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돈과 행복의 균형 잡기 : 부동산1
처음 집을 샀던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드디어 내 집이 생겼다는 기쁨. 심지어 그게 신축 브랜드 아파트라는게 벅차도록 행복했다. 그 날은 진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부동산 계약을 마치니 늦은 밤이라 영업 중인 식당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맛없는 밥을 먹었는데도 웃음이 실실 나왔다. 2년 뒤 이곳에서 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어서 그 날이 오기를 고대했다.
그런데 1년 뒤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되었다. 내가 매수한 시점이 상승장의 마지막 불꽃에 근접했던 것이다. 집값은 계속해서 떨어졌고, 어느샌가 나는 더 나은 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집을 미워하고 있었다. 틈날 때마다 찾아가던 아파트 공사 현장에도 점점 발길이 뜸해졌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아파트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왔을 때는 아직 회색 시멘트 덩어리 였는데, 어느새 도색을 마친 아파트는 일부 구간에 펜스까지 내리고 있었다. 견물생심이라고 , 웅장한 아파트의 모습을 보니 다시 한 번 마음이 울렁거렸다. 여기가 내 집이구나. 그리고 이내 미안해졌다. 내가 후회하고 있는 동안 너는 너대로 열심히 지어지고 있었구나.
다시 한 번 차분히 생각해보니, 이 집을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 집을 매수하던 2년 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당시의 내가 가진 돈과 지식으로 이보다 더 나은 투자처를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매수할 당시에도 최악의 상황은 이미 계산해봤다. 매수 직후 부동산 하락기가 와서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다면? 급격히 금리가 상승해서 이자가 10%선까지 치솟는다면? 그럼에도 감당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에 매수했던 것이다.
다행히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 집값이 떨어졌어도 분양가는 잘 지켜내고 있고, 주담대 금리도 4% 대로 가능할 것 같으니 말이다. 각오했던 것보다는 훨씬 괜찮은 상황이다. 유일한 문제라면 현 직장과의 거리가 멀다는 것인데, 1~2년 뒤 이직을 고려하고 있으니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다. 무엇보다 더 상급지로 이동하기 위해선 몇 년간 자금을 모으는 기간이 필요하다. 어쨌든 당장 더 나은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면 전월세보다는 내 집에서 사는게 훨씬 낫지.
이렇게 하나 하나 따져보니, 역시 집은 잘못이 없다. 변한건 내 마음이지. 당장은 후회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니 나의 첫 집을 아껴줘야지. 머무는 동안은 행복하게 지내다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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