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 같기도 하고, 매력적이고 요염한 여인인 동시에 격정적인 청년이기도 합니다. 또 한없이 자상한 어머니이면서 순결하고 강직한 성직자의 면모도 가지고 있습니다.
행복은 여러 상황에서 등장합니다. 힘든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식사할 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깜짝 선물을 받거나 오랜 친구로부터 안부 편지를 받았을 때 나타나기도 합니다. 애모하는 연인을 기다릴 때 황홀한 느낌을 감질나게 맛 보여주기도 하고, 전혀 뜻밖의 육체적 화학적 접촉이 일어났을 때 저항할 수 없는 파도처럼 덮쳐오기도 합니다. 자녀의 성장을 바라볼 때나 오래 해오던 일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뿌듯한 성취감과 자부심으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나 작가들은 이런 행복의 다양한 측면을 자기만의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행복 분류법은 그 사람의 가치관을 살펴볼 수 있어 재미있고, 내 삶에 적용시켜 볼 수 있어서 유용합니다. 다음은 제가 좋아하는 두 작가의 행복 분류입니다.
독일의 의사이자 코미디언인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은 행복 나침반이란 개념으로 행복의 다양한 측면을 설명합니다. 행복은 어느 방향에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5가지로 분류했습니다.
☺ 공동의 행복
사랑, 우정, 가족과 관계된 모든 것. 행복과 불행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됩니다.
☺ 우연의 행복
로또 당첨처럼 행운이 가져다주는 행복. 지속되지 않지만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순간의 행복
향락.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은 누릴 수 없는 행복.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 자기 극복의 행복
몰입 후에 오는 만족감이 대표적. 나약함을 극복함으로써 자긍심을 얻을 수 있고 오래 지속됩니다.
☺ 충만한 행복
삶을 완전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가슴 벅찬 순간들. 완벽한 고요, 대자연,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 소름 돋는 절정의 기쁨입니다.
행복 나침반의 여러 범주는 경우에 따라 겹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의 유희는 함께하는 공동의 행복을 증진시켜주지만 여기에 우연한 만남이 끼어들면 오히려 행복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또 크나큰 향락이 될 수도 있고 자기 극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창 사랑에 빠져있을 때 몹시 행복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행복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경우라고 히르슈하우젠은 말합니다.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시인인 제니퍼 마이클 헥트는 행복을 세 종류로 구분합니다.
☺ 좋은 하루 (A good day)
소소한 즐거움과 약간의 보상이 따르는 노력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 도취감(극도의 희열, Euphoria)
강렬하기 때문에 강한 느낌으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대체로 위험하고 유혹적입니다.
☺ 행복한 인생 (A happy life)
어려운 일들(학습, 노력, 양육, 부양, 타협, 애도, 출산)이 많이 따릅니다.
세 종류의 행복은 매우 다를 뿐 아니라 서로 관련이 없고 오히려 종종 서로 충돌합니다. 도취감에 빠지는 경험은 대개 고통스럽거나 난감합니다. 좋은 하루가 계속된다고 해서 행복한 인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한 인생을 준비하는 일은 수고스럽고 재미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세 종류의 행복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은 드물죠. 한 종류의 행복에만 주목해서 대체로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종류의 행복에 관심을 기울여 봐야 한다고 헥트는 조언합니다.
오늘날 전문가들의 조언은 장수나 생산성에 지나치게 집착해 행복한 인생이라는 행복에 매몰돼 있다. 이런 조언을 거부하면 다른 종류의 행복에 눈뜨게 된다. 의지력 부족으로 보이는 많은 것들이 다른 관점에서 보면 다른 종류의 행복에 적합한 긍정적인 선택이 된다. 나쁜 행동을 부추기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행복은 규범을 이유로 언저리에 밀쳐 둘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주제이다.
우리는 행복의 여러 측면을 순간순간 맞닥뜨리면서 살아갑니다. 모든 종류의 행복이 적절한 균형을 맞춰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를 유혹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임무가 도전장을 내밉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선택에 내몰립니다. 잠시 균형과 중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래 지속되기는 힘듭니다. 다양한 행복의 모습과 마주쳤을 때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그냥 누려봅시다. 죄책감 없이 행복을 누릴 때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스스로 관찰해봅시다.
✈ 그림 설명: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파벨리(Napa Valley)와 소노마벨리(Sonoma Valley)는 저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가운데 한 곳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의 아름다운 풍경, 쾌적한 날씨, 맛있는 음식과 술, 작지만 멋진 숙소와 상점들이 있는 곳입니다. 잘 찾아보면 무료 시음이 가능한 와이너리도 많습니다. 향긋한 포도밭에서 와인에 취한 낙서인간들과 함께 A Good Day를 보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