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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Aug 12. 2022

숨을 쉬다, 마음을 쉬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푹 잘 잤다.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머리가 맑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경험이 귀해집니다. 

재벌이나 연예인들이 '개운하게 푹 쉰 느낌'을 얻기 위해 

수면제, 수면유도제, 각성제 같은 약물에 의존하다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 

돈과 명성으로도 얻기 힘든 것이 '진짜 휴식'인 것 같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새삼 깨닫게 된 것 중의 하나는 '뇌가 잠시도 쉬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가만히 지켜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뇌는 끊임없이 반응하고 기억하고 예측하고 계획합니다. 

그 생각들은 흥분, 후회, 불안, 두려움, 기쁨, 분노, 초조, 짜릿함, 따분함 같은 감정으로 이어집니다. 

생각과 생각에서 비롯되는 감정은 마치 파도처럼 계속 밀려왔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밀려옵니다. 

생각을 끊어야겠다고 마음 먹어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잠을 자는 동안에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생각의 흐름이 끊어지는 것 같은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에 강하게 집중할 때입니다. 

창작을 할 때, 

흥미 있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운동이나 게임을 할 때, 

시간 감각이 사라지면서 우리 뇌는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번뇌가 들어설 틈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몰입의 순간에도 뇌는 쉬지 않습니다. 

몰입의 순간이 지나고 나서 극도의 피곤함과 고단함이 몰려오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유난히 명상이 잘 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은 호흡이 깊습니다. 

명치를 지나 배꼽 아래 깊숙한 곳까지 숨이 들어왔다가 천천히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들숨도 그렇지만 특히 날숨이 길고 편안합니다. 

깊은 호흡을 느끼고 있으면 끊이지 않던 잡생각이 어느새 사라집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고 나면 머릿속이 맑아집니다.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기분까지 좋아집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참신한 아이디어가 솟아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명상을 마치면 '정말 푹 쉬었구나'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제대로 쉰 적이 없구나'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숨을 잘 쉬면 마음이 쉽니다. 


신수정 作  Hanalei Bay Kauai      종이에 과슈와 잉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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