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충격적인 해외 소식
민주주의의 기념비에서 12.3 계엄까지
영국에 있었던 지난 몇 해는 국제적으로 큰 사건사고가 많은 시기였다. 엘리자베스 왕의 사망, 지진, 가자 지구 폭격, 미국 대선, 홍수.
안타까움과 분노 속에서도 한편으로 내 나라가 아니기에 부끄럽게 안도했던 뉴스가 내리 이어졌지만 한국에서 들려온 최악의 뉴스는 이태원 참사가 마지막일 거라고 믿었다.
한국 시간 12월 3일 밤,
나의 시차는 낮에 머물러 있었다.
누가 2024년의 계엄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
정정은 없었다.
BBC에서 속보가 떴다.
모두가 활동하는 시간대, SNS 채팅방에서 불이 났다.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었거나 현지 면접, 비자 신청을 앞둔 지인들은 당장 피부에 닥친 혼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한국에 가야 하는 건지, 한국에 가지 말아야 하는 건지.
와중에 계엄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은 미지의 불안에, 46년 전 계엄을 겪은 세대들은 경험의 분노에 떨었다.
원화가 순식간에 폭락했다.
SNS에서는 가짜 탱크 사진이 나타나 혼돈을 가중시켰다. 시민들이 국회로 모였다는 얘기도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BBC 온라인 생중계에서 한국의 상황이 나오고 있었다. 국회에 특전사 계엄군이 들어갔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내 인생에서 계엄사 포고령을 실시간으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계엄 해제는 국회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는데.
군인들이 침투하고 있다는 의사당에서 그게 가능은 한지.
전쟁날까 걱정한 적은 있어도 군사독재가 될까 걱정한 적은 없었다. 황당하기보다 막막했다.
바다 건너에서 간절하게 뉴스만 붙잡고 기다린 몇 시간, 계엄령 해제 가결 후에도 안도는커녕 대통령의 해제 선포까지 다시 기다려야 했던 몇 시간, 그 사이에 한국에는 여행 경보가 내려졌다.
새벽 2시 반, 그제서야 국방부에 계엄 해제 요구 통지가 송달됐다.
비상계엄 내란 사태가 일어난지 오늘로 7일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K 컨텐츠의 유행으로 전 세계가 민주화 운동의 기념비였던 국가의 실패한 쿠데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탄핵안이 특정 당 국회의원들의 줄행랑으로 폐지되는 부끄러운 모습도 물론 생생하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탄핵 집회에는 국회 앞에서만 10만 명이 모이고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바로 옆 아일랜드에서도 한국인들이 모이고 있는데 정작 내란범 수사에는 7일 동안 아직 뚜렷한 결과값이 없다.
명분 없는 폭력 앞에서 정치의 색깔이 이번 만큼이나 의미가 없었던 때가 없었다.
수사권이 없는 수사 본부가 자꾸만 숟가락을 얹고 거짓말과 거짓말이 들통나는 행태가 엎치락뒤치락하는데 이 시간 국회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것만이 아쉽고 안타깝다.
계엄령 해제 안 됐으면 한낱 개인의 넋두리인 이 글도 쓰고 잡혀 갔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