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장우진(한국)
1995년생.
단식 세계 랭킹 14위, 복식 랭킹 22위(+전지희)
전형 : 오른손, 셰이크핸드
24년 파리 올림픽 탁구 국가대표
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동메달
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은메달
상담 이야기는 막바지로 흘러갔다. 화, 목으로 일정을 정했지만 아쉽게도 대표님의 스케줄은 이미 시간대가 꽉 차 있단다. ‘대표님에게 레슨을 받고 싶은데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아쉬움이 생길 찰나 다른 국대 출신 남자 코치가 한 분 있다며 그분께 레슨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단다. 레슨 코치 목록에 대표님 바로 아래 칸, 엄청 집중한 모습으로 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중년 남성의 사진이 있었다. 대면하지도 못한 코치로 레슨을 확정 짓고 일정을 맞췄다.
근무 특성상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2주는 오전, 2주는 오후에 받을 수 있는지 물었더니 한 코치와 계속 진도를 맞춰 나가야 하기에 그렇게 진행은 어렵다고 한다. 하여 30분씩 4회로 압축해 받기로 하고 달력에 서로 체크해 확인했다. 상담일은 수요일, 내일 가능하면 바로 시작해도 괜찮은지 묻는 대표님 말에 ‘망설일 필요 있나? 한 번 해보지 뭐’라며 마음을 먹었다. 마음과는 다르게 대답은 기어들어갔고 고개는 얼떨결에 끄덕여졌다.
당장 내일 레슨을 배우러 가야 하니 장비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고, 먼저 내 라켓을 사야 하는지 고민했다. 탁구장마다 그냥 칠 수 있는 일반 탁구채가 구비되어 있지만, 그건 정말 하루 놀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용으로 대부분 건들지 않았다. 언제나 고민할 때 찾는 8개월 탁구 선배 A형. 넌지시 탁구채는 언제부터 사서 쳤는지 물었다. 1달 정도 레슨을 받은 뒤 본인 라켓을 구매했고, 일본 여행 간 김에 수소문해 공수해 왔단다. 내게 탁구를 강력하게 전도한 그가 탁구에 어느 정도 진심인지 이제는 이해가 된다.
지인 중 전국오픈 대회까지 나가는 실력자 B분께도 같은 내용을 물었다. “한두 달 배울 게 아니라, 오래 칠 거면 네 장비를 사는 게 더 빨리 적응될 거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선배들이 몸소 체득한 귀한 팁들이 쏟아진다. 어디 메모장이라도 꺼내야 할 판이다. 발현되는 힘과 기술들을 손에 쥔 라켓을 통해 전달하는 만큼 감각 적응을 위해 내 라켓을 사야겠다 결심했다. 마치 전장에 내 총을 가지고 나가는 것처럼.
고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왕초보인 나는 탓할 연장이라도 챙겨볼 심산으로 부랴부랴 용품 점으로 향했다. “저 이제 레슨 배우려는 왕초보입니다 “라고 내 소개를 하자, 직원이 알아서 잘 설명해 준다. 라켓을 먼저 이야기했건만 의외로 탁구화를 먼저 골라보란다. 탁구장 초입엔 운동화로 빽빽한 신발장과 ‘실내 운동화로 갈아 신고 들어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구장 관리를 위해서도 그렇고, 특히 발의 움직임이 많은 운동인 만큼 부상 방지에도 중요하겠구나 생각했다.
여러 브랜드 탁구화를 신어보고 하나로 결정했다. 다음으로는 유니폼 상, 하의와 양말. 나름 운동 꽤나 했는데 죄다 축구 관련 용품밖에 없고, 탁구 관련 스포츠 웨어는 전무한 수준. 용품을 둘러보면서 버터플라이, 엑시옴, 닛타쿠 등 이렇게나 많은 브랜드가 있는 줄 몰랐다. 처음 탁구장에 가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형형색색 컬러풀한 탁구 의류들의 향연이었다.
용품 구매에서도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선택과 결정이 난무한다. 화려하고 찬란한 디자인의 옷들을 피해 클래식한 스타일로 버터플라이 사의 기본 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골랐다. 탁구채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브랜드 마크가 이젠 예쁘게 보인다. 이렇게 탁구와 사랑에 빠지는 건가 싶다. 운동 전부터 장비 빨 세울 생각에 손은 주체하지 못하고 날뛴다. 어느새 장바구니는 한가득. 평소 입을 옷 하나 사는데도 그렇게 고민하던 내가 탁구 용품 살 때는 일말의 고민도 없다. ‘얼마나 열심히 하려고, 내가 왜 이래’ 아이러니한 내 행동이 실소를 부른다. 누구나 기준이 다르겠지만 탁구장에서의 운동 복장은 기본이자 중요한 예의라는 걸 느꼈고, 복장을 제대로 갖추진 않은 분을 보면 한 번 더 눈길이 더 가기도 한다. 탁구에 임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은 복장에서 쉽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