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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Jul 21. 2021

음식 명상

현대인에게 비만은 질병입니다. 

비만과 싸우는 사람에게 먹는다는 행위는 전투와 다름없습니다. 

승리하기 위한 전략은 적은 양의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입니다. 

골고루 먹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소식小食은 쉽지 않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강력하게 우리를 공격합니다. 


가끔 승전보를 울리기도 하지만 인간의 의지는 식탐이라는 벽을 넘기에는 너무 박약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 과정에서 늘 먹을 것이 부족했고 

먹을 것이 생기면 일단 축적해야 한다는 본능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해 보지만, 

냉정하기 짝이 없는 심판관인 체중계의 선고는 치명적입니다.


명상으로 식탐을 다스릴 수는 없을까요.

 

다음은 존 카밧 진이 명상 초심자에게 권하는 먹기 마음챙김 명상 방법입니다. 


작은 음식 한 조각을 준비합니다.

방울토마토 한 개, 건포도 한 알, 옥수수 한 알갱이. 무엇이든 좋습니다.

음식물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관찰합니다. 마치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이름도 모르는 사물인 것처럼.

주의 깊게 색과 모양을 관찰합니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음식물의 무게를 느껴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귀에 대고 소리도 들어봅니다. 

몸이 이 음식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봅니다. 어떤 마음이 일어나는지도 알아차립니다. 

충분히 관찰한 후에 천천히 입으로 가져갑니다. 입에 넣기 전에 몸과 마음에 어떤 충동이 일어나는지를 알아차립니다.

혀 위에 음식물을 올려놓고 이리저리 굴리며 일어나는 느낌을 관찰합니다.

치아로 씹어봅니다. 천천히 씹으면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각을 섬세하게 알아차립니다.

음식물을 삼킵니다. 삼키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현상, 삼키고 나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합니다.

당신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다면 15~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건포도 한 알을 들고 15분 동안 이리저리 관찰하며 느릿느릿 삼키는 모습은 

다소 엉뚱하고 바보스럽게 보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일단 이 경험을 진지하게 하고 나면, 

그동안 우리가 '먹기'라는 행위를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또 의도적으로 주의 깊게 '먹기'를 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자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건포도를 눈으로 바라보고 냄새를 맡으며 손에 쥐고 손가락으로 느껴본다.
또 그것을 먹으려는 기대감, 입속과 몸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느껴본다.
입속에 넣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천천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씹어보면서
매 순간 그것을 맛봄과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삼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 삼키고 난 뒤 그에 대한 자신의 반응은 어떤지 등
먹기 명상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생각과 감정, 삼키고 난 후 지속되는 여운까지도 느껴본다.
이 과정을 통해 참여자는 경험이 전개됨에 따라 그것을 알고 체현하는 그 앎 자체가 되며,
매 순간 그 자각(알아차림) 속에 머물도록 초대된다.
- 존 카밧 진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中


혼자 밥을 먹으면서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지 한번 관찰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나는 음식의 맛을 음미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맛있을까' 생각하면서 급하게 음식을 집고 씹고 삼키는 것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죠. 


밥을 먹을 때 다음에 무슨 맛있는 반찬을 집어먹을까 생각만 하지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빨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사물에 반응할 때 생각이 일어납니다.
생각이 일어남을 알아차리면 생각이 생각을 알게 됩니다.
-김용관 <쉐우민 위빠사나> 中 


맛있는 음식이 앞에 차려져 있으면 마음이 들뜹니다. 

성급해집니다. 

어서 먹고 싶어 집니다. 

이 마음에 휩쓸리지 말고 차분하고 분명하게 알아차려야 합니다. 

'마음이 지금 들떠있구나, 빨리 먹고 싶어서 성급한 상태구나'라고.


먹는다고 생각하면 벌써 탐심이 생깁니다.
먼저 그것을 보십시오.
먹고 싶은 욕구는 아주 강합니다.
'먹을 때 어느 것과 어느 것을 함께 먹겠다.
어떻게 먹겠다. 이것 다음에는 무엇을 먹겠다.'
이런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밥그릇 속에 두지 마십시오.
그릇 속에 두면 이런 것들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므로
마음을 봐 가면서 드십시오.
- 아신 떼자니야 사야도 <마음가짐이 바르게 되었을 때 수행하십시오> 中


배 고픈 것과 먹고 싶은 것을 분리해 관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배 고픈 것은 몸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먹고 싶은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둘은 각각 일어나기도 하고 함께 일어나기도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먹기 명상은 '비만이라는 질병'에 대항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행하고 있는 '먹는다'는 행위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목적입니다. 

식사가 식탐과의 전투가 아니라 깨달음과 자각의 경험이 됨으로써 

더 즐거워지고 더 건강해지는 것은 명상이 주는 덤입니다.  


신수정 作    퀘벡의 시장      종이에 수채와 잉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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