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2]
다들 인생을 살면서 백 번쯤은 회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어를 보자마자 뜨끔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회피는 사람들 인식 속에 안 좋은 단어로 자리 잡혔기 때문이다. '회피하다'라는 단어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첫째, 몸을 숨기고 만나지 아니하다.
둘째, 꾀를 부려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지지 아니하다.
셋째, 일하기를 꺼리어 선뜻 나서지 않다.
나 또한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이 회피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이 주제를 들고 왔다. 어렸을 때 흔히 말해 쪽팔린 상황에 처해 남들 얼굴 보기 부끄러울 때나 일을 하면서 무언가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 무거워 그저 내려놓으려고 했을 때, 일을 하기 싫어 선뜻 나서지 않았을 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수도 없이 많았던 것 같다. 회피라는 녀석은 어떠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항상 한 가지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항상 여기 있어, 그냥 힘들면 나한테 와"
삶은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항상 존재한다. 이 어두운 면에 접어들었을 때,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우리는 회피라는 선택지의 유혹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회피를 선택하면 그 후유증이 따라온다. 바로 양심이다. 그리고 양심은 자극을 받으면 자아성찰에 들어간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나쁜 사람일까. 올바르게 살고 있는 것일까. 왜 계속 도망칠까. 자아성찰을 통해 득이 없을 수 있지만, 우리는 용기를 얻곤 한다.
"그래 언제까지 도망칠래! 까짓것 부딪히자"
그 용기가 다시 우리를 삶의 밝은 면으로 이끌어준다. 이렇게 보면 회피가 마냥 나빠 보이지가 않는다. 회피를 통해서 자아성찰을 하고 생각이 깊어진다. 그리고 다시 선순환을 돌게 해주며, 밝은 면이 더 밝게 보이게 해 준다. 어쩌면 또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회피의 편함이 생각나고 다시 유혹에 빠져들겠지. 나 또한 자주 현실을 부정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다. '회피하기'도 이미 하나의 스킬로 분명 자리 잡았다.
매번 도망만 친다면, 악순환의 반복이겠지만 회피를 통해 다시 용기 있는 삶으로도 돌아올 수 있으니, 평소에 그러지 않았던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자꾸 도망치려 한다면, "그래 잠깐 피해있어"라고 해주면 어떨까. 나 자신도 상대방이 회피할 때 잘 알아봐 주지 못한 것 같아 반성 또 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