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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비 Feb 04. 2024

블로그와 적당한 거리 두기

3장.돈과 행복의 균형 잡기 : 블로그1


2020년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블로그는 나에게 재미있는 일 & 해야 하는 일경계에 있었다. 어느 때는 재미의 비중이 더 컸고, 어느 때는 의무의 비중이 더 컸다. 일이 바쁘거나 심적 여유가 없을 땐 포스팅을 거의 못 했기 때문에 마음 한편엔 항상 '포스팅 올려야 하는데...' 하는 부담이 있었다. 반대로 여유로울 때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블로그를 쓰면서 재미를 더 많이 느꼈다.



언제나 마음속엔 '1주일에 최소 n개는 포스팅해야지' 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었다. 그게 매일 포스팅이든 주 2~3회 포스팅이든 횟수의 변동은 있었지만, 일정 분량의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동일했다. 항상 내가 정한 횟수 이상의 글을 써야만 안심이 됐다.



그러다 문득, 내 일상에서 블로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회사 & 주말 모임 약속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 대부분을 블로그로 채우고 있었다. 포스팅 주제 고민하고, 이웃 블로그 구경하고, 짬짬이 포스팅 써놓고. 거의 3년간 이렇게 지내보니, 일상에서 블로그의 비중을 줄이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달 동안 의도적으로 블로그와 거리 두기를 해봤다. 가장 먼저 블로그 어플을 지웠고, 포스팅은 주 1~2회 정도로 최소화했다. 자연스럽게 포스팅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블로그의 ㅂ 자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웃 새 글이 뭐가 있는지,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과 댓글은 어떤지, 일 방문자수는 몇 명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음 내킬 때만 블로그 어플에 접속해 글을 쓰고 휘리릭 나가버렸다.



이렇게 하면 마음 한편이 찝찝하고 떨어지는 방문자수에 신경 쓰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블로그가 없어도 내 일상은 잘 돌아갔고, 쌓아놓은 포스팅들이 있어서 새로운 방문자도 꾸준히 유입이 됐다. 덕분에 중요한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블로그를 내려놓는다고 해서 내 인생이 크게 변하진 않는다는 것. 블로그 포스팅을 하지 않아도, 블로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도 나의 일상은 무탈하게 돌아갔다.




블로그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 이후 블로그 주제도 비즈니스/경제 → 일상/생각으로 바꿨다. 블로그 주제 바꾸는 게 뭐가 어때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큰 결단이었다. 애초에 투자 기록 목적으로 시작한 블로그다. 어느새 8000명이 넘어버린 이웃들도 나의 재테크 이야기를 보고 이웃 추가를 해준 것이기에 쉽사리 방향을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돈 이야기는 나의 1순위 관심사가 아니게 되었다. 재테크에 대해 쓰고 싶은 말이 예전만큼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히 재테크 관련 포스팅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사실 관심사가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뭐든 금방 질리는 내가 '재테크'에는 5년이나 관심을 가졌다는 게 오히려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왠지 모를 두려움으로 블로그 주제를 쉽게 변경하지 못했는데, 잠시 블로그와 거리를 두고 나니 용기가 생겼다. 설령 대규모 이웃 삭제가 있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게 내 솔직한 변화이니 어쩔 수 없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우려했던 바와 달리 대규모의 이웃 삭제는 없었다. 블로그 주제를 바꿀 무렵 8천 명 초반 정도였던 이웃은 반년이 지나자 8900명을 넘어섰으니 오히려 더디게나마 이웃 수가 증가하고 있다. 블로그 이웃 삭제를 하는 만큼 추가하는 횟수도 많아서 마치 밀물/썰물처럼 기존 구독자 분들이 빠져나간 사이를 새로운 구독자 분들이 메꿔주고 있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더욱 솔직한 나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작성한다. 재테크에 진심이었던 나,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돈이 1순위 관심사가 아니게 된 나. 자연스러운 변화를 하나의 공간에 담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좋아하는 블로거 한 분이 있다. 10년 넘게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매 시기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블로그 주제를 변경했는데, 전혀 위화감 없이 본인의 스타일대로 스며들게 하는 대단한 분이다.



그분의 글을 보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힘이 있다. 언뜻 보면 심플해 보여서 이 분은 큰 고민 없이 글을 쓰는 건가? 했는데, 언젠간 그분이 펴낸 전자책을 구매하고 보니 단어 한 자, 사진 하나를 찍을 때도 정성을 들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자책을 읽고 나니 그분의 글이 더 좋아졌다.



사실 그분이 10년간 매일매일 글을 썼냐 하면 그건 아니다. 때로는 몇 개월씩 글을 안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아예 놔버리지는 않았다. 적당한 휴식기를 가진 후에는 반드시 다시 돌아왔다. 블로그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힘들 때는 잠시 쉬어가는 게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 너무 힘을 줬다가 아예 다 놔버리는 것보다는.



그분처럼 나도 블로그와의 적당한 거리감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블로그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한때 블로그가 정말 내 일상의 전부였던 적도 있다. 블로그가 곧 나였다고 할까. 하지만 그렇다 보니 모든 것에 지나치게 반응하곤 했다. 타 블로그와 비교하며 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 좌절하기도 했다.



과몰입 시기 다음에는 모든 게 피곤해졌다. 그냥 다 그만두고 싶어졌다. 그래서 놔버렸다. 아무것도 안 하니 처음에는 편했다. 자유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뭔가 허전해졌다. 사실은 원래부터 좋아서 시작했던 것임을 잊고 있었다. 블로그를 하기 전에도 글쓰기는 나의 한 축을 이루는 취미였는데, 그걸 놔버렸으니.



그리고 내 블로그와 떼놓을 수 없는 "돈"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몰입했고, 과하게 냉담했으며,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적당한 거리감을 배워가는 중이다.



https://blog.naver.com/banbi13/222958086230




에 진심이었던 20대가

더 이상 돈을 쫓 않게 된 이야기


[3장. 돈과 행복의 균형 잡기 : 블로그 - 블로그와 적당한 거리 두기.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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