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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Oct 21. 2021

집착

옛날 옛적 가난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나무꾼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나무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큼직한 금덩어리를 주웠습니다.

그는 금덩어리를 집에 가져와 숨겨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보며 흐뭇해했습니다.

그는 금덩어리를 주웠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도둑이 들어 금덩어리를 훔쳐가지 않을까 불안했습니다.

가난한 친척들이 몰려와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됐습니다.


그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 집안에 틀어 박혀 금덩어리만 들여다보며 지냈습니다.

금덩어리가 어찌나 좋은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꾼은 세숫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죽을 날을 받아둔 병자처럼 창백한 낯빛에 탐욕으로 눈빛만 번들거리는 흉측한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동안 손대지 않고 버려둔 세간살이도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금덩어리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 것을 나무꾼은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삶이 엉망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 나무꾼은 

고민 끝에 금덩어리를 뒷산 은밀한 곳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금덩어리 생각이 날 때마다 산에 묻어둔 것은 금이 아니라 돌이라고 되뇌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던 나무꾼의 생각은 빗나습니다.

금덩어리에 대한 집착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누군가 금덩어리를 파내어 가져가지는 않을까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먹을거리마저 떨어진 나무꾼은 아깝지만 금덩어리의 일부를 팔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밤에 몰래 금덩어리를 파묻어 놓은 곳에 가서 칼로 조금 떼어내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시장에 가져가 팔기 위해 금 조각을 살펴본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덩어리가 겉에만 금칠을 한 납덩어리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금덩어리가 아닌 납덩어리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나무꾼은 비로소 금덩어리에 대한 집착을 끊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집착이 생깁니다. 


돈에 대한 집착, 

성공에 대한 집착,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집착, 

건강에 대한 집착,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집착 등 

집착의 대상은 너무나 많습니다. 


집착이 너무 심해 괴로워지면 집착하는 대상을 애써 외면하기도 합니다. 

집착하는 것에서 멀리 떨어지려 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잊으려 하면 할수록 집착은 더 커집니다. 

급기야 집착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집착하는 대상이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 

나에게 진정한 만족을 줄 수 없는 것이란 것을 깨달아 확실히 아는 수밖에 없습니다. 

금덩어리가 아니고 납덩어리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신수정 作   Mendocino   30.5 x26.5 cm, marker pens & color pencil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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