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다녀왔을 때의 일이다.
위와 같은 문장 한 줄과, '심전도 검사에 대하여' 라는 제목만이 덩그러니 적혀 있을 뿐이다. 나는 브런치 작가의 서랍을 열다 말고 무척이나 미스터리한 심정으로 이 쓰다 만 글감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렇게 기억이 떠오르기만을 바라며 글감을 노려보다 결국 포기하고 창을 닫길 반복한지 몇 달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의 나는 대체 심전도 검사에 대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마지막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것은 두 해 전의 일이고, 그 때 심전도 검사에서는 특이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검사 중 흥분되는 일이 일어났던 것도 아니다. 의사나 간호사와 싸우지도 않았고 누군가가 심전도 검사 침대에서 굴러떨어지지도 않았으며 가슴에 붙이는 장비로 인해 감전되었다는 피해자가 나온 일도 없었다. 그러면 나는 심전도 검사를 하면서 무언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일이 있었다는 뜻인데, 모를 일이다.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의적절한 글쓰기라는 개념은 나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적어도 사건이 일어난 날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글을 완성할 것이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미래의 나에게 난제를 남기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가 몇 번이고 '심전도 검사에 대하여'를 돌이켜보려고 애쓰다가 결국 포기한 채로 내린 결론이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음에도 이 제목과 첫 문장을 굳이 활용해 오늘의 글을 쓰려는 이유도 결국은 같다. 어떤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그걸 안다면 타이밍을 놓치지 말자. 서두르지 않아야 할 일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서두를 일은 제대로 서두르도록 하자.
심전도 검사라. 난해하다. 정말로 난해하다. 올해 건강검진을 받을 때 심전도 검사 차례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그리고 검사를 받으며 드디어 이 수수께끼가 풀리거든 반드시 2탄을 써서 읽어주시는 분들의 갑갑함도 해소해 드려야겠다.