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상해일지 19화

[상해일지] 폭우

by zunrong

[2024-09-20]

상해에 또 한 번 태풍이 찾아왔다. 강력한 태풍이 온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장대비, 아침 출근길은 창가에 내리치는 빗소리로 가득 찼다. 빗소리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내가 운전을 했더라면 세상 온갖 저주를 퍼부었을지 모르지만 뒷자리에서 편하게 가다 보니 그저 운치를 즐기는 게 사람은 참 약아빠진 동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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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씨에 자전거는 존경스럽다

상해는 배수 시설이 잘 안 되어 있는지 가는 길마다 물이 빠지지 못하고 고여 넘쳐났다. 전기오토바이나 자전거의 바퀴가 절반 이상 잠길 정도의 높이, 차들도 꽤나 많이 잠긴 상태로 다녔다. (하나 확실한 건 상해에서 중고차는 사면 안 되겠다) 1시간이 걸려 어렵게 출근했지만 월급 따박따박 받는 직장인으로서 돈값은 해야 했기에 곧바로 업무에 집중했다. 원래라면 출장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이라서 업무도 정리하고, 다음에 오실 출장자 분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 놔야겠다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국 본사에서 연락이 와 중국 법인 요청으로 출장 기간을 늘릴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왔다. 한낱 직원으로 회사의 뜻을 어찌 거역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요즘은 자기 PR 시대가 아닌가. 자기 PR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의견은 끝내 피력했다.(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물론 알고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 업무적인 측면이나 생활적인 부분 모두 감사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사는데 불편함도 없었다. 다만 한국에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무엇보다 내가 살아온 삶이 있기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 더 컸던 것 같다. 결과는 되돌릴 수 없으니, 남은 기간도 열심히 해서 좋은 인상도 남기고 스스로에게도 인생에 좋은 경험과 배움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갑자기 이야기가 샌 것 같지만 아무튼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서 부지런히 출근해서 열심히 업무에 집중했다는 뭐 그냥 그런 이야기. 상해 배수 시설을 뜯어고쳐야겠다는 그저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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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put_1285890529.jpg?type=w966 동북식 만두

점심에는 동북지역 스타일의 만두를 먹었다. 삼삼해 보이는 뽀얀 만두 안에 숨겨진 맛 같은 건 없었고 딱 보이는 정도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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