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상해일지 23화

[상해일지] FT 아일랜드

by zunrong

[2024.09.26]


나의 MBTI는 F다. 그렇게 믿어왔다. 나의 정체성도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풍부한 F라고 생각해 왔다. 혼연일치 뭐 그런 거 말이다. 그러다 가끔 의구심이 든다. 나는 정령 진짜 정말 100% F라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사사로운 감정이 제외된 삭막한 직장 환경에서는 의구심이 커져만 간다.


"나 진짜 F 맞나?"


회사 동료들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불평불만이나 고충 토로와 같은 말을 뱉을 때, 나는 마치 돈을 주입하면 나오는 자판기처럼 정해진 답들만 내뱉는다.


"파이팅!!"처럼 기본 300원 밀크커피 같은 대답이나,


"진짜 그거는 아니지, 어쩌라는 건지 참 이해가 안 되네요. 많이 힘드시겠어요,,"처럼 1200원의 좀 더 정성 있는 컨피던스 같은 대답들 말이다. (지금도 자판기에 컨피던스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답과 속마음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에 별생각이 없거나,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딱 이 정도의 생각만을 투자한다. 이거 이거 완전 F인척 하는 T인 것이다. 콜라인 줄 알고 마셨는데 그 속은 까나리 액젓이었던 것. F 면 F라고 할 것이고, T 면 T라고 할 것이지 괜히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아! 나 스스로에게는 또 한없이 F다. 그렇게 똑같이 회사 욕을 하면서 누군가의 공감을 바라고 나 또한 애매한 영혼 없는 대답들을 듣곤 한다. 이로 보아 내 MBTI는 FT가 확실하다. 둘 다 취해야겠다.(그래도 F를 한 칸 앞으로)


중국에 와서 일을 하면서 다른 부서와 협업을 하고 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 것처럼 여전히 원래 있던 곳에서 소속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생존 본능이랄까?? FT의 마음으로 그래도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고 있다.

output_3720263285.jpg?type=w966 도리토스와 맥주 한 잔 (진심 살쪄서 돌아갈 것이다)

나에게는 한없이 자비로운 FT로서 하루 고생한 마음을 담은 맥주 한 캔과 FT아일랜드 노래를 들으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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