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돈이 필요한 길동이가 꺽정이를 찾아갔다. 길동이는 연 20%의 이자를 약속하고 꺽정이에게 1,000만 원을 빌렸다. 길동이는 돈을 빌린 날로부터 3개월간 약속한 이자를 정상적으로 지급하였으나, 네 번째 달부터 이자를 보내지 않았다. 화가 난 꺽정이가 길동이에게 ‘이자를 보내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물으니, 길동이는 미안하다며 곧 보낼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한다. 그러나 그 이후 길동이로부터 아무런 소식(돈)을 듣지(받지) 못하였고, 결국 꺽정이는 길동이를 사기죄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개인 간 금전거래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
돈은 친분 관계를 아주 손쉽게 뒤틀어 버린다. 응? 아니라고? 당신은 둘 중 하나다. 자선단체 대표 또는 남에게 돈을 빌려주고 한 번도 애먹어 보지 않은 사람.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사기를 ‘차용 사기’라고 한다. 차용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가급적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지 말라!
필자가 너무 무정해 보이나? 아래의 설명을 보고 나면 갸웃~ 하며 기울였던 고개를 수직으로 세워 끄덕일 거다. 차용 사기는 사기꾼의 범행을 입증하여 처벌하기 까다로운 범죄다. 수사관이 돈을 빌린 사람(이하 ‘채무자’)을 차용 사기로 처벌하려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증명해야만 한다.
✓피의자를 처벌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는 내용
1.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채무 변제 의사 또는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
채무자가 돈을 갚을 능력은 있는데 돈을 꿀꺽할 생각으로 빌렸는지(변제 의사 부존재), 애초에 돈을 갚지 못할 상황인데 돈을 빌렸는지(변제 능력 부존재) 여부가 입증되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인정되면 채무자를 사기죄로 처벌할 가능성이 열리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엔 ‘의사와 능력’이 모두 있었으나 예측할 수 없었던 경제 사정의 변화로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채권자가 ‘돈을 빌려 줄 당시’ 채무자의 빈약한 경제 사정을 알았는지 여부
채무자가 일명 ‘상거지’라는 사실을 알면서 돈을 빌려줬다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에 사기죄의 착오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채무자가 돈을 빌릴 때 자신의 경제 능력을 부풀려 말하였다면(기망) 채권자가 속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면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상당히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3.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채권자에게 돈의 용도를 속였는지 여부
예를 들어 채무자가 도박, 경마 배팅에 사용하기 위해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면 채권자는 절대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거다(못 받을 확률 99.99%). 하지만 채무자가 도박에 사용하기 위해 ‘생활비’ 또는 ‘부모님 병원비’ 등으로 사용처를 속여 채권자에게 돈을 빌렸다면 채무자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실무상 입증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위에 열거한 내용 말고도 수사할 사안은 많다. 이렇게 지루한 수사 과정을 거쳐도 채무자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다수 사건이 단순 채무불이행에 따른 민사 사안으로 판단).
이제 필자가 왜 ‘가급적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주장했는지 이해되나? 돈이란 신기한 성질이 있다.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기 전까진 채무자를 약자로 만들지만, 빌려주는 순간 채권자를 죄인으로 탈바꿈한다. 채권자는 당연히 받아야 할 돈 때문에 채무자에게 굽실거려야 하는 상황에 수시로 놓인다.
화가 난 채권자가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면 되레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돈 받고 싶으면 사기 고소를 취소해”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돈거래 스트레스는 암세포의 위력과 맞먹는다.
당신의 건강이 염려된다. 빨리 차용 사기의 예방법을 살펴보자.
동결건조 간식 빌려주고 화병 얻은 고영희
[차용 사기 예방법]
① 다른 사람과 돈거래를 하지 마라.
차용 사기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무작정 ‘돈거래 금지’라고 외치면 설득력이 떨어지니까 논리적으로 접근해 보자.
먼저 상대방이 당신에게 돈을 빌리러 올 지경이면, 은행이 상대방을 대출 거래의 상대로 거들떠보지도 않는 상황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상대방으로부터 채권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은행의 신중함을 믿어라! 설혹 상대방이 은행에서 대출받았다면 더 심각한 상황이다. 당신이라면 담보를 설정한 은행 돈을 먼저 갚을까? 아니면 딱히 걸어놓은 담보가 없는 당신 돈을 먼저 갚을까? 필자라면 ‘무자비’ 정신으로 무장하여 손속에 정(情)을 두지 않고 채권을 확보하는 은행의 돈을 먼저 갚는다!
당신은 은행보다 한참 뒷줄에 있다. 그리고 당신에게 올 정도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려고 시도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금전 신용도가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니? 그냥 줄 거라면 말리진 않겠다!
②돈을 빌려줄 생각이라면채권액의 120% 이상의 가치가 있는 담보를 확보하라.
“네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자! 그럼 돈 빌려줄게”라고 단호하게 말해라! 필자가 감히 예상하는데 상대방은 아래 세 가지 이유 중 하나의 이유로 돈 빌리길 포기할 거다.
첫째 : 모든 부동산이 ‘근저당' 양념으로 버무려져 있어서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할 공간이 없음
둘째 : 근저당권을 설정할 부동산 자체가 없음
셋째 : 근저당권을 설정할 부동산은 있으나 당신에게 해줄 마음이 없음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임의경매(담보권 실행 경매)’ 한다고 해도 채권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든다. 그런 실정에 용감하게 근저당권 하나 없이 돈을 빌려준다? 뭐, 그냥 줄 거라면 말리진 않겠다!
※ 근저당권 설정은 반드시 채권액의 120%로! 경매 과정에서 유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③ 부동산은 없으나 반드시 돈을 갚겠다고 말하면 연대보증을 요구하라.
반드시 돈을 갚을 확신이 있는데 연대보증이 무슨 문제가 될 것인가! 하지만 필자가 확언하는데 상대방은 연대보증의 ‘연대’만 나와도 조용히 일어나서 집에 갈 거다. 아니면 보증을 서줄 지인을 찾아 10년 정도 헤매다 돌아오겠지. 어쨌든 그 자리에서 당신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조르진 않는다. 그건 확실하다.
④ 높은 이자를 제안하면 그 제안은 거절해라!
상대방이 시중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제시하는 이유가 뭘까?
첫째 : 은행에서 돈을 구할 수 없어서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이자를 줄이려고 하지 굳이 먼저 나서서 이자를 늘리려고 할까? 시중 금융기관에서 상대방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으니 높은 이자를 감내하면서 당신에게 금전 차용을 제안하는 거다.
둘째 : 과도하게 높은 이자는 ‘돌려 막기’의 징후일 수 있다. 은행, 신용카드 대출, 다른 지인과의 돈거래 등으로 자금줄이 막힌 상대방이 급하게 다른 구멍을 막아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높은 이자를 제안했을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높은 이자는 피하라. 당신이 미등록 대부업자 또는 사채업자라면 뭐...
⑤ 정 돈을 빌려줘야 하면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고 공증받아라.
A4용지에 대충 손으로 끄적인 어설픈 차용증은 안 된다. 채권 확보에 필요한 내용이 모두 기재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내용은 ‘이자, 지연손해금, 기한 이익의 상실, 강제집행의 인낙’ 등이 있다.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반드시 공증인 사무실 또는 공증이 가능한 법무법인에서 공증받아라. 채무자가 공증 내용을 어기면 지루한 민사소송 없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 공증 집행문 부여 등 강제집행 절차는 공증을 진행한 공증인 사무실에 문의하면 자세히 안내해 준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방비책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다른 사람과 돈거래를 안 했으면 한다. 차용 사기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안 써줘서 경찰서 조사실에서 신문(訊問) 받을까?
※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예문은 본문 하단 참조
필자는 범죄예방 백과사전 제2화 '당신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기죄의 정체'에서 사기란 무엇인가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사기죄는 기망 + 착오 + 처분 +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어야 처벌할 수 있는 까다로운 범죄다.
꺽정이에게 1,000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길동이는 과연 차용 사기로 처벌받을까? 차용 사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돈을 빌릴 당시 길동이의 변제 능력과 변제 의사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길동이의 ✓신용거래정보, ✓신용평가정보, ✓세금 체납 내역, ✓부동산 현황, ✓급여 수령 여부와 수준, ✓다른 은행 또는 사람과의 돈거래 내역, ✓이전 차용 사기 전력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어떤가? 필자가 ‘✓’한 내용을 보니 한숨부터 나오지 않나? 그래서 필자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한 거다. 확실한 차용 사기 예방법은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다.
[차용 사기 예방법핵심 요약]
✓ 다른 사람과 돈거래를 하지 말자!
✓ 돈거래를 하겠다면 근저당권 등 담보를 반드시 확보하라!
✓ 담보 설정 거부 시 연대보증을 요구하라!
✓ 높은 이자는 미끼다! 현혹되지 말라!
✓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정확히 작성 후 공증받아라!
✚ Tip : 채무자의 채무변제를 촉구하는 민사 대처 방안
채무불이행이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돈을 못 받는 건 아니다. 채권자는 ‘소액사건 또는 지급명령 신청,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 등을 통해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변제받을 수 있다.
다만 민사소송은 원고(채권자)가 주장 내용을 입증해야 한다. 더하여 채권자가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즉시 채권자의 통장에 돈이 들어오진 않는다. 승소 판결문을 통해 ‘집행문’을 부여받아 채무자의 부동산, 선박, 자동차, 채권 등을 ‘강제경매 신청’하여 그 낙찰금을 배당받으면 그제야 채권자 계좌의 숫자가 커진다.
소액사건, 지급명령 신청,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 등 독촉 및 민사소송의 절차와 방법은 법제처에서 운영하는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사이트에 접속하여 ‘채무불이행에 대한 대응 절차’를 검색하자! 그리고 소액사건, 지급명령,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문 법조인의 도움 없이도 가능하니 ‘나 홀로 소송’을 검색하여 서식작성 방법 등을 확인하자.
✚ Tip : 공증 방법
채권자와 채무자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 후 신분증과 도장 지참하여 함께 공증인 사무소 또는 공증이 가능한 법무법인을 방문하여 공증인에게 공증받으면 OK!
제1조(목적) : 이 계약은 채무자가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채권자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는 계약의 체결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대여일시 및 금액) : 채권자는 2000년 00월 0일 채무자에게 20,000,000원을 대여한다.
제3조(이자) :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지급할 이자는 원금에 대한 연 00%의 비율(최대 20%)이며, 이자 지급일은 매월 말일, 지급 방법은 채권자 홍길동 명의 ○○은행 000-00-0 000-00 계좌로 이체한다.
제4조(변제기 및 차용금 상환) :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차용금 전부를 2025년 5월 31일에 변제한다.
제5조(기한이익상실) : 채무자는 매월 지급해야 할 이자를 2기 이상 지체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압류, 가압류·가처분 또는 경매신청, 파산선고를 받았을 때 즉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고,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 때 차용금 전부와 그때까지 발생한 이자를 채권자에게 지급(변제)한다.
제6조(지연손해금) : 채무자가 원금 또는 이자의 변제를 지체한 때에는 지체된 원금 또는 이자에 대하여 연 10% 비율의 지연손해금을 별도 지급한다.
제7조(강제집행의 인낙) : 채무자가 이 계약에 의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때에는 즉시 강제집행을 당하여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