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집 구하기

부동산을 갈까 Spare Room을 깔까

by 홍화일

런던에 온 후 2년 동안 이사만 5번을 했다.

왜 그렇게 자주 옮기나 싶지만 런던에서 이사는 생각보다 흔하고 자주 있는 일이다. 런던의 자취생이라면 대부분 계약 단위가 '집'이 아니라 '방'이기 때문이다.

너무 높은 집값과 아직 주택이 많은 현지 상황이 부른 현상이지 아닐까 싶다. 옆 나라 수도 더블린은 방 계약을 넘어 방을 쪼개어서까지 계약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랄지.


영국 하면 떠오르는 길가에 양쪽으로 늘어선 똑같은 주택 형태의 집은 house라고 부른다.

식민 지배나 수탈을 겪지 않았던 지역이기에 영국 역사의 기억에 빛나던 빅토리아 시절의 모습을 보존한 주택이 많고, 그 중에서도 주로 벽 하나를 두고 쌍둥이처럼 옆집과 붙어 있는 형태인 semi-detached, 단독으로 떨어진 형태인 detached로 나뉜다.

이런 오래된 집들은 문화 유산 보존을 위해 내부 인테리어는 바꾸더라도 외형을 건드리면 안되기 때문에 여전히 아름다운 거리 외관을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 외풍이나 층간 소음, 심지어는 쥐 등의 문제도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식 다세대 건물은 flat이라고 하는데 과거 슬럼가였던 구역을 정부에서 재개발하면서 신축 아파트를 세운 곳이 많다.

이런 지역들은 여전히 안전 면에서 인식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 건축된 건물이라 스튜디오(ensuite room)를 찾기도 편하고 무려 바닥 난방이나 번호 키 같은 (영국 기준) 새로운 기술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으로 안전한 부촌에는 구식 house가, 다소 위험했던 동네에는 신축 flat이 많은 경우가 생긴다.



영국에서 단독으로 house나 flat을 계약하기는 한국보다 훨씬 까다로운데 기본적으로 부동산을 통하려면 월세를 낼 만큼 소득이 있는지, 이전 집에 살 때 괜찮은 세입자였는지 등 느리고 까다로운 reference check 절차를 거치고 보증인까지 세워야만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런던은 비싸다. 너무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살 사람들을 구해 집 계약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방 단위 계약을 선호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Spare room이나 Rightmove 등의 어플을 통해 직접 계약하기 때문에 reference check 절차도 비교적 간단해진다.

하지만 그만큼 수요가 많아 적절한 집을 구하려면 시간을 두고 살펴야 하고 어떤 하우스메이트들이 같이 살고 있는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방이든 집이든 아직 소득이 없는 유학생이나 워홀러처럼 소득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6개월치 월세를 미리 내는 것으로 증명을 갈음한다. 특히 최근 현금이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들어오면서 1년치 월세를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임장이나 현장 답사를 런던에서는 viewing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집을 구하러 다닌 경험이 있다면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매매가 아닌 임대의 경우에는 대부분 viewing이 온다고 해서 집을 특별히 깔끔하게 해 두지도 않고 본인들이 사는 모습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에 한국보다 더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다. Viewing을 와도 주인은 1층에 있으면서 알아서 2층을 보고 오라고 하거나 부동산을 대동할 땐 집에 사람이 없을 때도 외부인이 들어가서 둘러보는 일이 부지기수다.


다만, 방 수요가 늘 많아 집주인이 압도적 갑이기 때문에 어플에서 약속을 잡고 가더라도 허탕을 치거나 당일 파투내는 일이 가끔 있다.

특히 house를 보러 갈 때는 오래된 집이라 확인해야 할 부분을 꼼꼼하게 살피고 필요한 경우엔 계약서에 추가해 두어야 한다.



계약서 작성은 대부분 모든 절차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워드나 pdf 문서에 자필 서명하는 법을 알아두면 좋다. 방 계약을 하더라도 문서화된 계약서를 꼭 남겨둘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 주인이 준비하기는 하지만 계약서 없이 세입자를 받는 사람도 있고 신축 flat을 가는 것이 아니라면 한국보다 자잘한 수리가 필요한 일이 아주 아주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심지어 신축 flat의 경우에도 간혹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대처가 골치 아파 부동산을 통할 수도 있지만 부동산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없이 친절했다가도 집 계약이 끝남과 동시에 모르는 사람이 된다.

더군다나 집 관리는 부동산과 별개 매니지먼트에 맡기는 수도 있어 사소한 문제라도 담당 책임자와 연결하기까지 여러 사람을 거쳐 같은 대화를 해야 하고 영국 어느 기관이나 그렇듯 본인들이 필요할 때가 아니면 답변이 매우 느리다.

한국에서 막 도착했거나 아예 이런 느긋함이 안 맞는 사람은 속이 터져 나가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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