서 최근 파리 올림픽 금메달 행진까지 국뽕에 차올라 관련 동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본 지 모르는 나였기에 +1을 잃은 심정이 참으로 비통했다. (럭키...비통????) 이제 곧 새로운 감독과 전술에 대한 욕이 적힌 기사들로 네이버 스포츠 한 면이 가득 찰 것이다. 아니 이 글을 적는 이 순간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유명한 축구선수도, 관련 업자도 아니지만 국뽕에 일조한 일원으로 마치 하나의 챌린지처럼 나도 소신 발언 한 번 하자면, 대한민국 축구가 좋은 길로 깨끗하게 잘 나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지만, 현시점에서 정몽규 회장이 4선 도전을 내비쳤다,, 비통하다)
축구 비긴 것도 슬프지만 내일 출근이 더 슬픈 나는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