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상해일지 21화

[상해일지] 난징동루(南京东路)

by zunrong

[2024-09-22]

평화로운 주말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항상 나를 밖으로 이끄는 건 날씨다. 도깨비에 나오는 명대사처럼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순간에 자꾸만 밖으로 나오라고 유혹한다. 최고온도 28도, 습도는 모르겠고 바람 적당히 선선한 날씨. 분명 중간에 카페에 들러 이렇게 글을 쓸 것을 예상하고 일기장과, 노트북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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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살쪄서 돌아가겠다(순두부찌개와 항정살), 이 항정살이 진짜 미친맛이다.

집 밑에 최애 맛집(한국에서 아지센라멘이라고 불리는 중국 라멘 프랜차이즈)에서 점심을 해치운 후 목적지 없이 무작정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의 감성을 느끼는 와중에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한국에서 로깨비라는 어플로 한 달 로밍을 해왔는데 딱 지하철을 탄 그 타이밍에 로밍 시간이 끝난 것이다. 로밍을 연장하려면 한국 핸드폰 데이터를 쓸 수밖에 없었다. 0.275원/0.5KB라는 문자가 왔지만, 초당 혹은 분당 데이터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수치화해 본 적이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로깨비 유심을 한 달 추가 구매했고, 구매하는 사이 내가 사용한 데이터는 무려 11000원, 아니 이거 사기 아니냐고요..


미리미리 준비 못 한 내 탓이 가장 컸지만 꽁돈이 날아간 기분이 들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로밍과 한 씨름하고 있던 사이 어느새 지하철은 '예원(豫园)'역에 도착해 있었다. 다음 역은 '난징동루(南京东路)', 가장 최근에 왔지만 마라탕 같은 와이탄의 중독성에 행선지를 '난징동루'로 정했다.

IMG_9351.jpg?type=w966 날씨 무엇

지하철에서 내린 뒤 곧바로 와이탄으로 향했다. 생각해 보니 밤에 와이탄은 몇 번 봤지만, 대낮에 와이탄을 가본 적은 없었기에 새로운 경험일 것 같았다. 아 참, 와이탄은 난징동루 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다. 다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중국 최대 명절 '국경절'전에 미리미리 구경해야만 했다. (국경절에는 나갔다가 사람에 대한 혐오감만 가지고 돌아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낮에 보는 동방명주도 꽤나 괜찮았다. 혼자 강가를 따라 노래를 들으며 한 시간 정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샌가 감성이 차올랐다. 평소라면 땀을 뻘뻘 흘리며 감성이고 뭐고 인위적인 에어컨 바람을 찾아다녔을 텐데, 역시나 날씨가 한몫했다.

IMG_9361.jpg?type=w966 대낮의 와이탄

가는 도중에 한국에는 출시하지 않은 생 펩시콜라(일명 생콜라)도 영접했다. 대체 콜라를 어떻게 만들었길래 앞에 生이 붙은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마셔본 콜라 중 단연코 1등이었다.

output_4174595938.jpg?type=w966 생맥주도 아닌 생콜라

와이탄을 구경한 뒤 다시 난징동루로 돌아와 저번에 구경하지 못했던 이쁜 쓰레기의 천국 POP MART로 향했다. 소비를 부추기는 정말 무서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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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것들

그렇게 또 정처 없이 걷다가 이쁜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와 하루를 글자로 남겨본다. 카페 이름은 'The press' 말 그대로 신문사 컨셉으로 메뉴판도 신문처럼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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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인쇄품을 좋아하는 내 감성에 딱 맞는 카페였는데, 주문한 커피와 케이크도 너무너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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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내부와 미슐랭급 큰 접시에 나온 아담한 티라미슈 케이크

중국 온 지 어느새 한 달이다. 시간은 상대적인 거라고 하던데, 나 자신에게도 이렇게 상대적일 줄 몰랐다. 처음에 왔을 때만 해도 시간이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기어갔는데 벌써 한 달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저번에 쓴 글처럼 이 시간들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카페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다가 저녁에는 'FIVE GUYS'에 가볼까 한다. 오다가 봤는데 한국처럼 줄 서서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가격이 사악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FIVE GUYS'를 먹고 와이탄 야경까지 보고 가면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할 수 있겠다. 다음 주는 국경절 시작 전 주 7일 근무를 할 예정이다. 주 7일 근무는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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