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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퉁불퉁울 Nov 11. 2020

70점부터 달성해봐라.

아들아.

네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

내 눈에는 우선 외모라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네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와 어떤 일을 잘하는지는 아예 다른 이야기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사람은 서로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은 같지 않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보다 나은 면이 있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 못한 면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다름은 자연 발생적인 것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다름 사이에서 내가 남보다 더 나은 부분이 나의 재능이다.

이것은 어떤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나은 부분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타고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내가 A라는 일을 하기 위해 X만큼의 노력을 기울였을 때 Y만큼의 성과물을 얻는다고 생각해보아라.

이때 같은 남들과 같은 X만큼의 노력을 투자했을 때, 남들보다 더 큰 Y를 얻었다면 너는 A라는 일에 재능이 있는 것이다.


Y=A(X)


A는 하고자 일이고 수학적으로 보자면 함수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나는 재능을 이런 의미로 사용하겠다.


어떤 일이 좋아서 잘하게 되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

어떤 일이 좋다면 그 일을 하는 게 즐겁고, 그 일에 노력을 투자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적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X만큼의 노력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투자하는 X를 크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재미없어하는 일보다는 재미있어하는 일을 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많은 양의 노력을 투자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사실 너는 네가 재밌어하는 그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재밌는 일과 잘하는 일은 다른 것이다.


그럼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그럼 네가 어떤 일에 재능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도 알 수 없다.

너도 처음에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작은 노력을 기울여보고 나서 그 결과물을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피아노 위에 앉아서 건반 몇 개 눌러보고 나는 피아노에 재능이 있네 혹은 없네라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네가 재밌어서 잘하게 된 일과 재능이 있는 일을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피아노 위에 앉아서 건반 몇 개 눌러보고 그것을 재밌다고 느낀다고 해서 너에게 재능이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게임을 아주 많이 해서 친구들보다 잘하게 되었다고 네가 게임에 재능이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아주 적은 노력을 기울여보고 판단하는 우를 피할 수 있다면,

재미있는 것과 재능 있는 것을 구별할 능력이 있다면,

진짜로 재능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바로 많은 양의 노력을 투입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많은 양의 노력을 내가 70점 정도로 그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될 때까지로 생각한다.


70점은 너무 높아서 달성하기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고,

너무 낮아서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도 아니다.


70점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하면 오해할 수 있다.

대충 노력해서 70점을 맞아보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70점 이상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진짜 노력을 기울여서 70점 이상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면 우리는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내가 그 일에 대해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70점까지 오는 과정이 남들보다 힘들었다면 아쉽지만 너는 그 일에 재능이 없는 것으로 보아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70점까지 남들보다 수월하게 도달했다면 너는 그 일에 최소한의 재능이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좋다. 네가 그 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재능 있다는 말은 아쉽게도 그것을 네 인생의 업으로 삼을 만하다는 말과는 다르다.

70점을 달성하고 나면 남들의 실력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가 가장 높은 곳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게 된다.


70점에서 90점까지 가는 길은 지금까지 온 길보다 훨씬 멀고 험난한 길이다.

그리고 90점에서 99점까지 가는 길은 그보다도 더 힘든 길이다.

그리고 99점에서 100점까지 가는 길은 그 전까지와는 비교도 불가능할 정도로 외롭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70점까지 오면 네가 몇 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대략적으로 보일 것이다.


지금 네가 이 일을 계속할지 말지를 정하는 것은 너만 할 수 있는, 남들은 대신해 주지 못하는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것은 지금까지 네가 기울인 노력이다.


세 번째는 지금까지 들인 노력의 활용이다.

아쉽게도 네가 지금까지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 일을 네 길로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보자.

그래도 70점까지 도달했다면 최소한 취미로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경지까지는 올라선 것이다.

이는 그 일이 네가 앞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일 대상이 아닐 뿐인 것이지, 네가 가진 하나의 능력으로 포장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네가 능력으로써 가지게 것들은 훗날에 네가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무작위로 찍은 점들은 연결하는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아들아. 

70점을 받아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봐라.

절대 헛된 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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