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임종훈, 신유빈(한국)
1997년생, 2004년생
혼합 복식 세계 랭킹 2위(24년 8월 기준)
24년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 복식 동메달
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혼합 복식 동메달
얼마 전 친한 학교형들과 술자리에서 A형이 탁구 레슨을 8개월 동안 받고 있다고 했다. 다들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대학에서 연을 맺어 졸업 후에도 간간이 3명이서 모여 여러 운동을 하면서 지냈던 우리다. 그 중 탁구는 가장 치열한 종목 중에 하나로 서로 배우지 않은(?) 군대 탁구 베이스로 오로지 감에만 의지해 치는 그 피지컬 대결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3명 다 어느 정도 운동 신경을 가지고 있기에 비슷한 수준의 플레이가 이루어졌고, 그게 그렇게 팽팽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할 수가 없었다. 땀이 비 오듯 흘러 상의를 탈의하고서 친 기억도 있다. 한동안 모여 운동하던 그 시기도 으레 그렇듯 각자 돈벌이에 집중하게 되면서 빈도는 줄어들었다.
“오롯이 공 하나를 뚫어지게 보며 집중할 수 있는 너무 재밌고 유익한 운동이다” 그 빈도가 거의 없어졌던 근래 형이 말한 탁구에 대한 생각이 나를 불타게 만들었고, 며칠 동안 그 말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예전부터 제대로 배워보며 해보고 싶은 종목 중 하나가 바로 탁구였기에 마음은 점점 더 커졌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광고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갔을 때, 회사에 체력단련실과 탕비실이 한 층에 있었다. 모두가 촌각을 다투며 바쁘게 일하던 광고 회사에서 해가 많이 넘어간 오후쯤 부서 차장님은 대뜸 “탁구 칠 줄 알아?"라는 말로 나를 탁구대로 인도했다. 셰이크가 아닌 펜홀더 라켓 두 자루를 가지고 이틀에 한 번쯤 오후 4시쯤부터 6시까지 열띤 탁구 게임을 치렀다. 직사각 그 테이블에 공 하나 넘기는 것인 이 운동이 그렇게 짜릿한 것임을 그때 많이 느꼈고, 인턴인데도 불구하고 차장님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시간을 재밌게 때울 수 있었다. 회사에서 좋은 기억은 유달리 없지만서도 차장님과 탁구 친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이상하게 치는 것 같은데 공이 잘 들어온다, 팔이 길어서 그런가”라며 그때 차장님은 넌지시 “너 탁구 한번 제대로 배워봐”라고 말했다. 그때 내 나이 스물여덟. 일찍 배울수록 빨리 느는 게 운동이라는데, 그때부터 시작했으면 지금은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을까 상상해 본다.
무언가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수영 배워봐야지, 외국어 공부해 봐야지‘ 하면서 생각만 하다 흐지부지되었던 게 몇 번이던가. 여유가 날 때 해봐야지,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니 나중에 해봐야지 했던 것들은 모두 손으로 쥔 모래처럼 스르르 흘러내렸다. 어떻게든 할 사람들은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한다는 것을, 그게 내가 가진 시간에 대한 관리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못할 핑계를 찾기보다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밀고 나가는 것. 그래서 이젠 ‘해봐야지’가 아닌 ‘일단 해보자’로 많이 바뀐 것도 같다.
이제는 덤덤하게 그냥 해본다. 고로 탁구도 바로 실행에 옮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탁구장을 찾아 지하로 내려가자마자 들리는 일정한 규칙의 ‘핑퐁핑퐁’ 탁구공 소리. 드디어 탁구의 세계에 문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