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좋아하는 남편을 기쁘게 해 주려고 상주견이 있는 애견 카페를 뻔질나게 드나든 적이 있었다. 나는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지만, 초면인 주제에 마치 잘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 것처럼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 자신을 만지라고 요구하는 뻔뻔한 천진난만함에 이윽고 남편 못지않게 푹 빠져 버렸다.
개는 단순하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눈 앞의 사람은 개를 좋아할 수도 있고, 개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개라는 존재는 그런 것은 생각지 않고 그 사람이 자신을 예뻐하리라고 철썩같이 믿는 듯하다. 그 복잡하지 않은 사고방식이 마음에 든다.
다만 한 번은 대형견이 많은 애견 카페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곳의 개들은 문자 그대로 자본주의의 개들 (나쁜 뜻으로 사용한 표현은 아니지만 왠지 어감이 좀 그렇다)이었다. 개들은 간식을 가진 사람들만을 찾아 돌아다니고 간식이 없는 손님에게는 근처에도 다가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간식을 든 사람이 마침내 빈 손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를 떠나서 다음 간식맨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왜 식탐의 개나 본능의 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개인고 하니, 그 간식은 카페에서 판매하는 물건으로, 외부 간식의 반입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 가게의 상주견들은 간식을 구매한 손님과 구매하지 않은 손님을 엄격히 구분해 응대함으로써 간식 판매를 촉진하는 영업직들이었던 것이다.
개들이 영업을 뛰게 되면 개에게 좋을까, 나쁠까? 간식을 가진 사람만을 따르고 간식이 없는 사람을 등한시하도록 버릇이 들면 그건 나쁜 걸까? 사실 카페의 상주견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번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얼굴들이다. 그렇다면 맛있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잔뜩 얻어먹어두기라도 하면 그들 입장에서도 이득일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점은, 개들이 이렇게 행동하기 때문인지 이 애견 카페의 리뷰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었다.
상점에서 물건을 많이 사 가는 손님과 적게 사 가는 손님 간에 차등을 두어서 대한다고 해서 문제삼는 경우는 없다. 돈을 많이 쓰는 고객은 VIP 대접을 받고, 여러 가지 혜택을 얻기도 한다. 돈을 쓰면 쓸수록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인데, 개가 엮이면 왠지 기분이 조금 이상해지는 것이다. 인간은 적어도 개로부터는 경제적 논리에 관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싶은 것일까? 인간은 동물의 단순한 애정으로부터 위로를 받기에, 동물은 인간에게 경제적 논리를 적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동물의 단순함이 사랑스럽다면, 맛있는 것을 주는 사람을 따르는 것이 동물의 단순한 본능이라는 부분도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최근에 동물원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서 라쿤 카페나 미어캣 카페 등이 더 이상 운영을 하기 어렵다는 기사를 얼핏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애견 카페의 상주견들은 어떻게 되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