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출근하는 회사원으로도 살아보고, 24시간 365일 자유로운 프리랜서로도 살아 봤다. 회사원일 때는 프리랜서만 되면 행복할 줄 알았고, 프리랜서일 때는 회사원의 안정적인 수입이 그리웠다. 결국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뿐, 완벽한 파라다이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근무 형태와 수입의 한계만 다를뿐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프리랜서든 돈을 '벌어야만' 하는 것은 동일하다는 것.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닌 해야만 하는 상태인 것이다. 물론 아주 소수는 돈을 벌면서 자아 실현에 더 큰 비중을 둘 수도 있지만 100% 하고 싶고 좋아서 돈 버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생각한다.
본투비 금수저가 아닌 이상 일정 수준의 자산을 일구기까지 노동은 필수다. 다만 회사원or자영업or프리랜서 중 어떤 형태가 가장 덜 스트레스 받고 나와 잘 맞는지를 선택하는 것 뿐이다. 회사가 답답해서 퇴사 후 자영업을 한다고 해도 장밋빛은 아니다. 근무 형태만 바뀔 뿐 생계형 돈벌기라서 그렇다.
회사원도, 프리랜서도 해봤으나 아직 미지의 영역이 있었다. 바로 파트타임 직장인이다. 일주일의 절반 정도만 출근하고, 남는 시간은 프리랜서 형태로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는 하이브리드 직장인. 프리랜서만 하면 너무 불안정하고, 직장인만 하면 너무 자유가 없는데 파트타임 직장인은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도 있으면서 기본적인 생활비도 확보하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다.
다행히 내 직무는 근무 형태의 선택지가 많은 편이라 어렵지 않게 주 3일만 출근하는 파트타임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첫 한 달은 약간의 불안함이 따라 왔다. 이직 황금기라는 3년차 직장인 + 아직 아이 없는 신혼인 지금이 커리어 쌓기의 최적기인데 얼른 더 크고 좋은 회사로 옮겨야 하는거 아닌가? 이렇게 여유롭게 지내고 있어도 되나?
불안감과 더불어 자꾸만 욕심이 생겼다. 본업도 좋고, 글쓰기도 좋다. 둘 다 포기할 수 없어서 파트타임 근무의 형태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젠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두 개 다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스물스물 생기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걸 잘 해내기란 불가능하다는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아마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파트타임 직장인' 이라는 정체성에서 기인하는 것 같았다. 한 분야에서 무언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고정 관념이 나에게도 뿌리 깊게 자리해있던 것이다. 2가지 일을 70씩 해내는 것이 아니라, 1가지 일이라도 100만큼 해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하지만 그런 생각을 곧 떨쳐낼 수 있었던 건,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직장인으로도 프리랜서로도 살아봤고 그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어서 파트타임이라는 일의 형태를 선택한 것이다.
파트타임 직장인으로 근무한지 이제 3달 정도 됐다. 초반의 불안감이 사라지자 행복감이 찾아 왔다. 아직까지는 내가 해 본 근무의 형태 중 가장 만족스럽다. 직장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오히려 주 3일만 일하는 만큼 업무 시간에는 100% 집중해야 한다. 주 5일 출근할 때는 쉬엄 쉬엄 하기도 했는데 이젠 그럴 시간이 없다.
그렇지만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날의 자유가 있기에 견뎌낼 수 있다. 완전한 프리랜서로 살 때는 마음이 불안해서 휴식도 편안하게 못 했는데 이제는 어쨌든 돈을 버니까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
주 3일 출근으로 기본적인 수입은 확보 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회사 밖에서 살아갈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 여러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나에게 맞는 일의 형태를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