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일 속에서 행복을 찾는 2개의 키워드

by 낙서인간

일상적 반복적 활동 가운데 '행복'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은 무엇일까요.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바로 '일'입니다. 일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일 때문에 우리는 하기 싫은 것이나 무의미한 활동을 합니다. 일 때문에 꼴 보기 싫은 인간을 상대해야 합니다. 일은 '자유'를 제약합니다. 일은 나를 사회와 조직의 '노예'로 만듭니다.


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모순적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여가를 즐기는 삶을 꿈꾸는 동시에 일이 없어질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파업 현장에 붙어 있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플래카드는 일자리에 목매는 노동자의 간절한 심정을 웅변합니다. '나는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야'라고 외치면서, 뒤돌아서는 '나도 멋진 일,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라고 중얼거립니다. 일은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신성한' 것입니다.


산업 사회에서 '일'은 곧 정체성입니다. '뭐 하는 사람이야?'라는 질문은 '어떤 사람이야?'라는 질문과 거의 같은 의미입니다. 산업화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시간의 40% 정도를 생산활동, 즉 일을 하는 데 사용합니다. 그리고 25% 정도는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활동에 사용합니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만 따져보면 우리는 일하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르크스는 개개의 인간이 전문적인 활동 영역을 가지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여러 분야에서 성취를 맛볼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습니다.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낚시를 하고 저녁에는 양 떼를 먹이고 저녁식사 후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글을 쓰는 삶입니다. 그런 각각의 일들을 사냥꾼이나 어부나 양치기 또는 바이올리니스트나 비평가가 되지 않더라도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입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일이 스트레스가 아닐 지 모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사회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습니다.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이 안에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많은 학자와 의사와 컨설턴트와 작가들이 일하면서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대부분은 일과 일상에서 모두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탐구해서 공통점을 도출한 내용입니다. 나머지는 자기 자랑입니다. 특별한 사례를 일반화한 내용은 내 삶에 적용시키기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 각자는 개성이 너무 강하고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성공한 기업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망해가는 기업이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행복한 사람을 무턱대고 따라 한다고 해서 불행한 사람이 행복해질 수는 없습니다.

각자 처한 환경에서 자기만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두 개의 키워드에 집중해봅시다.

첫 번째 키워드 충족감.

우리는 일을 하는 동력을 대개 '수월성' 즉, 남보다 뛰어나려고 하는 데에서 찾습니다. 동료보다 보고서를 더 잘 쓰는 것, 시험을 더 잘 보는 것, 경쟁 회사보다 물건을 더 잘 만드는 것, 옆 가게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의 동력을 수월성이 아니라 충족감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는 일, 힘들지만 뿌듯한 일, 밥 먹는 것보다 재미있고 신나는 일을 하는 것이 목표로 바뀔 것입니다.


두 번째 키워드 몰입.

몰입했던 경험을 떠올려봅시다. 저의 최근 경험은 명상입니다. 호흡에 집중하면서 명상을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숨이고 숨이 곧 나인 것 같은 고요한 느낌에 휩싸였습니다. 10분 정도 한 것 같은데 지나고보니 1시간이 넘어 있었고, 평소와는 달리 조금도 지루함과 뻐근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몰입의 경험은 음식을 만들 때일 수도 있고 까다로운 외과 수술일 수도 있고 연인과의 키스일 수도 있고 책을 읽을 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몰입하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잊고 온전히 현실을 있는 그대로 100% 받아들이게 됩니다.


몰입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것은 운동선수가 말하는 '몰아 일체의 상태', 신비주의자가 말하는 '무아경', 화가와 음악가가 말하는 '황홀경'에 다름 아니다. 운동선수, 신비주의자, 예술가는 각각 다른 활동을 하면서 몰입 상태에 도달하지만, 그들이 그 순간의 경험을 묘사하는 방식은 놀라우리만큼 비슷하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롬바르드 스트리트.jpg

✈ 그림 설명: 샌프란시스코 롬바르드 스트리트(Lombard street)를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보았습니다. 가파른 언덕의 꼬불꼬불한 차도와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꽃밭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 된 길입니다. 차를 타고 내려가면 엉금엉금 기어갈 수밖에 없지만 모두들 즐거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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