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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일지] 판롱티엔디(蟠龙天地)

by zunrong

[2024-10-20]


어느새 여행 블로거(?)에 익숙해진 나는 오늘도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주가각이 실제 수향 마을이라고 한다면 주가각으로 가는 길에 중국에서 인공으로 만든 수향 관광지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판롱티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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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타고 20분 거리지만, 그래도 커피값을 아끼기 위해 50분이 걸리는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17호선 판롱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밖에 안 걸리는 위치에 있다. 주가각에서는 관광센터가 있어 주가각임을 알렸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보니 입구부터 확실히 컨셉을 제대로 잡고 만든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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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출구에서 갔을 때 도착하는 입구, 3번 출구에서 나왔을 때 도착할 수 있는 입구

뭔가 나 세련된 관광지예요~ 하는 느낌과 함께 많은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들이 보였다. 판롱티엔디에는 취두부의 냄새도, 관광지 특유의 특산품들도 없었다. 쇼핑관광 마을 같은 느낌이랄까. 주가각과 같이 옛것이 주는 미가 있고 그 고즈넉한 느낌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현대적으로 꾸며놓은 것도 잘 정돈되어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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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샌가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닮아버린 관광지들에 질리기 시작한다. 그런 전형적인 관광지의 틀에서 벗어나 실제 사람들의 삶과 연결된 곳이다 보니 젊은 관광객까지 다 사로잡을 수 있는 것 같았다. 크게 한 바퀴 돌며 분위기를 한껏 느끼다가 블루보틀에 자리를 잡고 천천히 여유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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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사진 실력이 개탄스럽다. 블루보틀하면 라떼 맞죠??

카페에는 이렇게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 마침 핸드폰 로밍 데이터도 떨어져 한참을 이 뷰만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바람이 세게 불면 나무들이 강하게 흔들리고 약하게 불면 잔잔하게 움직인다. 작은 나비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물에 비치는 풍경들이 잔잔한 물결에 따라 움직인다. 사방에서 들리는 중국어마저 그저 백색소음으로 들릴 뿐이다. 풀 밑에서 벌레들이 기어,,,,,,, 운치는 여기까지 즐기고 슬슬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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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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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에 10위안

간식은 미슐랭 맛집이라고 표시되어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던 국숫집 옆에 작게 있는 집에서 전병을 먹었다. 맛집의 옆집도 맛집이라고, 같은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꽤나 맛있었다. 이렇게 판롱티엔디를 즐긴 뒤 축구 경기를 보러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시청한 아이콘 매치는 매우 재밌었다고 한다. 축구를 처음에 입문했을 때 이미 은퇴한 선수도, 현역이었던 선수들도 있었는데 그때만큼의 박진감은 없지만, 이 선수들이 한자리에 뛰는 걸 보면서 어렸을 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20대 초반에는 새벽까지 챔피언스리그도 시청하고, 친구들과 모여서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인간의 뇌는 기억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들 혹은 오래된 것들을 기억 속에서 저 멀리 던져 버린다. 축구가 매개체가 되어 깊은 곳에 있던 추억을 꺼내 먼지를 털털 털어내고 다시 기억 속의 한자리에 집어넣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전후반을 이어주는 하프타임 때 울려 퍼진 밴드 올타임로우의 음악들은 이 추억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살아 숨 쉬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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