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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Nov 30. 2021

분노

옛날 옛적에 무공이 매우 뛰어나고 용맹한 장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적장과의 싸움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백전무패의 용사였습니다.

이 장수는 성격이 불 같고 자존심이 무척 강해서 

적군뿐 아니라 아군까지도 그를 두려워하였습니다.


어느 날 인접한 나라의 군대가 용맹한 장수의 나라를 침략했습니다.

왕은 장수에게 즉각 군대를 이끌고 나가 적을 물리치라고 명령했습니다.

장수는 기세 등등 하게 적과 맞섰고 곧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적장이 앞에 나서지 않고 병사들만 공격해 들어왔습니다.

용맹한 장수는 앞장서서 거침없이 적군을 베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적병들이 뒤돌아 도망치는가 싶더니 적진으로부터 화살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당황한 장수는 방패로 몸을 감싸고 칼을 휘둘러 대부분의 화살을 막아냈지만 

워낙 많은 화살이 세차게 쏟아지다 보니 왼쪽 어깨에 한 발의 화살을 맞고 말았습니다.


용맹한 장수가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지자 

곁에 있던 부관이 급히 장수를 안전한 곳으로 후송했습니다.

후방의 막사로 옮겨진 장수를 치료하기 위해 의원이 왔습니다.

그러나 장수는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의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했습니다.

장수는 분을 참지 못해 자신의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 부러뜨리고는 말했습니다.

"쥐새끼 같은 적장 놈이 비겁하게 병졸의 뒤에 숨어 화살을 날려 나의 목숨을 노리다니, 

나는 이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 

이 따위 화살 한 대로 나를 해칠 수 있을 성싶으냐.

이 화살을 쏜 놈이 누구인지 이렇게 비겁한 계략을 세운 적장은 누구인지를 밝히고 

그놈을 내 손으로 직접 쓰러뜨리기 전까지는 나는 어떤 치료도 받지 않겠노라."


안타깝게도 장수가 맞은 화살은 독화살이었습니다.

그의 분노는 독을 더욱 급속히 퍼지게 하는 원인이 되었고 

용맹한 장수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습니다.


장수가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가 즉시 의원의 치료를 받았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왕은 

"제아무리 웅용한 적도 그를 꺾을 수 없었다. 

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승리에 대한 과도한 욕심과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자존심과 어리석음이었도다."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상처를 받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하고, 

최선을 다한 일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믿는 사람에게서 배신당하거나  

누명을 덮어쓰거나  

난데없이 봉변을 당하기도 하죠.


마음과 몸에 상처를 전혀 받지 않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불가피한 상처는 전투에 나선 장수가 화살을 맞는 것과 같습니다.

제 아무리 용맹하고 뛰어난 장수라 해도 전투를 거듭하다 보면 상처를 입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화살을 맞았을 때 얼른 화살을 뽑고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상처를 치료하는 대신 지나간 상황을 곱씹으면서 분노하거나 자책하거나 후회합니다.

잃어버린 돈과 사랑과 성공이 안타까워 잠을 설칩니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화살입니다.


두 번째 화살은 스스로를 해하는 번뇌와 망상을 뜻합니다.

두 번째 화살은 상처를 덧나게 하고 화살촉에 묻은 독을 온몸으로 퍼뜨려 회복이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분노는 미워하는 사람이 죽기를 바라면서 스스로 독약을 먹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 화살은 피할 수 없을지라도 

두 번째 화살을 스스로 찔러대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마음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 데에서 지혜가 시작됩니다.


신수정 作 '마나롤라 친퀘테레'    종이에 과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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