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퉁불퉁울 Nov 10. 2020

포기를 잘하는 것이 잘 사는 길이다.

아들아.


너는 살면서 많은 포기를 하게 될 것이다.

포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지구 상에 아무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포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산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대려 오면 네가 원하는 소원을 무조건 들어주겠다.


포기라는 게 무엇이길래 그렇게 피하기가 힘든 것일까.

포기는 하고자 하는 일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다.

하고자 한 일을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고자 한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 이루어내고 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포기할 것이냐,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냐의 두 갈래길 중 선택하며 사는 것, 그런 선택이 쌓이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포기가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보다 열등한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포기를 나쁜 의미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 포기의 특성이라면 그 포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포기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조금만 더 이야기해보자면 우리는 종종 포기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포기에는 좋은 포기가 있고 나쁜 포기가 있다.

어떤 포기를 선택하느냐가 너의 인생을 결정한다.


포기라는 것은 아주 특이하다.

왜냐면 포기의 무게라는 것은 포기를 하지 않고 버틴 시간에 비례하여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네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보자.

첫날은 어지간하면 그 다짐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비는 바로 두 번째 날부터 찾아온다.

두 번째 날부터는 지금까지 투자한 노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포기만큼 가볍고 쉬운 것이 없게 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일을 일 년 내내 성공했다면 너에게 일찍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포기의 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진다.


예를 바꿔보자.

아빠는 네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네가 담배를 끊기로 다짐했다고 해보자.

마찬가지다.

처음 며칠간은 그 다짐을 나름 열심히 지키려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면 그만큼 포기도 쉬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운 선택을 한다.

하지만 금연을 한지 일 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난다면 포기의 무게는 점점 커지게 된다.


근육을 만들기로 다짐했다면 처음 며칠간 헬스장을 열심히 다닐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근육통과 바쁜 일정은 너를 포기하도록 몰아넣을 것이다.

처음 한 달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기간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 몸이 변화하기 시작하고 스스로 네 몸에 만족하기 시작했다면 너는 이미 운동을 그만둘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미 투입한 노력과 이루어낸 성과가 물거품이 되도록 바라보는 것이 포기를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포기의 무게는 처음에는 가볍다.

하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노력이 투입될수록 포기의 무게는 점점 커진다.


지금까지 보여준 예는 포기를 하지 않는 게 좋은 경우이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포기가 부정적인 경우이다.

포기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 포기의 무게를 활용하면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다.

관성을 잘 이용하길 바란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포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보길 바란다.

어떤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생각해보자.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낙제를 거듭하면서 시험공부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투자한 것이 너무 아깝고 포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빠른 포기가 정답인 경우도 있다.

아빠의 70점 이론을 사용할 때가 됐다.

어떤 일을 할 때 남들보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면 그곳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는 자원을 낭비하는 행동이다.


성공에 필수적이지 않은 일에 시간을 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만을 위한 인생을 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아빠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낸 적이 많다.

아빠도 취미활동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시간을 이용해 취미생활을 하거나, 쉬면서 흘려보내는 일은 너에게 새로운 에너지와 새로운 영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이야기다.

시간을 계속 투입하는 것은 너를 계속 갉아먹을 뿐이다.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단지 네가 그 일을 하는 동안 성과 없이 흘려보낸 시간만을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일 때문에 하지 못한 다른 일들의 가치까지 생각해야 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는 오기를 만든다.

오기는 포기를 어렵게 만든다.

오기는 가끔 성공을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험은 일종의 신화이다.

대부분의 오기는 실패로 끝난다.


좋은 포기를 선택하고 나쁜 포기를 포기하는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







이전 17화 반드시 먼저 주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