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방 우유에 대하여

by 주야옹

저지방 우유에 대하여

그런다고 살이 빠지지 않는다



두 줄 적었을 뿐이지만 하이쿠적인 완벽함이 느껴져서, 굳이 첨언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이다. 구구절절 다른 문단을 갖다 붙이자니 구질구질하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자.


이렇게 끝내 버리면 안 되겠지요, 압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나는 개를 키우고 나서 살이 점점 더 붙은 경우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지극히 불규칙하던 생활 패턴이 지극히 규칙적으로 바뀌고, 개를 산책시키느라 적절한 운동을 매일 비슷한 시간에 하고, 햇살을 받고, 우울감이 사라지는, 다시 말해 보통 개를 키우며 발생하는 다양한 장점이 나에게는 살이 찌기 딱 좋은 환경으로 작용해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개가 가족의 사랑을 먹고 토실토실 살이 찌는 동안 주인인 나도 입맛이 좋아져 삼시세끼를 성실히 챙겨 먹고 투실투실 살이 올랐다.


그래서 매일 아침 마시는 카페라떼 한 잔이라도 저지방 우유로 바꾸면 좀 나으려나 했지만, 그런다고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다. 그냥 조금 더 맛없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다.


나이 마흔에 살을 빼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20대의 기분으로 하루 지방 섭취량을 고작 그 정도 줄인다고 해도 표도 나지 않는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인생애 쉬워지는 부분도 있지만,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생긴다.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면서 기울여야 하는 노력의 총량이 지켜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저지방 우유를 포기하고, 아침 카페라떼도 포기했다. 이제는 아침에 핸드드립 한 잔을 내려 마신다. 원두를 갈고 필터를 접고, 물을 끓이고, 시간과 물의 양을 모두 신경 쓰면서 커피 한 잔을 내리는 일은 즐거운 동시에 귀찮다. 번거롭기 때문에 더더욱 하고 싶고, 귀찮기에 더더욱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다고 살이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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