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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프로 Mar 06. 2024

당신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기죄의 정체

사기꾼을 걸러내기 위해 숙지해야 하는 4가지 성립 요건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면 성립하는 범죄 = 사기



  시중에서 통용되는 문법이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 등식은 참이자 거짓이다.


  사람들은 사기를 단순한 범죄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기죄는 생각보다 복잡한 자격조건을 통과해야 성립하는 범죄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누구보다 적국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사기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사기꾼보다 아니 최소한 사기꾼만큼은 사기죄를 알고 있어야 한다.


  필자가 게시하는 글 중 가장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반드시 알고 있어야 막대한 피해(被害)를 피해(避害) 나갈 수 있는 ‘사기죄’의 성립 요건을 알아보자!                   


✓사기죄의 성립 요건(4가지 모두 충족해야 사기죄 성립)


   1. 기망 : 사기꾼이 거래 결정 판단에 필요한 내용을 속이는 행위

   2. 착오 : 피해자가 사기꾼의 기망에 속아 ‘A를 B로’ 잘못 인식한 상태 =  [객관적 사실 ≠ 피해자의 인식]

   3. 처분 : 착오한 피해자가 스스로 사기꾼에게 재물을 건네주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도록 하는 행위 

   4. 인과관계 : 기망 → 착오 → 처분 사이에 원인과 결과 관계 필요






1. 사기죄의 첫 번째 성립 요건 : 기망


  기망은 사기꾼이 거래(계약) 결정을 판단할 때 필요한 사실을 속이는 행동이다.

  방법엔 제한이 없다. 말과 행동, 위조문서로 피해자를 속일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으로도 속이려 들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으로도 속일 수 있다고?      
             

(사례)  곧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일 땅의 소유자 홍길동! 길동이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사실’이 발표되는 순간 땅의 가격이 폭락할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전에 땅을 처분하겠다고 결심했다. 이에 땅을 주변 시세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고, 그 매물을 본 꺽정이가 길동이를 찾아왔다. 꺽정이는 개발제한구역 소식을 알지 못하는 외지인으로서, 그저 ‘땅 주인이 급전이 필요해 싸게 땅을 내놓았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옳다구나’라고 생각한 길동이는 얼른 꺽정이와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꺽정이는 길동이에게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그 땅을 구매하였다.



  길동이는 아무런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길동이는 사기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망’은 적극적인 말과 행동, 문서 따위로도 가능하지만(이를 법률에선 ‘작위에 의한 기망’이라고 한다),

법률상 중요한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사실을 상대방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을 알리지 않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이를 법률에선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라고 한다).     

 

  필자는 꺽정이가 길동이의 땅이 ‘개발제한구역 지정 예정지’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해당 토지를 구매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소위 땅 좀 보러 다니는 사람 중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땅의 거래가를 결정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매수자가 그 사실을 아는 순간 계약 체결은 무산된다. 설혹 거래가 이루어지더라도 개발이 가능한 땅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팔릴 거다(이 가능성조차 거의 없다고 보자).

 

 이런 사실을 볼 때 길동이는 토지 거래 결정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개발제한구역 지정 사실’을 알릴 법률상 의무가 있었으나,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방법인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꺽정이를 속였다.

  길동이의 침묵은 사기죄의 기망이다.

   

기망의 내용 : 거래 결정을 판단할 때 필요한 사실       
             

(사례)  계좌에 10원이 있는 길동이가 또치에게 중고 휴대전화를 팔면서 “제 계좌에 10억 원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치는 그 말을 듣고 ‘와 ~ 이 사람 엄청 부자구나’라고 생각했다. 길동이는 또치를 확실히 속였는데, 그렇다면 길동이는 또치를 기망했나?



  길동이는 거짓말쟁이가 확실하다. 그런데, 길동이 계좌에 10원이 있든 10억 원이 있든 중고 휴대전화 거래에 무슨 영향을 주나? 판매자의 계좌 잔고에 따라 휴대전화의 성능 또는 외관의 상태가 변하나?  

  '휴대전화의 기능과 상태, A/S 이력, 이전 거래관계' 등은 중고 휴대전화 거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판매자의 계좌 잔고를 중고 휴대전화 거래에 영향을 끼칠 요소로 보기 어렵다.


  또치가 길동이의 거짓말로 인해 ‘휴대전화의 상태’를 현실과 다르게 인식한 사실은 없다. 그렇기에 길동이는 단순히 거짓말을 하였을 뿐, 또치를 기망하지 않았다. 길동이는 인성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필자가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면 성립하는 범죄 = 사기’라는 등식이 참이자 거짓이라고 말한 이유는, 거짓말이 ‘거래 결정 판단’에 관련된 내용인지에 따라 ‘기망’인지, 아니면 단순한 ‘거짓말’인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망은 거짓말보다 복잡하고 좁은 개념이다.          






2. 사기죄의 두 번째 성립 요건 : 착오


  착오는 [객관적 사실 ≠ 피해자의 인식] 상태를 뜻한다.

  사기의 착오는 사기꾼의 기망 때문에 피해자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인식해야 인정된다.        

         


(사례)  못생긴 둘리와 잘생긴 또치가 만났다. 둘리는 아무 말 없이 커피를 음미하고 있다. 그 앞에 앉은 또치는 둘리를 지그시 바라보며 ‘정말 잘생긴 공룡이야’라고 생각했다. 또치는 객관적 사실과 다른 인식을 형성했다. 또치의 인식은 사기죄에서 말하는 착오일까?



  또치의 잘못된 인식은 사기죄의 착오가 아니다. 둘리가 또치에게 사술을 부려 자신의 외관을 잘못 인식하게 했다면 모르겠으나, 아무런 기망도 없었는데 또치 스스로 둘리의 외관을 잘못 인식한 것 아닌가!


  착오사기꾼의 기망 때문에 발생한 객관적 사실과 다른 인식이다. 또치의 잘못된 인식은 단순한 자기 착각일 뿐이다. 아래에 사기 피해자가 자주 겪는 착오의 유형을 정리했다.


차용 사기 : 상대방이 충분한 변제능력을 자랑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기망)

    ✓객관적 현실 : 상대방은 신용불량!

    ✓피해자의 착오 : 상대방이 충분한 변제력 보유하였다고 인식(착오)


투자 사기 : 상대방이 유망한 분야라고 주장하며 사업 투자를 유치할 때(기망)

    ✓객관적 현실 : 수익 실현 자체가 불가능한 사업 모델!

    ✓피해자의 착오 : 충분한 수익 실현이 가능한 사업 모델로 인식(착오)


기부금 모집 사기 : 상대방이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하며 기부금을 모집할 때(기망)

    ✓객관적 현실 : 상대방이 기부금을 꿀꺽할 예정!

    ✓피해자의 착오 : 기부금이 아프리카 난민에게 갈 것으로 인식(착오)


인터넷 거래 사기 : 상대방이 선금을 지급하면 물건을 보내준다고 할 때(기망)

    ✓객관적 현실 : 선금 먹튀 후 잠적

    ✓피해자의 착오 : 정상적인 물건 배송 기대(착오)


  사기꾼의 거래 결정 판단에 관련된 사실을 속이는 ‘기망’이 피해자에게 ‘착오’를 일으켜 잘못된 재산적 ‘처분’ 행위를 결정하게 만든다. 이제 처분을 넘어가자.



  기망이 착오를 출산하고 착오는 처분을 낳는다.






3. 사기죄의 세 번째 성립 요건 : 처분


  처분은 피해자가 사기꾼의 기망에 속아 착오를 일으킨 나머지 피해자 스스로 직접 재산상 손해를 일으키는 행위 일체를 말한다. 아래에 필자가 실제 수사한 사례를 통해 처분 행위의 과정을 살펴보자.



(사례) 둘리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휴대전화 판매 글을 보고 있다. “1달 전에 구매한 갤럭시 S23 휴대전화기 판매. 가격 : 250,000원. A/S 이력 : 없음. 외부에 흠집 없음”. 둘리는 흥분된다. 평균 35만 원짜리 중고 휴대전화를 25만 원에 판매한다. 둘리는 당장 휴대전화의 주인인 또치에게 연락하여 그 전화기를 구매했다. 둘리가 들뜬 마음을 추스르고 휴대전화기의 ‘상태 정보’를 보니 ‘최초통화일’이 무려 1년 전이다! 이상한 느낌에 서비스센터로 달려가 구매한 전화기의 A/S 이력을 확인하니 3번이나 A/S를 받은 사실도 확인되었다.



  또치는 중고 휴대전화기의 상태를 속여 판매했고, 둘리는 또치의 기망에 속아 게시글의 내용과 똑같은 상태의 휴대전화기를 구매한다는 착오에 빠져 스스로 둘리에게 대금을 건네줬다. 이렇듯 사기꾼의 기망으로 인해 객관적 사실과 다른 착오에 빠진 피해자가 자기 스스로 재산상 손해를 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것이 처분이다.



기망에 속아 착오를 일으켰다면 처분을 막긴 힘들다.






4. 사기죄의 네 번째 성립 요건 : 인과관계


  사기죄가 성립하는 순서는 ‘기망 착오 처분’이다.

  사기꾼을 사기죄로 처벌하려면 각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사기죄 성립 순서에 인과관계를 삽입하면 아래와 같이 해석된다.

                    

사기꾼이 거래 결정 판단에 중요한 사실을 ‘기망

    기망에 속은 피해자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인식하여 ‘착오

        착오에 빠진 피해자가 스스로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처분’ 이행




 

사기죄는 만만한 범죄가 아니다.


  사기죄의 성립 요건을 훑어봤다. 솔직히 이론적으로는 웬만한 사기꾼보다 사기죄의 골격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해도 좋다. 그러나 사기죄는 뼈대만 안다고 예방할 수 있는 '만만한 범죄'가 아니다. 2022년 한 해에 발생한 사기 범죄는 총 324,316건이다. 2022년 전체 범죄 건수가 총 1,482,433이니 대한민국 범죄의 1/4은 사기꾼이 일으킨다고 봐도 된다. 통계상 대한민국 국민의 170명 중 1이 사기의 피해자이다(공무원 시험 경쟁률보다 높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다).


  사기의 특성상 피해의 여파가 피해자를 넘어 그 가족과 주변 지인에게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기죄는 범죄의 세부 유형과 그에 따른 예방법을 개별·구체적으로 알아야 사기죄의 피해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필자의 여러 게시글을 탐구하여 구체적인 사기죄의 유형과 예방법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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