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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일지] 어딜 가나 평타는 친다

by zunrong

[2024-10-12]


'어딜 가나 평타는 친다'


중국 로컬 음식에 대한 평가이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한국만큼이나 아니 더 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다. 그야말로 음식의 천국, 지역마다 그 음식의 특색도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주비빔밥', '부산 돼지국밥'과 같이 각 지역의 이름을 앞에 붙인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예를 들어 충칭훠궈, 창사취두부, 후난00, 장시00, 안후이00, 귀주00,,,, 정말 다양하다. 특히 상해는 사람들의 8~90%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기에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고향의 음식점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면 외국인이 입장에서는 어떨까? '중국음식이 다 중국음식이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지역을 하나하나 나눌 정도의 큰 차이점은 모르겠으나 동서남북의 음식 차이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일단 뭐든지 다 기름에 볶아버린다. 야채, 고기, 해산물 할 것 없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많은 음식에 고수, 고추, 향신료 등을 쓴다. 얼마 전에 먹은 감자볶음도 아래 기름이 꽤나 깔려있었고, 감자와 함께 고추와 얼얼한 화쟈오가 같이 볶아져 있었다.

SE-9bb8203b-2a37-48de-aff8-16dbc50d63f4.jpg?type=w966 한국 감자볶음보다 식감이 살아있고 양념 맛이 강하다

중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사람은 몇 년이 지나도 힘들다는데, 나는 참 축복받은 입맛인가 보다. 애초에 못 먹을 것 같은 음식에는 도전정신 따위를 발휘하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어느 집을 가더라도 맛있기에 요즘에는 최대한 다양한 음식점에 가보려고 한다. (또간집 추천 불가,,)

SE-14277C51-668B-4DC4-9D32-82DC2AA36671.jpg?type=w966 보통 아침에 먹는 음식!

샤오롱바오라고 적혀 있어서 시켰는데 빠오즈(중국식 찐빵만두)가 나왔다. 얇고 쫄깃쫄깃한 육즙이 살아있는 샤오롱바오 돌려주세요.. 샤오롱바오 자체가 작은 대나무 찜기에서 쪄낸 육즙이 가득한 만두를 뜻하는데, 대나무도 아니고, 육즙도 없었다.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도전해 보자고 했던 시작에 금이 갔던 음식이랄까.

IMG_0573.jpg?type=w966 대충 퍽 담아준 족발밥

족발밥이다. 사진에 너무 먹음직스럽게 나와 있길래 시켜봤는데 사진과 영 색감이 다르다. 사진에는 없던 닭다리 하나 올려줬으니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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쏸차이우육면과 오이무침

중국에서 우육면은 그냥 아무 집이나 들어가도 맛있다. 네 군데 정도 가봤는데 아직 맛없는 곳을 못 봤다. 오이무침(파이황과)과 함께 먹으면 신선함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파이황과는 어느 지역을 가든 진짜 맛없을 수가 없다.

SE-C9B36CC9-933D-409F-97B0-EF863E6871C9.jpg?type=w966 량피였나, 무슨 빤미엔이었나 기억이 안 난다

마라 소스에 비벼 먹는 비빔면 st이다. 아까 오이도 그렇고 보통 땅콩을 많이 곁들여 먹는다. 맛이 어떻냐고요?? 맛있죠 뭐,,

SE-218E2EAF-D766-4F1E-8464-E307FF2FA10E.jpg?type=w966 돌솥오징어덮밥

한국인이 만든 정말 퍼펙트한 한식이 아닌, 중국에서 중국인이 만든 약간의 중국화가 진행된 한식을 먹어 보았다. 확실히 한국보다 훨씬 자극적인 맛이다. 그래도 꽤나 맛있었다. 맛없는 것도 하나 발견했는데, 이 음식점에 있던 김치는 정말 최악이었다. 중국에서는 김치를 만들 때 훨씬 달게 만드는데 내 입맛에는 맞지 않다. 김치는 역시 종갓집.


어렸을 때는 편식을 했다. 소시지, 치킨, 돈가스 전형적인 아기 입맛. 내가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싶었고, 싫어하는 것은 손도 대지 않았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가며 손도 대지 않았던 음식들이 궁금해졌다. 하나씩 맛을 보았고, 신기하게도 지금의 입맛에는 딱 맞았다. 그렇게 더 이상의 편식은 하지 않게 됐다.


음식과는 반대인 게 하나 있었다.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멋모르고 누구와 나 다 즐기고 놀았다. 나하고 맞다 안 맞다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싸우면 싸우고 화해하면 화해하고 그런대로 잘 지냈다. 똑같이 한 살 한 살 먹어가는데 음식과 다르게 사람을 편식하게 된다.(어감이 좀 이상한데,,,) 나하고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도전정신이 생기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흘려보낸다. 잘 맞는 사람들 하고만 지내는 게 어렸을 때 먹던 소시지, 치킨, 돈가스처럼 좋다.


음식 편식을 안 하니 다른 곳에서 편식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하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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